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창작주의/소설주의]베오베 랜덤초능력 보고 적어봅니다.
게시물ID : freeboard_13025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사람도먹는
추천 : 1
조회수 : 20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6/04/10 22:02:07
옵션
  • 창작글
 
이하 무지하게 오글거리는 창작 소설이 있습니다...... 오덕주의 중2병주의 오글주의 해주세요.
 
 
 
 
 
 
 
 
 
 
끈적하게 느껴지는 손바닥을 옷에 거칠게 문지르며, 나는 모니터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모니터에 띄워진 화면은 인터넷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듯한 아구몬 짤방... 수험생을 엿먹이기로 유명한 그 아구몬 짤방이다.
줄어드는 시간만 뚫어지게 바라보느라 목에서 땀을 흘리면서도, 왜인지 지금 쳐다보고 있는 게 이런거라니 하는 생각에 마른 웃음이 났다.
 
1년 전, 나는 초능력을 손에 넣었다.
유머 사이트에 올려진 장난같은 글, '초능력 랜덤상자'
덧글을 달면 랜덤으로 초능력을 얻을 수 있다는 글
장난스러운 글과 댓글을 보며, 나도 가벼운 마음으로 댓글을 달았다.
[이모~여기 1인분이요~]
그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단 댓글. 그리고 달린 나의 초능력
[1년동안 현자타임을 유지하면 2d 캐릭터 한명을 10분동안 현실세계로 소환하는 능력 x1]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어째서였을까.
누가 봐도 장난인 글과 장단을 맞추는 덧글들, 할 일이 없을 때 괜히 해보는, 진단테스트같은 아무 의미 없는 댓글
그런 댓글인데, 왜일까. 숨이 멎는 것 같았다.
 
호흡이 돌아왔을 때, 나는 어째서인지 바로 인터넷 창을 꺼버리고 말았다. 인터넷 창을 끄고, 노트북 전원을 끄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그렇게 눈 앞을 깜깜하게 만들고 나서야 마른 웃음을 내뱉었다.
마치 지금, 모니터에 비춰지는 카운트 다운을 바라보고 있는 스스로를 바보같다고 비웃는 것과 같은, 마른 웃음.
 
반년이라는 시간이 흐를 동안, 내가 그 글을 다시 보는 일은 없었다. 사실은, 지금까지도 그 글을 다시 보지 않고 있다.
머릿 속에서 그 짧았던 장난같은 초능력을 지워버리고, 떠올리는 일도 없이 매일을 보내던 어느 날, 매년 그래왔듯 1년 후 같은 시험을 치게 될 후배들을 놀리는 듯한 카운트 다운을 보았다.
장난스러운 그 짤방을 보면서 내가 떠올린 것은, 어째서인지 내게 존재하지도 않을 초능력이었다.
 
'이런 장난에 속는다고 해도,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잖아?' 바보같은 생각이었다.
하루...이틀... 시간이 흐르고, 자릿수가 바뀌기 시작할 무렵부터, 어째서인지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1년이라는 시간이 무척이나 길게 느껴지면서도,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 스스로를 비웃었다. "바보같아" 소리내어 말하면서도, 스스로에게 바보라고 말하는 자신은, 다시 그 카운터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었다.
 
1년까지 남은 시간은 앞으로 1분... 1분이다.
1분이 지나면, 아마도 1년동안의 바보짓이 아무 성과도 거두지 못 한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애초에 거둘 성과가 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어째서 난 항상 이런 바보같은 일에 열심인 걸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은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러나 아마도 이 바보같은 짓 때문에, 오늘도 바로 컴퓨터를 끄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게 될 것이다.
그러고는 내일 또 다시 생각하겠지 '어젯밤에 아무것도 못 했어. 바보같은 짓을 했어'라고.
 
30...29...28...
모니터를 응시하고 있던 탓에, 눈이 아파져 왔다. 눈을 감자 머릿속에 떠오르는 한 남자. 아니 캐릭터.
미카즈키 하루나. 이름 그대로 가느다란 초승달처럼 덧없는 사람. 그의 설정은 유폐된 병약한 가문의 장남. 가문을 잇지 못하는 것을 이유로, 덧없다는 뜻의 여자이름을 받고, 자신이 머물고 있는 별채만이 세상의 전부인... 주인공이 아니었기에 그는 성우가 존재하지 않는 캐릭터였고, 그렇기에 더욱 덧없었다.
나는 그를 만나고 싶었던 걸까. 그렇게까지 좋아하고 있는 걸까.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는 걸까.
 
