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얼마 전 술에 취해서 핸드폰을 잃어버렸다. 방전이 된 건지 연락도 먹통이었다. 분실 신고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쩌지도 못하고 넋이 나가 있던 내 모습이 안쓰러웠던 건지 동생이 내게 방법을 알려줬다. 구글에서 안드로이드 기기 관리자를 사용하면 핸드폰 전원이 꺼지기 전 마지막 위치를 확인할 수 있다는 거였다.
세상에. 이걸 또 구글이.
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구글만 하면 된다는 걸까. 나는 구글의 끝모를 기능에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하긴 모든 솔루션은 구글로 통한다는 격언을 만들어 낸 대학생들의 영원한 친구이자, 인류 역사상 가장 어려운 논리게임까지 파훼한 인공지능을 만든 스카이넷의 첨병 구글이라면, 까짓 핸드폰 위치추적 정도야 별 일 아닐 거라는 어떤 합리성이 느껴졌다.
구글을 켜 보니 과연 안드로이드 기기 관리자 항목이 있었다. 핸드폰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위치 검색을 클릭했고 곧장 위치 탐색에 들어간 구글은 잠시 후 내 핸드폰이 콩고민주공화국 루붐바시에 있다는 결과창을 내게 보여줬다.
02.
핸드폰을 찾은 건 그로부터 이틀 뒤였다. 어느 공짜폰이 성능이 좋나 찾아보고 있던 와중에 분실 신고된 핸드폰을 습득했다는 문자가 왔다. 슬슬 핸드폰을 찾는 걸 포기하고 있었을 때였다.
기계 주제에 주인도 제대로 해본 적 없는 밀당을 하다니. 그 잔망스러움에 아주 잠깐 울컥하는 느낌이 들었지만 소고기를 배터지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남아 있던 기기할부금이 떠오른 순간 그런 마음은 마블링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천만다행으로 핸드폰을 찾으러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은 없었다. 핸드폰은 생전 가보지도 않은 동네 경찰서에 분실품으로 보관되어 있었다. 솔직히 어떻게 거기까지 갔는지도 모르겠지만.
03.
핸드폰을 되찾고 나니 아무래도 이런 고생을 한 이유는 술을 마셨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기회에 술을 끊겠다고 결심하고 친구들과의 단톡에 다짐을 적었다.
"나 이제 술 끊으려고."
잠깐의 침묵 뒤에 친구놈들이 뜬금없는 고백들을 연이어 했다.
"나 로또 당첨됨."
"난 군대 다시 갈까봐."
"나 여자친구 생겼다."
갑자기 무슨 일들인가 싶었다.
"다들 뭔 소리야?"
"응? 오늘 만우절 아니었어? 카톡에 헛소리 써놨길래 만우절인지 알았지."
"날짜 헷갈리게 하고있네 어린놈이 버릇없게."
"말세야 말세. 이래서 빠른년생들은 거둬주면 안된다니까."
이놈들한테 정상적인 대답을 기대한 것부터가 잘못이었다.
"...아니 이것들아. 나 진짜로 술 끊는다고."
"그럼 난 물을 끊을게."
"난 공기를 끊을게."
"나무늘보 탭댄스 추는 소리 하고있네 미친놈이."
아무래도 술을 끊는 것보다 이놈들과 연을 끊는게 빠를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