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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온김에 생각나서 푸는 썰 (긴글주의)
게시물ID : humorstory_4449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탱이어멈★
추천 : 5
조회수 : 65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08 18: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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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일 때문에 서울에 있다가 X가튼 직장 때려치고 부모님과 함께 살던 안양으로 돌아와서
오랜만에 시내를 둘러보다가 갑자기 옛 추억이 떠올라 이야기를 풀어볼까 함.
 
때는 바야흐로 2010년 내가 꽃다운 낭만 18살때의 일임
나는 좀 덜렁거리고 조심성이 없는 성격 탓에
넘어지기, 부딪치기, 물건 부수기, 떨어트리기, 깜빡하기, 잃어버리기 등의 다양한 주특기를 가지고 있었음.
엄마는 나에게 '마이너스의 손'이라는 별명도 붙여주었으며 사회 초년생으로 일할 때도 어김없이 
대형 어항깨기, 키보드 분해하기, DSLR 몸통과 렌즈 반갈라놓기 등의 다양한 재주를 선보인 전적이 있음.
 
6년전의 나도 별반 다를 것이 없었음. 그 당시 사용하던 핸드폰은 5차례 잃어버리기도 했음.
(같은 핸드폰.... 그러나 5번을 다 찾음 ㅋㅋㅋ 개신기)
각설하고 오늘 풀어볼 이야기는 이 5번의 핸드폰 분실 사건 중 하나임.
 
그때 당시 사귀던 (전전전)남자친구와 주말에 시내에서 신나는 영화관 데이트를 즐기다가 집에 돌아가기 직전에
영화관 건물 아랫층에 있는 교O문고에 들러서 화장실에 다녀왔음. (안양인들은 어느 건물인지 알겠지)
때마침 건물이 닫을 시간이라 급하게 생리현상을 처리하고 (전전전)남치니와 인사를 나눈 후 버스에 탑승했음.
버스를 타고 한참 지났을까.. 알콩달콩한 연애문자를 보내려 핸드폰을 열심히 찾았으나 아무리 뒤져보아도
나의 소즁한 핸드폰이 보이질 않음 ㅠ_ㅠ
나는 화장실 칸막이 안에 들어가면 휴지통 위에 손에 있던 물건을 올려놓는 습관이 있음..
그  날도 핸드폰을 그렇게 고이 올려놓고서 그냥 나와버린것임.. (왜 나가기 전에 보질 못하니....ㅠㅠ..나란년...)
이 망할 습관때문에 물건을 두고와 다시 돌아가는 불상사를 여러 번 겪었으나
왜때문인지 지금까지도 습관을 고칠수가 없음 망할..젠장
 
아무튼..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버스를 갈아타고 다시 돌아가봤으나 이미 문을 닫아버린 건물.. 이런 망..
집에 돌아가서 애타는 마음으로 여러번 핸드폰에 전화를 걸었으나 받지를 않음.
나는 문을 닫았기때문에 아무도 줍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하고 내일 일찍 교O문고를 방문하기로 하고 잠이 듦.
 
다음날 집전화로 (전전전)남치니의 다급한 전화가 걸려옴. 누군가 내 핸드폰을 받았다가 끊었다는 것임.
나는 두근대는 마음으로 전화를 걸었음.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청소부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렸음.
 
: 여보세요? 저 핸드폰 주인인데요,
아줌 : 이거 교O문고 화장실 쓰레기통에 있던데.. 학생꺼요?
: 네네!!! 제가 지금 찾으러 갈게요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아줌 : 교O문고로 와, 그리고.. 어.... 저기....
 
아주머니가 잠시 말을 더듬으며 망설이다가 갑자기 결심한 듯 큰 목소리로
 
아줌 : 어~ 그.. 돈 갖고와
 
하고 말을하셨음..!!!!!!! 
 
: 네?(당황)
아줌 : 원래 이런거 찾아주면 거 돈 주는거야 알았지?
: 아.... 네......네
아줌 : 그래, 알았으니까 돈 가지고 와서 다시 전화해~
: 아....예....
 
아주머니는 끊기 직전까지도 수화기에 대고 '돈 가져와~~'하고 외치셨음.
지금이야 비싼 스마트폰을 찾아주는 대신 돈을 받는 사람이 꽤 있겠지만
그 당시에는 핸드폰을 되찾을 때 이렇게 직접적으로 금전요구를 하는 사람을 만난적이 없었음.
 
바로 그 전에 택시에서 잃어버렸을 때는 택시 아저씨께서 핸드폰을 충전해서 켜줘가면서
돌려주신것이 너무 감사해 당연히 사례를 해드려야겠다는 마음에 알바비를 탈탈 털어 귤 한박스를 사들고
택시아저씨네 집 앞까지 찾아간 적이 있었으나 이렇게 먼저 돈을!! 그것도 건물을 관리하시는 분께서!!
직접! 돈을 여러 번 외쳐가며!! 요구하시는게 나는 괘씸하고 너무 화가 났었음.
 
