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개표 내내 힘들었습니다.
앞섰을 땐, 따라잡힐까봐 불안해서.
역진이 되었을 땐, 상실감으로 무너지며...
그럼에도 오늘은 오늘의 해가 뜨더군요.
글 쓸 생각은 1도 없었는데..
새벽 내내 올라온 글들을 읽다가 결국 이렇게 키보드를 두드리게 되었습니다.
30대의 시작 즈음에 이재명이란 인물을 알게 되어 그를 지지하며 달려온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의 정책은 참 한결 같았고, 말만 뱉은 여타의 정치인들과는 다르게 행동으로 실천을 해보였죠. 그가 단단해져가는 과정을 보면서 그가 경기도가 아닌 우리나라를 어떻게 운영하는지 너무 궁금해졌고, 기대가 됐습니다. 난생처음으로 정치인이 만들 미래가 궁금해졌던 순간이었습니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고...
역대급 비호감 선거다, 여론조사 박빙이다. 이런 여론을 보면서도 사실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대체 왜? 윤석렬이 보여준 것이 뭐가 있는데? 아니 10년 가까이 어떻게 일을 했는지 꾸준히 보여준 후보를 두고 대체 왜?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납득이 힘들었죠. 대체 사람들은 대통령이 뭐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그냥 빨가면 Go 인건가?
윤측에서 유세 현장에서 노골적으로 혐오를 조장하고, 분란을 야기하는 정책을 발표하는데도... 그들을 향한 굳건한 지지율을 보면서 마음으로 많이 무너졌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나라가 전세계의 주목을 받는 순간이 왔고, 선진국보다 더 나은 발걸음을 걷고 있는데 설마... 설마 뒤로 갈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뒤로 가더군요.
주가 조작을 한 것보다 초밥에 분노하는 사람들.
말도 안 되는 표창장 논란엔 한 집안이 무너졌는데, 수없이 많은 학력 위조에도 검찰조사도 제대로 안되는 것을 보며 또 한 번 마음이 무너졌습니다.
대체 사람들은 무엇을 보고 있는가.
한 번의 무속 대통령을 겪고도 무속인의 말을 듣고 손에 왕자를 새기고 오는 사람을 대통령으로 만들다니 참... 대단하다 싶었습니다.
세대의 분열을 조장하던 사람들은 남녀의 분열을 조장하고 있고, 사실 제가 느끼기에도 피부로 닿을 정도로 2030 남녀는 분열이 되어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더할테지요. 상상만해도 한숨이 나옵니다. 그들은 언제나 참... 강합니다. 그리고 해내더군요.
어제부터 많은 분들을 글들을 읽어보니 현 상황에 대한 환멸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그냥 놓아 버리겠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더군요.
사실, 저도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표 차이에 화가 나고 무효표에 화가 나고 정의당에 화가 났다가 2번을 지지했던 이들에게 화가 났다가... 에라이 관둬. 이 나라 어떻게 되던 말던....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우리가 노무현이 돼서 기뻐했을 때, 문재인이 돼서 기뻐했을 때, 그들이 정치에 대해 환멸을 느끼고 그냥 놔버렸을까. 정신이 번쩍 들더라고요. 됐어 됐어. 걔들이 뭐하든 말든 하고 신경을 껐을까... 아니더라고요.
환멸을 느끼며 돌아서길 가장 바라는 사람이 그들입니다. 우리의 무관심이 그들의 힘이 될테니까요.
박빙이었어요. 이 나라의 반은 이재명을 찍었습니다. 20여만표라는 말도 안 되는 차이로 당선되었습니다. 과반도 아닙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한 아직은 우리가 가진 힘이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말하고 싶습니다.
지치지 맙시다. 그리고 지켜냅시다.
우린 지치기엔 이르고, 아직 지켜낼 이들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바란 것들이 우리가 원하는 그림대로 이뤄진 적이 있었나요? 없었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그림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지 않지만, 그래도 방향을 잃지 않으면 결국엔 원하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지금 방향키를 놓아버리면 이대로 표류하게 됩니다.
다시 한 번 우리의 목적지를 생각해 봅시다
망망대해 바다에서 별일이 다 일어나죠. 그렇지만 풍랑을 맞으며 방향키를 놓아버리면 안됩니다. 정신 차리고 방향키를 꽉 잡아야 합니다.
지치지 맙시다. 그리고 지켜냅시다.
우린 지치기엔 이르고, 아직 지켜낼 이들이 있습니다.
대체 언제까지 우리가 뛰어야해? 하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어요.
아마, 평생일 겁니다. 왜냐면 정치란 것은 결국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으니까요.
우린 끝까지 싸우고 끝까지 지켜봐야 할 겁니다.
결국 정치의 시간은 우리의 생의 시간과 함께 흐를테니까요.
이 거지같은 레이스를 끝까지 달려온 이재명 후보에게 너무 고생했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그도 많이 지쳤겠지요. 미안한 마음이 크지만 전 그가 더 힘내서 달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전 아직도 그가 만들어갈 우리나라가 너무 궁금합니다.
미워하지 맙시다.
누군가는 미워하는 마음이 싸움의 원동력이 된다고 하는데, 미움의 밭에선 꽃이 피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이번 현상이 2번남 때문이라고 하지만 지금 이 상항을 2번남이 만들었다고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그쪽의 목소리의 일부일 뿐이죠. 그들이 저열하게 갈라치기를 하려해도 우리는 갈라치지 맙시다.
전 이번 2030 여성의 표심이 마지막에 집결한 것 너무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지치지 맙시다.
누구보다 지쳐있을 사람은 이재명일겁니다.
끝까지 잘 달려오고 잘 싸워준 그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겁니다.
마지막까지 잘 싸워준 그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지치지 맙시다.
놓지 맙시다.
너무, 너무 힘들면 잠시 쉬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다시 같이 갑니다.
지친 당신이 포기 해버린 것이 아닌 잠시 쉬고 돌아온다고 여기겠습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다시, 같이 갑니다.
모두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