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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말했다, 본처에 세컨까지 있는 마냥
개와 고양이를 같이 기르는 것 마냥
빌딩에 별채까지 있는 것 마냥
그게 정말 두 가지의 일이 되는 것 마냥
내려오는 눈꺼풀을 못 이겨
스무 권의 책을 팔러 온 중고서점에서
여드름쟁이 아가씨의 물음에
스물하고도 셋이나 지난 마당에
누구는 해외로 여행을 가고
누구는 자격증 수십 개를 따고
누구는 벌써 취직까지 한 마당에
그게 전부라 그거 빼면 빈털터리인 사람이
예술의 길이란 학처럼 고고한 것이라
고갤 숙이며 구걸 따윈 꿈도 못 꾼다.
집에 우산이 없어 비를 맞아도
일부러 라는 마음가짐으로 예술이 되고
새벽 2시에 냉장고를 뒤지는
허기 또한 마음가짐 하나로 예술이 된다.
시도 쓰고 소설도 씁니다.
나는 후회했다, 빵도 만들고 밥도 할 줄 알았더라면
불어도 하고 일어도 할 줄 알았더라면
회계를 하고 생산관리도 할 줄 알았더라면
추억들을 매긴 값에 쌀을 사고 라면을 끓이며
그것 또한 예술이라
자꾸 술을 불러서 예~술인지는 모르겠지만
이혼한 마누라처럼 질척거리는 상상력만이
해일같이 밀려들어오는 잠을 깨워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