나란여자. 분노한 여자. 한다면 하는 여자.
집에서 가장 허름하고 낡은 옷을 찾아 입기 시작했음. 고심 끝에 낡은 카라티에 청바지, 구멍이 숭숭 난 10년된
스웨터를 걸치고 밑창이 다 닳은 운동화를 신은 채 복수의 칼을 바득바득 갈면서 교O문고를 향해 달려갔음.
건물에 도착해서 나는 아주머니에게 가는 대신 교O문고 직원을 찾아갔음.
 
: (최대한 작고 소심한 목소리로) 저....저기.....
직원 : 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저.. 오늘 오전에.. 화장실을 청소하신 분을..뵐 수 있을까요..?
직원 : (당황) 예? 화장실이요..? 무슨..일로..
: 아.. 아주머니께서 제 핸드폰을 가지고 계신데.. (고개를 푹 숙이며) 돈도..들고왔는데요..
직원 : (더 당황) 네?????? 아.. 잠.. 잠시만요
 
직원은 매우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데리고 사무실로 이동하였음. 이때부터
나는 가난하고 마음 약하고 착하고 순진하며 겁먹은 순수한 여학생의 표정을 연기하기 시작함.
사무실에서 남자 관리자분이 나에게 자초지종을 묻기 시작함.
 
: 아주머니께서.. 전화를 받으시더니.. 핸드폰을 찾으려면 돈을 들고 오라고..하셨어요..
(울먹) 그게.. 제가.. 돈이 있으면.. 드릴려고 했는데.....(울먹울먹)
 
관리자분은 살짝 화가 나신듯 '어휴'하고 한숨을 쉬며 잠시 천장을 바라봄. 그리고 당직표를 체크하며 범인은 찾기 시작함.
직원이 나에게 전화기를 빌려주며 지금 왔다고 통화를 해보라고 권함.
나는 전화를 걸었고 아주머니가 다시 받으심
 
: 여보세요?
아줌 : 어, 왔어?
: 네.. 그.. 어디로 가야되나요?
아줌 : 6층 여자화장실로 와~
: 네.... (뚝)
 
관리자 : 뭐래요?
: 6층으로 오래요..
관리자 : 갑시다.
 
관리자는 빠른 속도로 사무실을 나가며 작은 소리로 '죽었어' 라고 속삭이셨고 나는 그걸 들으며 마음 속으로 승리의 미소를 지었음.
그 순간 그분의 뒷모습이 어찌나 든든한지 ...^-^
6층 화장실에 도착하자 관리자가 작은 소리로 나 먼저 혼자 들어가라고 말씀하심.
나는 쭈볏거리며 화장실로 들어갔고 화장실 구석에 (기분탓인지) 무섭게 보이는 아줌마가 앉아서 나를 기다리고 계셨음.
나는 느린 걸음으로 다가가 "ㅎ..핸드폰주세요" 하고 말함
 
아줌마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는지 나를 위아래로 한참 훑어보더니 핸드폰을 돌려주었고 "농담이여" 하고 뒷수습을 하기 시작함.
그 순간 관리자가 들어와 아주머니에게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하고 호통을 치기 시작했고
나는 직원의 등 뒤에 숨어 상황전개를 지켜보게 되었음.
 
아줌 : 어유 그 농담이었다니까 그러네
관리자 : 농담이요? 그런 농담을 왜하십니까?
 
농담이었다니.. 이건 아니지 나는 뒤에서 고개를 빼꼼히 내밀어
 
: 전화 끊기 전까지 계속 돈 가져오라고 하셨잖아요!
 
하고 외친 뒤 다시 등 뒤에 숨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줌마는 당황한듯 아니라고 번복하고 관리자에게 한참 쓴 소리를 들은 후 살짝 토라진 목소리로 이제 청소하다가
물건같은거 있어도 안주울거라고 볼멘소리를 하고는 일을 하러 돌아감.
 
사건이 그렇게 종결된 후 관리자분께서는 이런 일이 생겨서 죄송하다며 나에게 사과하셨고
나는 끝까지 소심한 여학생 코스프레를 하며 아니에요. 정말 감사합니다. 하고 조용히 고개숙여 인사하였음 ^-^
 
그렇게 핸드폰을 되찾은 며칠 뒤 나년은 학교가는 버스정류장에서 핸드폰을 차도에 떨어트려
박살을 내었다고 함니다 ......
 
나름 재미있는? 인생 추억이었는뎁
쓰고보니 별로 노잼인것 같네여..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당 ㅎ_ㅎ)/
출처 나의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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