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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월주의
게시물ID : panic_8721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Naks
추천 : 12
조회수 : 2488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6/04/11 20:5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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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2094년. 마침내 신의 존재가 발견됐다.

미친듯이 가속됐던 과학의 발전은 결국 지구는 물론 미지의 영역인 우주까지
광범위하게 파헤쳤고, 우주를 넘어 절대미지의 영역인 '영적인 존재'에 대해서까지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그리고 마침내, 신이 발견됐다.



이 발견은 인류의 가장 거대한 발견이자,
그 무엇과도 비교 할 수 없는 위대한 업적이었다.
여러갈래로 갈려 각자의 신을 섬기던 수 많은 종교들도
결국 하나로 화합해 '증명된 신'을 믿는 종교로 통일됐다.

종교분쟁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으며, 무신론자도 모두 사라졌다.
거리 곳곳에 설치돼있는 대형 스크린용 홀로그램은 모두 신의
존재가 파헤쳐지는 지금의 이 상황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모든방송과 모든매체들이 일제히 모든 기존프로그램 가동을 중지시키고
이 경이로운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신의 전당 앞을 촬영중이었다.

현 인류중 가장 현명하고 위대하다고 손꼽히는 10명의 현인들이 
인류대표로써 신을 만나러 가기 위한 사절단으로 선정됐다.

그들이 신의 영역에 들어간 순간, 세상 모든 이들이 모든 것을 멈추고 이 놀라운 광경을 지켜봤다.
일을 하고 있는것은 오로지 극도로 발달된 인공지능 로봇들 뿐이었다.

"드디어 인류가 엄청난 발전을 이룩한 이래 절대자, 신을 만나게 됐습니다"

"지금!! 지금!! 신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당의 거대한 빛 기둥이 양 갈래로 갈라지며, 그 사이에서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할 수 없는 어떠한 존재가 천천히 걸어나왔다.

그것은 빛 그 자체였지만, 신기하게도 형태를 알아볼 수 있었다. 
빛 자체임에도 불구하고 얼굴의 굴곡, 몸의 굴곡이 보이는 이 말도안되는
광경에 모든 사람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사람들이 무엇보다 경악하고, 한편으로 기뻐했던건, 바로 신의 모습이었다.
과거부터 쭉 이어져왔던 인간의 끝없는 질문,

'과연 우리는 신이 만든 특별한 존재인 것인가?'

'왜 인류만이 다른 생물체와는 다른것인가?'

신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 의문도 서서히 풀려갔다.

"신이....신이...!인간을 닮았습니다!!!!!"

"드디어!!드디어 우리 인간이 신에게 선택받았다는 것이 증명되는 순간입니다!!"


와아아아아아아!!!!!!!!!!!!!!!!!!!!!!!!!!!!!!!!!!!!!!!!!


신이 모습을 드러냄과 동시에 전 세계는 광란의 도가니에 빠졌다.

신이 빛의 기둥으로 이루어진 곳 사이에 서서 대표사절단 10명을 아래로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는 알 수 없는 기운이 감돌았다. 
인류로써는 도저히 이해 할 수 없는 기운.

[그래...인간들이여...결국 나를 찾아냈구나. 나에게 궁금한 것이 있는가?]

사절단들은 신의 목소리만으로도 온 몸이 벅차오름과 동시에 사지가 떨리는 것을 느꼈다.
사절단 중 한명이 용기를 내어 인류를 대표하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로봇과학기술 발전분야에서 가장 위대한 업적을 갱신하고 있는
이치노에 토가미라는 일본 여성과학자였다.

"전지전능하신 신이시여. 미천한 인간이 위대한 존재를 뵙습니다.
지금껏 당신을 찾게된다면 꼭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었습니다."

[말하라]

"신께서는 이미 알고계시겠지만, 저희는 이미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이
높은 경지에 다다르러, 마침내 인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존재를 만들었습니다."

[...]

"인류가 가장 걱정하는것은, 나중에 저 인공지능들이 자아를 가지게 돼,
인류를 위협할수도 있는 지경에 이를 수 있는가입니다."

[그럴 일은 없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모든 이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인공지능의 인류위협에 관한 문제는 이미 20년도 전부터 꾸준히
문제가 됐던 인류의 가장 큰 골칫거리중 하나였기 때문이었다.

