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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안팎의 관계자들과 통화해보니 반응이 가관이다. 상상하지도 못할 날벼락에 거의 넋이 나갔다. 며칠 전에 “대통령이 들어올 테니 한 달 안에 국방부 건물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고 나서다. 그것도 국방부와 합참의 실정을 누구도 잘 아는 김용현 전 합참작전부장이 국방부에 쳐들어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는 점은 더욱 놀랍다. 김 전 본부장은 대선 기간에 윤석열 후보 안보정책을 총괄하던 인물이다. 국방부 관계자들은 대놓고 말은 안하지만 그 어떤 협의나 공론화 과정도 없이 “집을 비우라”는 일방적 통보에 당혹과 굴욕을 느낀다. 집에서 키우는 개도 이런 식으로 망신을 주지는 않는다.
앞으로 일이 더 걱정이다. 국방부와 합참은 한반도 전구 작전을 지휘하는 연합지휘통제체계(AKJCCS)를 비롯한 전군의 시스템이 종합된 곳이다. 대테러작전, 통합방위사태, 재난 및 위기관리에도 활용될 수 있는 시스템도 구비되어 있다. 말 그대로 정부의 위기관리 본부다. 또한 동맹국의 군사정보와 데이터를 관리한다. 특수정보(SI)를 취급하는 인가된 요원만이 취급할 수 있는 기능도 있다. 그런데 대통령이 국방부 건물을 차지하면 국방장관은 합참으로 집무실을 옮긴다. 건물 면적이 제한되기 때문에 장관 외에 나머지 국방부 조직은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분산된다. 즉 장관과 국방부가 분리되는 것이다. 국방부의 군사력 통제기능, 즉 문민통제가 약화되거나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합참 역시 의장실을 비워야 하고, 국방부 인원을 수용하기 위해 일부가 밖으로 나가거나 조직을 축소해야 한다. 합참 지휘통제실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대통령과 그 참모들이 들어올 수 있도록 공간을 재조정해야 한다. 원래 이곳은 합참의장의 공간이다. 그런데 상급자가 밀고 들어오면 지휘권이 제대로 보장될 수 있을는지 의문이다. 이러저런 연쇄효과를 감안하면 한마디로 엉망진창이 된다.
똑같은 일이 청와대 경호처에도 나타나고 있다. 경호처는 단순히 대통령의 신변 안전 업무만 하는 게 아니다. 국내외 중요인물의 청와대 출입과 각종 회의, 행사의 안전에도 경호처의 역할이 있다. 치안과 정보 기능과 유기적으로 연계되어야 하기 때문에 경호처도 상황실을 운영한다. 그런데 국방부 어디에 무슨 수로 한 달 안에 엄청난 예산과 노하우가 투입되어야 할 상황실을 만들 것인가. 경호처의 다수 요원들의 숙소와 체력단련 등 복지시설은 어디에 지을 것인가. 이런 사정을 잘 알면서도 김용현 본부장이 대책 없는 통보를 했다는 게 도무지 믿어지지 않는 것이다.
이런 소모적인 일을 강행하는데 윤석열 당선자와 그 측근들은 결사적이다. 말 그대로 미쳤다. 지금의 청와대를 더 개방하고 시민화하면 해결될 일을 굳이 이런 식으로 강행하는 그 무모함에 놀라지 않을 국방부 직원과 합참 장교는 없다.
이 정도로 그치라. 더 나가면 위험해 진다. 이건 진심으로 하는 충고다.
출처 | https://www.facebook.com/100001530192185/posts/523256692347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