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음악을 좋아합니다. 같은 악기인데 음을 어떻게 잡고 템포를 어떻게 하냐에 따라 노래 장르가 바뀌고.. 공돌이들은 도레미파를 전기신호와 주파수 차이를 Hz로 표현하는등.. 알면 알 수록 신기하고 잼있습니다.
그리고 음악은 추억과 연관 됩니다. 우연히 잊고 있었던 노래를 들으면 괜히 그 당시 추억도 떠올라 더 센티해지죠..
제가 처음 음악(정확히는 사운드)에 빠진건 고딩때 소니 MDR-888을 만났던 겁니다. 그땐 888이라는 괴물급 이어폰이였습니다.
10만원짜리 이어폰을 사면서 부들부들 했었죠. 그리고 반년도 못 되서 끊어진 줄을 잡고 울었던 기억도 있죠. 소니 줄은 너무 약해요..
당시 소니의 이어폰/CD-MD플레이어 기술은 세계 최강이였죠. 지금 생각하면 그때 느꼈던 888의 색다른 음향이 '공간감'이였던 것 같습니다.
대학 땐 이것저것 (패시브)스피커, 앰프 쓰고 밴드도 하면서 사운드와 친해졌는데 직장생활 하면서 보스 빠돌이가 됐습니다.
대중적이고 영화/스포츠에 특화 된 소리 (아마 순간출력이 높은 놈이라 생각)라 그런지 이 소리가 최고라 생각 했습니다.
스피커 선도 많아 지저분하고 청소하기 불편해서 사운드바로 바꿨습니다.
이렇게 사용하다 최근 음악이 덜 신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보스 음악은 좋지만 뭔가 손을 댄 듯한 느낌? 자연적인 소리를 원하게 되더군요. 녹음 된 노래 원본 음질을 그대로 느끼고 싶었습니다. 보스 제품은 규격을 공개 안해서 주파수반응이 얼마인지, 임피던스나 출력 정보를 알 수가 없으니 괜히 더 믿음이 떨어지는 기분? 그러다보니 넘어선 안되는 길을 건넜습니다..
뜬금 없는데 스피커가 헤드폰/이어폰보다 나은 점이 뭘까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제가 생각하는 제일 큰 차이는 공간감입니다.
공간감에 대해서 잠깐만 이야기 하자면.. 소리는 공기가 울리는 진동으로 나타나는 현상 입니다. 그래서 비행기가 지나가면 엄청난 소음이 발생하는 것이고 반대로 우주에서는 소리전달이 불가능하죠.
우리가 집에서 스피커로 듣는 소리도 스피커에서 직접 들리는 소리 뿐만 아니라 여러 곳으로 퍼진 소리가 벽을 튕겨서 들리는 것도 포함 됩니다. 아래 그림과 같이 말이죠. 오른쪽 사진은 보스 사운드바의 벽을 이용해서 서라운드를 만드는 기능입니다.
소리는 1초에 340m를 날아 갑니다. 이렇게 빠른데도 우리의 귀는 벽에 반동 되어서 늦게 들리는 소리와 크기를 감지하여 공간감을 느끼게 합니다. @.@
라이브 콘서트나 오케스트라에서 음악을 들어 본 사람을 알 겁니다. 여러 음의 이리저리 튕기고 섞여서 들리는 하나의 하모니를..
여튼 이게 공간감인데 헤드폰/이어폰은 직접 양쪽 귀로 직접 소리를 쏘기 때문에 스테레오 음악이나 깨끗한 음악을 듣기에는 좋겠지만 공간감 표현이 어렵습니다. 또한 이넘들은 몸에 직접 닿기 때문에 장시간 사용하면 아프죠. 공간감은 결국 현실감 입니다. 이 현실감 느끼는 소리가 스피커와 헤드폰을 넘사벽으로 만드는 이유입니다.
이녀석이 HD800 입니다.
메이커는 젠하이저라는 독일 사운드 업체인데 정교함과 기술력으로 승부보는 업체입니다.
HD800은 2009년 CES에서 데뷰해서 현재까지 탑으로 먹히는 녀석 입니다. (최근 HD800S를 선보임) 1년에 5000대만 생산하고 각 헤드폰마다 고유번호가 있습니다.
이 녀석을 기타센터에서 들은 다음부터 2주간 고민 했습니다.
