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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버스
게시물ID : readers_2475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가르가르갈갈
추천 : 6
조회수 : 410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6/04/15 23:44:10

럭키32010.jpg





 늦은 밤 먼 곳에서 돌아오는 심야버스 안에서 그녀와 작게 속삭였었다.


- 심야버스에서 울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직 어른이 아니래.

- 누가 그래?

- 내가.

- 그럼 넌 이제 어른이야?

- 아니. 아직은.

 

 그 날 밤 내려오는 길 내내 훌쩍이는 그녀를 달래고 눈물을 닦아주어야 했다. 우리 둘을 포함해도 열 명이 될까 말까 한 평일의 심야버스였지만 혹시나 울음소리가 새어나갈까 그녀는 내 품에 고개를 푹 묻은 채 나의 셔츠를 이로 꽉 물며 흐느낌을 참아야 했다. 나는 어미 새처럼 그녀를 품어 도닥여 줄 수밖에 없었지만, 사실 그때의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만큼의 큰마음을 가지지 못한 채 그저 기계적인 토닥임으로 괜찮다는 말을 할 뿐이었다. 뭐가 괜찮은 건지 알지도 못했다. 20대 초반의 애송이에겐 그것조차도 벅찬 일이었으니.

 긴 시간을 달려 버스에서 내렸을 땐 아직도 해가 떠오르기 전이었다. 겨울의 밤은 길고 하늘은 어두웠다. 별 하나 보이지 않을 만큼. 곧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우리는 얼른 택시를 잡아탔다. 어느새 눈물을 그친 그녀는 빗소리도 보이지 않는 어둔 창밖을 조용히 내다볼 뿐이었다. 어른이 되지 못한 작은 소녀는 어둠에 묻힐 듯한 옅은 빛을 발할 뿐이었다. 그녀를 내려다 주고 다시 집으로 돌아올 때까지도 비는 그치지 않고 내렸다. 세차게 내리지 않고 슬며시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나는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약한 곳을 파고드는 못된 충동 같아서 더 그랬다.

 몇 년의 시간이 지났다. 나는 늦은 밤 먼 곳에서 오는 심야버스 안에서 울고 있었다. 차마 크게 소리 낼 수 없어 눈으로만 울던 나에게 문득 그녀가 한 말이 생각났다.


- 심야버스에서 울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직 어른이 아니래.


 그렇게 훌쩍이고 있자니 그녀가 한 마디를 빼먹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심야버스에서 혼자 울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직 어른이 아니야. 그래, 혼자였다. 위로해 줄 사람 하나 없이 홀로 숨을 죽이고 있는 나는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어른 같았다. 이럴 거였다면 차라리 울지나 말 것을. 눈물로 빠져나가는 온기조차 서글퍼 눈을 훔쳐보아도 부은 눈이 쓰라릴 뿐이다. 나보다 더 한참을 먼저 울어본 그녀, 나 때문에 어른이 될 수 없었던 그녀는 지금쯤은 어른이 되었을까. 아니면 아직도 그 날의 옅은 소녀의 모습으로 남아있을까.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은 알 수 없는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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