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가 일찍 끝나고 할 게 없어져 집에만 오면 늘어진다. 뭐든 귀찮아지고 하기 싫어진다. 하지만 그래도 하는 건 게임과 핸드폰을 만지는 건 좋았다.
이유라면 공부나 청소 같은 ‘일’은 하기 싫은데 노는 건 하고 싶은 그런 것이다.
방바닥에 이불을 깔고 위에 누웠다. 그리고 핸드폰으로 페이스북에 새로 올라온 친구들의 소식과 내가 좋아하는 주제와 관련된 글들을 보았다. 그러다 문득 친구가 자신이 연애중이라는 글을 올린 것을 보았다. 처음 봤을 때 성격이 별로 좋지 않아 여자 친구를 사귀기는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던 친구였는데 어떻게 되었는지 여자 친구를 사귄 것이었다.
나는 '역시 사람일은 모르는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댓글을 보니, ‘축하한다.’ ‘부럽다.’ 등등 축하한다는 내용도 있었지만 여자 친구의 외모를 물어보는 댓글이 과반수로 많았다. 그리고 다른 내용으로는 ‘내 여자친구가 더 예쁘다.’ ‘네 여자친구 이런저런 애더라’ 라는 등 경쟁하며 상대를 깎아 내리는 댓글도 있었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행동들이었다. 상대방을 욕하고 깎아내리는 그런 말들이 서로에게는 장난일수 있다고는 하지만, 다른 제3자의 입장에서는 좋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아무리 서로 장난이라고 한다 해도 본인에게는 상처가 될지는 안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휴...”
한숨을 쉬며 나는 핸드폰을 내려놓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여자친구...
나에게는 연애 경험이 몇 번 없다. 몇 번도 아니지 딱 한번 있었다. 연애라고 부르기도 아까울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런 시간이 있었다.
그때 사귀었던 여자애는 누나친구의 동생이었는데 누나가 친구에게 내 사진을 보여주었는데 그걸 본 것 이었다. 그리고 나에게 관심이 생겼었고 그 여자애는 자신의 언니에게 소개시켜 달라고 해서 어찌어찌 하다 보니 사귀게 되었다.
처음 그 여자애를 봤을 때 생김새는 독특했다. 이런 말이 잘못 된 말일 수 있지만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못생겼다는 뜻은 아니다. 난 별로 사람들 외모를 가지고 평가하는 것을 싫어한다. 친구가 연예인 사진을 내밀며 누가 더 예쁜지 물어봐도 나는 ‘그냥 그런데?’ 라도 답할 뿐 예쁘다고는 하지 않았다. 또, 나에겐 딱히 이상형은 없었다. 단지 성격만 좋으면 괜찮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친구들이 나보고 눈이 낮다고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기준은 있다. 내가 맛을 잘 구분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내가 그 여자애와 사귄 것도 어찌 보면 내가 사귀고 싶어서 사귄 게 아니었다. 그저 여자애가 열렬히 나를 좋아하는 것 같아 보여 나도 좋아해 볼까? 하고 사귄 것이었을 지도...
정확한 나의 마음을 나도 잘 모르겠다. 그때 왜 그랬는지 생각이 나질 않는다.
연애했을 때 감정이라면 처음 여자애를 봤을 때 두근거림 그게 끝이었다. 사귀고 시작하니 점점 두근거림이 사그라들었다. 그것도 단 며칠 만에... 그렇게 며칠 안가 학교에서 수련회를 가는 바람에 며칠 연락을 못하게 됐다. 그것을 계기로 헤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엔 그게 계기가 아니라 내가 그 여자애에게 실수 한 면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 일 수도 있다.
그 실수... 그건 좀 부끄러운 행동이었으며 남자의 본능(?)에 의한 실수였다.
그 실수는 내가 그 여자애를 사귄지 며칠 안됐을 때 날씨가 너무 추워서 가까웠던 그 애의 집에 갔었던 적이 있다. 거기서 나는 그 여자애가 해준 이벤트(?)같은 것을 받았고 그 여자애에게 포옹을 해주었다. 그리고 거실에 누워서 티비를 보았는데 그 애가 나에게 기댄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팔을 들어 내 가슴 쪽에 기댈 수 있게 해주었고 그렇게 한동안 티비를 보았는데 순간 내 손이 그 여자애의 가슴 근처까지 간 것이었다. 그 이후에도 그 여자애의 이마에 키스를 한다 던지... 그런 이상한 행동을 했었다. 다행이 다른 일은 없었고 몇 시간 뒤 나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사람 안될 것이다. 알고 있다면 그 여자애의 언니 그리고 나의 누나 정도...
어쨌든 내가 그런 짓을 했었기 때문에 여자애가 상처를 받아 헤어지게 된 것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내가 엉큼한 녀석이라고 욕할 것이다. 당시 나는 처음 여자를 사귀는 것이었고 가족을 제외하고는 다른 여자는 그렇게 가까이 할 상황도 없었기 때문에 순간적인 욕망인지 본능 때문에 그런 실수를 저지른 것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많이 후회 되고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든다. 하지만 나도 남자인걸...
그 일이 있은 후 친구들의 연애 이야기를 듣다보니 ‘연애’에 대한 여러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도 여러 생각이 떠오른다. 마치 유명 인사나 위인들이 말한 명언처럼 사람들에게 깊은 깨달음을 줄 것 같은 그런 말을 생각했다. 물론 이게 정말 그런 말은 아니지만 내가 느끼기엔 마치 그런 말과도 같았다. 어쨌든 내가 생각한 것은 ‘현대사회 청소년들의 연애는 영혼이 없다.’ 라고 생각했다. 일단 좀 풀어 말한 것이긴 한데 이렇게 생각하고 보니 좀 이상하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진실성이 없다’ 랄까?
만남과 이별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그 횟수가 늘고 빠르게 진행된다. 그렇게 점점 사랑에 대한 설렘이 무뎌지고 무감각해지면서 사랑이라는 본질을 망각하는 것 같다. 한순간 잠깐의 설렘과, 주변사람들의 말에 의해 충동적으로 연인관계를 형성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그 충동적인 감정이 사라지면 헤어진다.
참 이상했다. 쉽게 사귐과 헤어짐. 어찌 보면 그 행동이 용기 있는 행동일 수도 있다. 이성에게 고백한다는 것은...
처음에 연애를 해보며 처음 헤어져보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늘 나오는 그런 영화 같은 이야기처럼 남자주인공과 여자주인공이 서로 가슴아파하며 그리워하다가 결국 어떠한 계기로 다시 만나는 그런 로맨틱한 상상을 했다. 하지만 역시 영화, 드라마 일뿐 가슴 아프기는커녕 별로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연애를 한 번밖에 못해봐서 그런지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슬슬 머리에 과부하 현상이 일어났다. 뒤죽박죽 나의 생각들이 엉키고 이상한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머리가 점점 아파오더니 눈까지 핑글핑글 돌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