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투표의 원칙은 비밀투표지만, 저희 가족은 다 공유를 하는 편이었어요. 평소에 정치적인 얘기나 의견들도 잘 나눴고요. 드디어 저는 오늘 처음으로 투표를 해봤어요! 정말 너무 뿌듯하고 기분 좋아서 바로 아버지께 전화해서 투표얘기를했는데, 아버지가 정당 투표를 ***유당에 하신 거에요. (이렇게 언급하면 안 되는 거라면 알려주세요!) 평소 제가 생각하던, 얘기를 나누던 아버지의 가치관을 생각하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거든요!! 근데 친할머니가 돌아가신 이후로 상심이 크셨는지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시더라고요. 이상한 사이비 교회는 아니고 그냥 지역에 있는 동네 교회에요.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항상 교회 나가라고 하셨거든요 ㅎ.. 그 이후로 열린 첫 선거인데 아버지가 어디에 투표하셨는지 듣고 저는 너무 실망이었어요. 아버지랑 저는 굳이 따지자면 진보쪽에 가까운데, 저에게 아버지는 정치적인 걸 떠나서 제 롤모델이었고 서로 가치관을 공유하면서 저에겐 약간 정신적 지주같은 분이셨어요. 공자나 노자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고 존경하는 알랭 드 보통이나 마이클 샌델 같은 분은 제가 쉽게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항상 제 곁에서 제가 손을 뻗으며 요청할 때마다 갈림길에서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게 일종의 nudge를 주는 분이 제겐 아버지셨어요. 저는 가지 못 한 K대를 졸업하셔서 더 커보이는점도 없지않아 있겠지만 무튼 삶에 있어서 좋은 영향을 받으면서 자라왔어요. 그런데 이번에 아버지께서 뽑은 정당의 공약은 전혀 그간 우리의 가치관과 맞지 않아요. 저는 이성애자이고 무교이지만, 동성애와 이슬람이 나쁜 것이고 없애버려야 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절대. 동성애는 여자인 내가 남자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분들또한 태어날때부터 그렇게 느끼는것이라고 생각해요. 이슬람은 IS가 나쁜 것이지 이슬람이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이슬람도 기독교나 불교와 같은 그냥 종교의 한 종류일뿐이지 않나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모든 정당들의 공약을 봤을 때 그 중 가장 지지하기 싫은 정당을 아버지가 뽑으셨다는게 저는 정말 속상해요. 단지 기독교인이시라는 이유만으로요! 절대 기독교를 폄하하는 게 아니라 저는 투표는 종교를 떠나서 객관적으로 판단해서 해야한다고 생각해요.
휴.....아버지께 너무 실망스러워서 횡설수설 적었는데 한 분이라도 제 마음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ㅠㅠ 저 아버지랑 통화끝나고 많이 울었어요 집에서.. 다른 분들이 이 정당을 뽑는 건 전혀 말리지 않아요!! 그 분들의 자유니까. 그런데 정신적으로 항상 의지하고 뭔가 저에겐 거의 솔로몬같았고 항상 서로 사회문제에 대해 진보적 가치관을 나누며 얘기하던 아버지께서 교회에 나가신 이후로 이런 선택을 하셨다는 게 뭔가 저를 세워준 기둥이 쓰러진 느낌이에요... ㅠㅠㅠㅠ 표현할 말이 없네요. 어떻게 해야할지모르겠어요 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