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오유에 글쓰네요.
이게 무슨 일인지 싶기도 하고.. ㅎ
나름대로 오유에 많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오유에 남긴 몇 가지 콘텐츠 글과 이벤트, 댓글 등이 큰 사랑을 받기도 했습니다.
책게, 술게, 시게, 유자게, 동게 등등...
지금은 그렇게 자주 접속하진 않지만, 여전히 많은 애정이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예전부터 느꼈던 점들을 무작정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많은 분들이 모이는 곳이니 당연한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글은 그냥 독백이라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하루에 글을 많이 올리는 헤비업로더는 아닙니다.
그래도 가끔 쓰는 글들이 큰 사랑을 많았고, 몇 개는 감사하게도 성지라고 표현해주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글을 쓰지 않습니다.
사실 접속 건수도 크게 줄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재미가 없고, 불편하고, 무섭습니다.
업무적으로든, 사적으로든 오유 외에서도 많은 콘텐츠 제작해왔지만
그 중에서도 오유에 올리는 콘텐츠는 유독 힘이 듭니다.
물론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면서
전 채널의 콘텐츠가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는 추세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 많은 채널 중에서도 오유는 소비자들의 검열 수준이 매우 높습니다.
맞춤법, 문체, 구성, 로직, 감성, 정치색, 출처, 심지어 접속횟수까지..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오유는 콘텐츠 생산자에게 매력적인 채널이 아닙니다.
게다가 유저분들의 사후검열(?)도 있어 댓글과 같은 사후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하죠.
고료나 페이가 지급되지 않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의 콘텐츠 업로드는,
업무외 시간의 취미, 성향, 덕질, 오지랖, 노동 재생산 혹은 봉사나 애정일 것입니다.
한 마디로 잉여 생산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유(혹은 온라인커뮤니티)는 잉여 콘텐츠 채널인 반면, 검열 수준은 메이저 채널을 상회합니다.
즉 오유에 콘텐츠를 올리기 위해선 콘텐츠의 질과 양 문제를 떠나, 생산 피로도가 너무 큽니다.
몇 몇 글에서 일반 유저분들에게 가중되는 피로도 이야기가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생산자에게 더 크게 가중됩니다.
친목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오유는 친목에 유리한 커뮤니티가 전혀 아닙니다.
쪽지 기능도 없고, 소모임 기능도 없고, 채팅 기능도 없습니다.
물론 해당 기능의 부재는 친목에 대한 운영자님의 방침이었을 겁니다.
오유에 많은 콘텐츠를 올리면서 오유에서 친목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 적 없습니다.
네임드가 되겠다는 호승심도 없습니다.
그저 콘텐츠를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좋아해주면 그게 끝 입니다.
물론 몇몇 예외도 있지만 저를 포함한 많은 업로더, 생산자 분들의 마음도 동일할 것입니다.
행적학적으로 설명하면
많은 생산자 분들은 욕구 충족이 업적 달성을 가져온다는 사기士氣이론에 충실하는 반면,
네임드와 친목을 견제하는 유저 분들은 콘텐츠 생산자를 업적만족이론의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물론 오유에서 친목을 지양하는 이유가,
과거 네임드 유저들의 과신 오류를 통한 그릇된 사건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콘텐츠 생산자가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예전에 책게에서 오유 과거제를 진행하고, 벼룩시장에서 오유 헌책방 부스를 진행헀을 때,
그리고 술게에서 안동소주 칵테일 술먹방을 진행했을 때,
많은 분들이 저를 네임드 지향과 친목으로 몰아갔습니다.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사전에 충분히 설명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올라오는 의혹은 생산자를 피로하게 만들더군요.
분명 숙취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오유에서 네임드가 되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가나다라 민주주의 시를 써서 많은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저한테 인세 100원 한 장 들어오지 않습니다.
경제적으로 따지면 그냥 출판 하거나, 어디 대회에 출품해서 상금 타먹는게 훨씬 유리합니다.
게다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리는 콘텐츠는 몇몇 콘텐츠를 제외하면 업로드 순간, 가치가 떨어집니다.
출판사에 가서 "안녕하세요. 오늘의 유머 밀크대오인데요. 출판하고 싶습니다." 이런 거... 먹히지도 않아요..
차라리 제 실명이 더 값어치 있습니다.
별명이 네임드가 되어서 무엇을 하겠습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유에 올라오는 콘텐츠는 분명 수준이 있었습니다.
단순한 유머로 치면 웃대가 훨씬 재밌습니다. 대학 나오는 사람들이라 좀 틀리더군요.
하지만 오유의 콘텐츠는 더 전문적이고 깊이가 있습니다.
게시판의 세분화, 그 속에서 나오는 덕력의 힘은 엄청나죠.