오픈형이라 밖에서도 들리기 때문에 집에서만 써야 되는데 스피커도 아니고 헤드폰 따위에 이 정도 쓸 필요가 있는가? 근데 이 소리는 뭔가 달라.. 사고싶다 사고싶다 사고싶다..
이렇게 고민할 땐 질러야 한다고 배워서 질렀습니다. HD800S가 나와서 저렴해진 김에 눈 딱 감고 결제버튼 클릭. 그리고 과거 사운드블라스타의 명성을 이어주리라 믿고 얘네 제품도 샀습니다. (dac, 헤드폰엠프)
아마존 프라임 만세. 무료 이틀 배송에 30일내 환불 가능! 미국에선 이틀만에 배송 되도 진짜 감사하답니다. ㅠㅠ
사진 중간에 담배를 올려 놓앗음. 뭔 놈의 헤드폰 케이스가 이렇게 큰지;
직장에서 받은 거라 처음에는 엠프도 없이 아이폰에 바로 연결해서 들어 봤는데 최대볼륨도 작고 좀 별로 였습니다. 완전 밍밍한 느낌?
하지만 집에가서 사운드 블라스타 드라이버 깔고 꽂아서 FLAC파일 들어 봤는데.. @.@ 완전 신세계 였습니다. 음악만 듣고 소름 돋는 경우는 처음이였습니다.
찢어질듯 날카로운 고음, 또렷하게 숨소리까지 들리는 보컬 중음, 딱딱 끊어지면서도 귀를 울리는 저음.
주파수 응답범위도 매우 넓고 저음,중음,고음이 따로따로 또렷하고 고르고 깨끗하게 들렸습니다.
확실히 보스랑은 다른 느낌 입니다. 보스도 훌륭한 넘인데 이녀석과 비교하면 정교함과 공간감이 부족 합니다.
드럼 스네어 소리가 이렇게 명쾌했었나? 통기타 울림이 이렇게 길었었나? 이런 부분에 가수 숨소리가 나오네? 모든 음악이 새롭게 느껴집니다.
보스는 모든 악기가 같은 곳에서 겹쳐서 나와 현실감이 떨어지는데 이녀석은 보컬은 앞에 서 있고 드럼은 위에 있는게 느껴집니다. 처음 녹음한 음악음질을 최대한 완벽하게 재생한 느낌이 듭니다. 음악 장르에 따라 스튜디오나 콘서트장에 있다고 생각되죠. 사운드블라스타의 SRX라고 음질을 좋게 해주는 기능이 있는데 게임할 땐 모르겠지만 음악듣기에는 끄고 듣는게 나을 정도 입니다.
그리고 장시간 사용해도 아프다는 느낌을 못 받았습니다. 재질도 좋고 헤드폰이 커서 그런지 옆에 닿는 부분이 관자놀이보다 높아서 그럴겁니다.
섬세함과 공간감, 편안한 착용감이 합쳐지니 헤드폰인데도 스피커로 듣고 있는 줄 알았습니다.
엠프도 90% 만족 합니다. 헤드폰을 엠프에도 꽂아보고 보드에도 꽂아봤는데 소리 크기, 섬세함, 저-고음의 깨끗함이 확실히 다릅니다.
지금 사용한지 3주 됐는데 매우 만족 합니다! 매일 퇴근 길에 음악 들으러 가는 길이 설레입니다... 덕후같군.
X7 설치하고 세워둔 샷 입니다.
HD800 헤드폰은 수작업으로 만든다 합니다. 그래서 각 헤드폰마다 제품번호가 있고 고유의 주파수응답이 있습니다.
제품등록하니 제 제품의 주파수응답을 보내줬습니다. 아는 형님께 물어보니 전 대역이 5db미만이고 1k와 차이가 없어서 좋다 합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사용하는 컴터.
뒤에 있는 놈이 4k 65인치, 앞에 놈이 4k 27인치, 세로가 FHD 23인치 입니다.
65인치는 영화나 스포츠 볼 때 외에는 잘 안 씁니다. 더럽게커서 올려 보기 때문에 목 아프고 4k가 30hz밖에 안 되서 매번 해상도 바꾸기도 그렇고 괜히 샀음.. 전에는 47인치 썻는데 약간 작은 느낌이 있었음.. 정답은 55인치인듯.
앞에 있는 놈은 메인으로 쓰고 있고 세로는 이멜, 유투브나 플레이어 리스트를 띄워서 사용 합니다.
이 모든것은 제가 솔로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 이지요. 여러분, 이렇게 싱글 라이프가 좋은 겁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