다음 질문으로는 자연과학의 정수를 보여준 대환국(북한과 남한이 통일된 국가)의 
천재과학자 정석호박사의 질문이었다.

"신이시여, 저희는 엄청난 발전을 이루었지만, 아직 우리가 어떻게 '인간'이라는
존재가 됐는지는 정확히 증명해내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정말 신께서 창조한
창조물입니까? 아니면 유인원에서부터 진화한 것입니까?"

[너희는 진화를 거듭해서 인간으로 태어났다]

또 다시 전 세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신의 발견은 말 그대로 인류에게 가장 큰 문제들을 모두 해결해주는 위대한 만남이었다.

그렇게 차례차례 나머지 사절단들의 질문과 신의 대답이 오갔다.

이 모든우주를 당신 혼자서 창조해낸 것인지, 세상은 어떻게 창조되어 간 것인지 등 각종분야에 질답이 오갔다.



마지막으로, 인류의 영적상승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정신적 지주.
인도의 고승 에네브 라울의 차례였다.

"신이시여, 이제 마지막으로 묻습니다."

"신께서는 저희 인간과 정말 닮으셨군요. 건방지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저희 인류는 정말 당신에게 선택받은 존재인것입니까??
그렇지 않다면 어째서 저희는 당신과 그리도 닮은것입니까?"

[그렇다. 내가 너희를 선택했다]

모든이들이 신의 이 대답에 벅찬 환희를 느끼던 그 때였다.

"그, 그럼 신이시여!"

[말하라]

겉잡을 수 없는 환희에 가득 찬 한 현인이 위대한 존재 앞에서 
순간 판별력을 잃어버리고 서투른 질문을 던졌다.

"겨..!결국!우리는 우월한 존재였던 것이군요! 당신의 선택을 받은!"


"저..!!저런 경박한!!"

"당신 미쳤어??!!"

곳곳에서 탄식섞인 헛바람소리가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다들 그의 파격적인 행동에 놀람을 금치 못했다. 

허나, 그들 역시도 느끼고 있었다.

이 질문이야말로 사실상 인류가 가장 듣고싶어했던 질문이며, 답이었다는 것을.


그러나 정작 그 질문을 받은 그의 표정엔 그 어떠한 동요도, 감정도 들어있지 않았다. 
그것은 무심, 그 자체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것을 마음속으로 느낄 수 있었다.

신은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말을 꺼냈다. 

[우월하다라...]


[너희는 우월하지 않다. 나는 너희를 창조했고, 선택했다고 했지 단 한번도 너희를 우월한 존재라고 한 적은 없다.]


"그, 그런..."


[그저 너희 인류가 진화하기전 수 많은 종류의 생명체를 만들었고, 그 중 한 개체의
생명체를 선택해 나의 권능을 일부 부여하였다. 그것이 너희 유인원, 인간이다.]

[너희에게 부여한 '사고할 수 있는 능력', '신의 모습을 닮아가는 진화능력'. 그것들 상상력과 창의성으로 
발전을 이룩했고, 너희 인류를 나와 비슷한 형상으로 만들어주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지.]

[하지만 너희는 나의 의도와는 다르게 진화했다. 상생과 공생, 화합과 사랑으로 평화와 안녕을 
기원해야하는 너희들은 각종 악을 저질렀으며, 약한자를 핍박하고, 다른생명체들을 학살했다.
유희를 위해 생명을 유린했다. 너희들이 말하는 그 '우월하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말이야]

[너희는 실패작이다. 그래서 나를 발견한 지금 이 순간, 나는 너희를 멸망시키고 다시 새로운 종에게 
이 '권능'을 부여할 것이다. 너희 유인원은 나의 권능에 대한 순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그 말이 끝난 후, 신의 양 손이 천천히 앞으로 들렸다. 

엄청난 빛의 광휘와 함께 모든 인류가 그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 날, 인류는 멸망했다.
















...........................












피빗!!













전 세계곳곳에 홀로그램 스크린이 켜지며 모든 이들이 그 곳을 쳐다봤다.
검은 코가 멋지게 번들거리는 그들의 얼굴에는 환희가 가득 차 있었다.


구원후 803년, 마침내 신의 존재가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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