흔히 말하는 프로츄어. 그 분들이 쓰시는 글은 타 분야라도 흥미롭고 재미있습니다.
만약 그 분들이 네임드가 되고 싶고, 친목을 하고 싶으시다면 오유에 글 안 씁니다.
차라리 해당 동호회에 가입해서 글 쓰고 활동합니다.
더 많은 정보 교류, 전문가 분들, 정모 활성화, 네임드 대환영. 그런 곳이 더 좋지 않을까요?
저 만해도 네임드나 친목하고 싶었으면 조주 동호회나 디시 술겔 가서 술먹방했을 겁니다.
아니면 디비디프라임도 괜찮았을 겁니다.
분명 시연회나 모임 협찬도 들어왔을 겁니다.
책게에서도 제법 활동했었는데, 사실 제가 좋아하는 책들은 사회과학이나 인문학입니다.
그럼 그냥 그런 학회에서 활동하게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유에 글을 쓰는 이유는 오유에 대한 애정과 단순한 정보/재미 제공의 측면입니다.
그것만 되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댓글 많이 달리면 더 좋겠죠.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셨다는 거니까요.
저 뿐만 아니라 많은 글쓴이 분들 역시 그럴 겁니다.
글쓴이 뿐만 아니라 좋은 글을 퍼오시는 분들 역시 마찬가지 겠죠.
스크랩과 펌은 온라인커뮤니티의 장점 중 하나니까요.
이게 장점인 이유는 콘텐츠의 확산과 재생산을 유리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걍 편하게 갖다 나를 수 있는 거.
그런데 오유에서는 그 조차 힘듭니다.
과도한 출처 재확인, 그로 인한 사후검열까지.
오유는 온라인커뮤니티 치곤 좀 멀리 갔습니다.
이제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많은 분들이 공감하시겠지만
온라인커뮤니티는 그 자체로 하나의 독립된 사회입니다.
이론을 들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실 겁니다.
그 속에서 유저들은 유기적인 사회를 구성하고,
오프라인과 구분된 문화와 질서를 만들어 갑니다.
심지어 규범과 경제, 독창적인 언어도 만들어갑니다.
저는 현재 오유가 온라인 사회의 문명발달에서 중요한 시기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현실 역사와 빗대어 설명드리고 싶은데 그러자니 논문을 써야할 것 같아서...
암튼 이론적으로도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걸 일반적인 사회학으로 접근하면 좀 힘들어집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분명 오프라인과 다른, 전혀 별개의 사회임으로
구성과 형태 역시 새롭게 접근해야 합니다.
문제는 유저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합니다.
온라인커뮤니티의 문화와 질서는 오롯히 해당 사회의 특성이 부합된 상태에서 진화되어야 합니다.
오유의 특성, 정체성은 물론, 온라인에 대한 이해도 수반되어야 합니다.
그것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커뮤니티는 온라인의 장점을 전혀 살릴 수 없는 곳이 되어버릴 겁니다.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정보교류/콘텐츠확산/콘텐츠재생산 등
적어도 지금의 오유에선, 위와 같은 온라인커뮤니티의 장점이 과도한 자체 검열로 인해 전혀 부각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접속자 수가 낮아지고 콘텐츠의 양이 적어지고...
무엇때문일까요.
피로도?, 시게의 범람?
그냥 현재 오유에서 온라인 커뮤니티의 장점이 급속히 사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만 더 쓰고 글을 정리하겠습니다.
보편적으로 하부 사회는 상부 사회의 규범이나 질서를 바탕으로 정립됩니다.
즉, 온라인 사회라 하더라도 현실 대한민국 사회에서 통용되는 질서를 바탕으로 정리됩니다.
그래서 온라인 사회에서도 나쁜 놈은 욕 먹고 나쁜 질서가 있으면 배척합니다.
그런데 일부 유저 분들은 오유라는 하부 사회의 특성에 지나치게 몰입되어
종종 상부 사회의 개념을 배제하시곤 합니다.
짧은 텍스트와 이미지로 소통이 이루어지는 사회 특성 상,
커뮤니케이션 역량의 저하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수의 규범이 무시되고 겉으로 드러나는 하나의 로직에만 집중되기도 합니다.
댓글에서 나타나는 로직은 일면 그럴 듯해보지만 파고 들면 허접하기 짝이 없는 의견으로 여론을 몰아가시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면 무죄추정의 원칙이나 표적수사에 대한 개념은 안드로메다로 가버립니다.
자제 했으면 합니다.
진심입니다.
얼마나 더 다쳐야 합니까.
예전에 운영자님께서 쓰신 글 중에 그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자기는 오유 분들이 무섭다고..
저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그래서 글 안씁니다.
저의 글은 여기까지네요.
너저분한 독백이었습니다.
이런 생각도 있구나 정도로만 봐주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