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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씨앗으로 찬 바다에 웅크린 꽃들에게
보다 먼저 봄의 마침표를 찍지는 말자
귓불보다 차갑던 여행길은 끝나지 않았으니
걸었던 발자국마다 피어났던 파도는 출렁이고
해안을 향해 기도했던 입술은 시려웠다.
아이의 눈망울처럼 껌뻑껌뻑 거리던 등대들아
밤새 창문을 두드리며 울부짖던 바람들아
아직도 나는 할 말이 없다
얼굴이 붉어졌다는 것 밖에는
손마디가 저려왔다는 것 밖에는
가슴에 새긴 생채기는 누구에겐 돌이 되어버렸지만
아서라 여름을 위해 어설픈 이별은 고하지 말자
그 작별은 처음부터 우리의 것이 아니었다.
누구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그 얼굴이 된다는 것
일생동안 그 씨앗을 가슴에 품고 살자
오늘도 그 날처럼 비가 내린다.
봄의 마침표는 아직 찍히지 않았다.
하늘마저 너희를 그리워하다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