요즘 돈 나갈 곳이 많은 데 돈은 한정되어 있어서 집 술 먹는 오징어
라고 합니다. 제가 오징어 구워서 소주랑 먹는 거를 좋아하는데 이 게시
판이 생겨서 매우 환영합니다. 오징어가 오징어를 먹는 그런 동족상잔
은 왜하냐고 물어보시면 저는 죄인입니다.
오징어 먹다가 심심풀이 땅콩이 없어서 그냥 주저리 주저리 주전부
리처럼 그냥 연애담 해볼렵니다.
지금의 아내는 노량진(경찰, 소방, 임용, 공무원 등등의 메카죠)에서
처형(아내의 언니)의 남자친구가 저의 대학교 후배였고, 제가 컴퓨터
를 잘한다는 이야기에 이것 저것 저한테 컴퓨터를 잘 물어보았죠.저는
그래서 후배에게 컴 조립을 해주었습니다.
예전에 저는 컴 조립에 디여서(ex. 한번 해주었더니 제가 A/S기사처
럼 니가 해줬으니까 책임져야지 ) 안 해주려 했는데 친한 후배가 해
주라고하니깐 어쩔 수 없이 그 당시 처형이 고가의 노트북(사실 제 생
각은 인강 들을 정도면 그냥 넷북, 지금이야 스마트폰으로 듣지만 그
때에는 인강 들을 매체가 많았습니다)으로 해줘야 하지 않겠냐며 부
탁했지요. 그래서 제가 OS최적화 유틸 최적화 등등 나름 신경써줘서
해주었습니다.
그런데 두둥, 역시 저의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을까요? 책임지라고
하는 일이 생긴겁니다. USB마우스 꼽았다 뺏다 자주 하면 가끔
인식이 안되는 경우 생깁니다. 물론 잘 하시는 분은 상관 없겠지만
제가 후지게(?) 셋팅해서 그런거라고 하니 저는 일하느라 바쁘니
퇴근하고 연락주겠다며 아내에게 (그 떄 직장은 용산, 아내는 임
용 준비한다고 노량진에 있었지요) 있다가 다시 연락준다고 했었
습니다.
퇴근하고 아내의 노트북을 보니 아주 간단한 A/S 였습니다. 그냥
길에서 알려주긴 뭐해서 커피숍에 가서 설명을 이것저것 해주기로
맘 먹고 노량진에서 1호선 내리자 마자 고가다리를 건너 가까운 커
피숍에서 이것저것 가르쳐주니 아내는 자신의 무지에 무안해 하면
서도 저를 빌게이츠(사실 저랑 빌게이츠랑 컴 실력은 많이 차이나
겠지만요)마냥 초롱초롱 눈빛에 저를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짜증이 많이 나 있었는데 여자이고, 그렇게 집중있게 들어주니 많
이 화가 누그러졌습니다.
미안해서 제가 밥 산다고(커피집은 아내가 샀지요) 해서 밥 뭐 먹고
싶냐 하니깐, 드시고 싶은거 드세요 해서 제가 여자들은 보통 싫
어하는 돼지 껍데기 먹고 싶다고(물론 좋아하는 분들도 있겠죠)
해서 고기 집 가서 양념 없이 그냥 민짜(?)로 되어있는 돼지 껍데
기를 제가 나름 맛나게 구워서 했는데 1점 먹고는 2점째는 거의 기
본 반찬만 먹는 겁니다. 제가 눈치가 있었으면 갈비나 삼겹살이나 뭐
그런거 시켰을 지 모르겠는데 눈치가 없어서 기본 반찬을 잘먹으니
자꾸 기본 반찬만 리필 시켰었지요. 지금이야 아내가 돼지 껍데기를
무척 싫어 한다는 것을 알지만 그 때는 그런거를 몰랐습니다.
나중에도 윈도우가 자꾸 업데이트 하라고 한다, 아님 컴퓨터 절
전모드로 들어가면 화면이 어두워진다 등등 이래저래 불려갔지
만 지금의 아내를 만나기 위한 저의 인연의 다리가 바로 그 노트
북이었을 지 모르겠습니다. 지금도 그 노트북은 집에 있지만
워낙 스마트폰 때문에 요즘은 노트북을 켤 일이 없어서 잘 작동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인연(그 노트북 ? )일지 모를
일련의 사건 때문에 결국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참고-처형의 남친은 헤어지고 처형은 딴 분이랑 잘 살고 있음
아내는 컴 자격증만 5개 넘음
(이보시오 형씨 근데 왜 지금도 컴 고장나면 나한테 물
어보는 것이요?)
인연이란 자기도 예상치 못하게 올 수 있음
이 글을 쓰는 동안 본인은 벌써 오징어 2마리를 살해하
여 불에 구워서 고추장에 찍어먹는 잔인한 만행을 저질렀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