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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을 원문이랑 같이 읽다가 궁금한 점이 생겼는데요.
게시물ID : readers_247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trichor
추천 : 1
조회수 : 61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11 16: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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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int'라는 단어에 여러 가지 뜻이 있잖아요. 그 중에서 '(필름을 인화한) 사진'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요? 아니면 그런 뜻으로 사용되는 특정한 상황이 있다거나. 제가 궁금한 부분이 이 단어와 관련 있거든요. 간단히 설명을 드리면,

제가 읽은 작품은 「춤 좀 추지 그래?」입니다. 연인 또는 부인이 떠나버린 집에 혼자 남은 남자가 어느 날 자신의 집 앞마당에 모든 가구와 살림살이를 내다 놓고 yard sale(개인 주택의 마당에서 사용하던 물건을 파는 것)을 하는 내용이에요. 이때 남자가 앞마당에 내다 놓고 팔려고 하는 물건들은 전부 연인이 떠나가기 전, 연인과 행복하게 사랑하던 시절의 것들입니다. 물건 하나하나에 추억이 담겨 있어요. 따라서 남자가 이 물건들을 전부 팔아버리기로 했다는 건, 혼자 남겨진 후 차마 정리하지 못했던 "끝나버린 사랑"을 이제 완전히 정리하겠다는 걸 의미합니다. 마지막 남은 추억까지 전부요.

작품의 초반에 남자의 집 앞마당에 놓여 있는 물건들이 묘사됩니다. 그 중에는 책상도 있어요. 이 부분의 원문과 번역본을 옮겨 볼게요.

"The desk was pushed against the garage door. A few utensils were on the desk, along with a wall clock and two framed prints."
"책상은 차고 문 앞에 밀쳐져 있었다. 벽시계와 액자에 끼운 판화 두 점과 함께 가재 도구 몇 가지가 책상 위에 놓여 있었다. "

제가 궁금한 부분은 볼드표시된 부분입니다. 책상이 차고 문 쪽으로 세게 밀쳐져 있다는 게 묘사되거든요. 그러면 궁금해지죠. 다른 가구들에서는 특별한 점이 없었는데 왜 책상을 옮길 때에는 갑자기 힘이 들어갔을까? 왜 책상을 차고 문 쪽으로 밀쳤을까? 무언가 화가 치밀어 올랐을까? 라는 궁금함이요. 다음 문장에는 책상 위에 놓여진 물건들이 묘사됩니다. 가재 도구 몇 개와 벽시계 그리고 액자에 끼운 판화 두 점이요. 여기서 번역본은 'print'라는 단어를 '판화'라고 번역했어요. 그런데 저는 혹시 'print'라는 단어가 '인화된 사진'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당연히 제가 틀린 걸 수 있어요. 제가 넘겨짚기를 잘하거든요) 만약 책상 위 액자 두 개에 들어 있던 게 사진이라면 그 사진은 아마도 남자가 자신의 연인과 헤어지기 전, 두 사람이 행복하던 시절의 순간을 담고 있을 거예요. 책상을 나르다가 또는 책상 위에 액자를 올려놓다가 무심코 액자 속 사진을 바라본 남자는 갑자기 화가 나 책상을 힘껏 밀칩니다. 저는 이런 생각을 했거든요. 'print'라는 단어가 복수형으로 표현될 때 '흔적'이라는 뜻이 생긴다는 것도 흥미롭고요. 떠나간 연인의 '흔적'을 발견하고는 고통스러워진 마음을, 책상을 밀치는 행위로 표현한 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영어를 잘 하지는 못해서요. 위에 발췌한 원문에서 'print'라는 단어를 '사진'이라고 번역을 할 수도 있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너무 자의적으로 해석한 걸까요? 해석의 여지가 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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