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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식 소설)일상속의 망상 5
게시물ID : freeboard_130374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Tebeen
추천 : 0
조회수 : 10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13 17:5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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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 몇 시쯤 됐지?”
핸드폰을 보니 다섯 시 삼십분이 조금 안되었다.
“후...”
결국 나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기 위해 이불에 얼굴을 파묻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생각을 하지 않으려고 생각할수록 오히려 생각에 대한 생각을 계속 하게 되었다.
“미치겠네...”
 
나의 의지대로 뇌가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할수록 더욱더 뇌속이 복잡해져 갔다.
생각... 상상... 이런 것 들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데 생각을 안하는 사람이 있을까?
지금 바로 길거리에 나가보면 걸어 다니는 사람을 보면 모두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고 있다. 그 걷는 순간, 그 순간에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을 하고 있기는 할까? 난 가끔 버스를 타고 갈 때나 카페에 앉아 창밖을 구경할 때면 늘 궁금했다. 밖에 걸어 다니는 저 사람들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사람들이 자신이 원하는 행동을 할 때 하는 그 생각, 그들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들... 생각... 행동...
“!”
순간, 답이 떠올랐다.
그렇다. 우린 행동을 하기 전에 생각을 하고 생각을 하며 움직인다. 그렇기 때문에 행동을 할 때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본능적으로 움직였다 해도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라고 난 생각한다.
“휴...”
 
나 스스로 만족할 만한 답을 찾고 한숨을 내쉰 나는 눈을 뜨고 핸드폰을 보았다. 벌써 다섯시 오십분이었다. 아주 짧은 시간 같으면서도 긴 시간이었다.
나는 서둘러 아빠의 번호를 누르고 전화를 걸었다.
-뜨르르 뜨르르 뜨르르
“여보세요?”
“예 아빠”
“어, 그래 무슨 일이니?”
“오늘 저녁 드시고 오시나 해서요.”
“아~ 아빤 아까 먹었거든. 어서 먹어라, 냉장고에 있는 반찬이랑 김치 꺼내서. 알겠지?”
“네”
 
아빠는 늘 밥을 먹으라는 말을 하시면서 ‘냉장고에 김치 꺼내서’라는 말을 버릇처럼 하신다. 매번 듣다보니 요즘엔 이상한 느낌이 든다. 묘하게 뭔가 끈적거리며 몸에 달라붙는 느낌이랄까? 좋은 느낌은 아니었다.
나는 묘한 느낌 때문에 전화를 끊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부엌으로가 저녁식사로 먹을 만한 음식이 있는지 살폈다. 먹을 거라고는 엄마가 아침에 만들어 놓으신 김치찌개뿐 이었고, 다른 거로는 김치와 김뿐이었다.
-따따따 따따따 딱
 
가스레인지에 불을 키고 찌개를 데우며 냉동실에 락엔락 통에 들어있는 얼린 밥을 전자레인지에 넣고 돌렸다.
언제부터인지 기억은 안나지만 엄마가 인터넷에서 봤다며 밥을 얼려놓고 먹자고 하셨다. 일일이 밥을 해야 하는 수고도 덜고 제시간에 밥을 챙겨 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와 누나는 상관 없었지만 아빠가 문제였다. 아빠는 밥맛 떨어지게 뭐하는 짓이냐며 엄마에게 짜증을 냈다. 난 별로 맛을 따지는 편이 아니라 상관없었지만 아빠는 맛을 많이 중요시 여기셨다.
그래서 최근에 작은 전기밥솥을 샀는데, 그 용도는 투정부리는 아빠를 위해 그때그때 1인분의 밥을 짓는 것이었다.
-땡!
 
순간 전자레인지에서 돌아가는 시간이 다 되었다며 소리가 났다.
동시에 나의 생각도 잠시 멈췄다. 그리고 마치 새 밥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밥을 꺼내 식탁에 앉아 뜨끈하게 데운 찌개와 간단한 반찬과 함께 밥을 먹었다.
아무생각 없이 그저 밥을 먹기 위한 행동만 하고 난 씻으러 화장실에 들어갔다.
대충 씻은 뒤 옷을 입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이번에는 노트북이 놓여있는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이 노트북이 바로 내가 알바로 돈을 모아 샀었던 그 노트북이다. 그만큼 애착이 많이 갔다.
 
노트북을 키고 늘 하던 대로 나는 게임을 했다. 가족들 모두 나보고 게임중독이라고 한다. 하지만 늘 죄를 지은 사람이 자신의 죄를 부정하듯, 나는 내가 게임중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하는 그 순간, 내가 제일 자신있어하는 그 게임을 친구와 하는 그 순간이 내 마음의 안식처였기 때문이다. 그저 재미있어서 하는 것이 아니다. 어렸을 때부터 프로게이머라는 꿈을 이루고 싶은 마음도 있기에 계속 게임을 하는 것이다. 부모님은 그리 좋아하시지 않는 꿈이기에 부모님을 설득시킬 자신이 없다. 그래서 거의 반포기하고 있다.
 
한창 재미있게 하고 있을 때, 현관문 도어락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거실로 나가 중문을 여니 엄마와 아빠가 같이 오셨다.
시계는 8시30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일찍 오셨네요.”
‘어서 오세요’ 라는 말을 한 뒤 시계를 바라보고 한 말이었다.
“응 그래. 밥 먹었니?”
“네. 김치찌개랑 먹었어요.”
“그래? 잘했네.”
간단한 대화가 오가고 아빠는 씻으러 들어가시고 엄마는 부엌으로 가 아빠가 간단히 드실 술상을 차리신다. 막걸리 한 병과 냉장고에서 안주가 될 만한 반찬을 꺼내셨다. 그리고 난 다시 방으로 가서 게임을 했다.
 
잠시 후 9시가 되자 이번에는 누나가 왔다. 원래 누나는 기숙사에서 생활 했지만 지금 대학교는 방학을 해서 요즘에 학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고 늦게 온다. 누나가 오면 술을 드시는 아빠와 누나 그리고 엄마 셋이 모여 대화의 시간을 가진다.
 
나는 신경 쓰지 않고 계속 게임했고 11시가 조금 넘어가자 모두들 잠을 자기 시작했다. 나는 게임을 더하다가 잘까 생각도 했지만 요즘 엄마와 아빠가 나를 보는 시선과 분위기가 심각한 것 같아 노트북을 끄고 잠을 청하기 위해 누웠다. 이렇게 누워, 머리 뒤쪽에 있는 창가에서 비치는 빛으로 물든 천장을 바라보며 이런저런 생각과 상상을 하며 이어폰을 꼈다. 핸드폰에 있는 음악을 틀고 타이머를 정하고 눈을 감았다.
[- - - - - -]
가사가 없는 노래가 흐르고 나는 그 흐름에 정신을 맡기며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출처 http://todayhumor.com/?freeboard_1303239 << 에세이식 소설)일상속의 망상4
http://todayhumor.com/?freeboard_1302867 << 에세이식 소설)일상속의 망상3
http://todayhumor.com/?freeboard_1302547 << 에세이식 소설)일상속의 망상2
http://todayhumor.com/?freeboard_1302280 << 에세이식 소설)일상속의 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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