어째서인지 눈물일 날 것 같았다. 나는 미카즈키 하루나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 캐릭터를 사랑하는 건 아닐것이다. 그러나, 내가 아는 2d의 세계에서 누군가가 현실세계로 불려나온다면, 그건 미카즈키 하루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의 세계를 넓혀주고 싶었다.
바보같은 생각이다. 감상에 젖었어. 이 나이에 중2병이구나. 나는 1년동안 자신이 해 왔던 생각 중 가장 바보같은 생각을 털어버리기 위해 거칠게 머리를 저었다.
그 순간
 
정수리 위에서 느껴지는, 사람의 온기.
믿을 수 없었다. 나는 자취를 하고 있다. 이 방엔 나 혼자 뿐이다. 설마...설마.......
미카즈키는 달빛을 받아, 마치 그 자신이 달인 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아니, 빛은 나지 않았다.
작품속에서 그가 언제나 입고있던, 단정한 기모노, 그 소매끝이 이마에 닿았다.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내 눈앞에 있었다.
 
좋아하는 캐릭터가 현실에 나타난다면 무얼 할까.
친구들과 이러한 이야기를 해본 적이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캐릭터는 츤데레에 싸가지도 없는데다가 칼싸움 하는 캐릭터니까, 자기소개 하기 전에 목이 달아날지도 모르지
그래도 아마, 아마 너무 좋아서, 칼을 뽑을 때까지 아무것도 못 하지 않을까' 친구가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내 앞의 미카즈키 하루나는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내가 누구인지 묻거나, 여기가 어디인지 묻거나, 혹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거나.
그는 단지, 이름처럼 아련하게, 금방이라도 사라질 듯이 의자에 앉은 나를 아래로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내 상상력이 부족해서, 미카즈키 하루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걸까.
 
아니야, 그는 원래부터 그러한 캐릭터였다.
주어진것이 아무것도 없었기에, 요구하지 않는, 반응하지 않는 그런 캐릭터.
그는 충실하게 주어진 설정 그대로의 미카즈키 하루나였다. 내가 좋아하고 있는, 좋아하는 만큼 안타까워 한 안쓰러운 그였다. 
나는 그런 그를 앞에 두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문득, 나는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시간은 내게잇어 마치 멈춘 것 처럼 느껴졌지만, 카운터는 0을 넘겨 다시 1년을 세고 있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나는 주어진 10분동안 스스로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임을 깨달았다.
미카즈키 하루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그를 앞에 둔 나도 그에게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감았다.
미카즈키 하루나는 사라질 것이다. 머릿속에서는 서브컬쳐 작품들의 장면들이 재생되고있었다.
그는 어떠한 모습으로 나타나, 어떠한 모습으로 사라질 것인가. 찬란한 빛과 함께 모습을 보이지 않게 되거나, 마치 지우개로 지운것처럼 사라지거나,
혹은 달빛처럼 아련하게 흩어질지도 모른다.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그가 나타난 모습도, 사라질 모습도 알고싶지 않았다.
정수리에 닿아있던 온기가 사라졌다.
 
나는 그의 세계를 넓혀주고 싶었다. 작품 속의 그는 결국 죽을 때 까지, 자신이 살고 있는 별채를 벗어 날 수 없었다. 시중드는 이가 있어, 방 밖을 나오는 일조차도 드물었다. 그런 폐쇄된 우리 안에서 살아가던 그는, 결국 자신이 이름인 미카즈키, 신월처럼 아스라히 지고 말았다.
이 세계에 불려나온 그에게, 새로운 세계가 생겨났을까. 나는 정말 존재하지 않는 것을 현실로 끌어낸 것인가. 내가 만난 것은 누구인가.
 
나는 유머 사이트에서 초능력을 손에 넣었다. 1년의 시간을 대가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현실세계로 불러들였다.
카운트다운은 또 다시 1년을 세어가고 있었다.
이 초능력이 사라질 때까지, 나는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내년, 또 다시 만나게 될 당신이 존재할 지는 모르지만, 나는 바보같은 짓을 하기로 결심했다.
언젠가, 이불 속에서 후회하게 될 날이 온다 하더라도
 
 
 
 
 
 
 
 
랜덤 초능력글을 보면서 웃다가, 갑자기 2d캐릭터 현실소환이라는 초능력에 꽂혀서 쓰게 되었습니다.
뻘글 똥글이라 자유게에 썼어요.... ;ㅅ;
원글 작성자인 '짱우'님과, 본의아니게 제 입장에서 쓰느라 오덕이 되신 '휘몰아치는'님 죄송합니다ㅠㅠ
덧글읽는순간 창작욕구가 끓어올라서....ㅠ
이런 글 보기 괴로우시다면 삭제하도록 하겠습니다!
 
 
ps. 미카즈키 하루나 라는 일본식 이름에 기모노라는 설정이 왜색이 짙은데... 그럴싸한 이름 짓기엔 일본이름이 편해서...(한자놀음) 그렇게 되고 말았습니다. 게다가 주인공을 덧없어지게 만드려다보니.. 아마 배경은 옛 일본이 아닐까 싶어요(생각없음)
주인공이 본 작품이 대체 뭐길래 사람을 저리 별채에 가둬두는 건지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뭔가 덧없덧없하려다보니 그만...
중2병 느낌 물씬나는 글이라 묘사하지 않았는데, 주인공은 어떻게 조건인 1년간 현자타임을 유지한걸까요...
 
이런장문의 저퀄글을 올리게 되서 죄송합니다ㅠㅠ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