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영화리뷰] '맨 오브 스틸' 새롭게 탄생한 슈퍼맨의 어두운 신
게시물ID : movie_1197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2
조회수 : 1347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3/06/12 20:04:29


'슈퍼맨'은 미국을 상징한다. 파란색과 빨간색이 어우러진 그의 복장은 누구나 알 수 있듯 성조기에서 유래했다. 로마 제국처럼 독수리를 국조(國鳥)로 삼아 여러 상징으로 활용하는 미국의 모습에서 엿보이는 비상에 대한 욕망은 하늘을 마음껏 날아다니는 슈퍼맨으로 인격화되었다. 높은 도덕성을 지닌 고결한 존재이자 신화로 꾸며진 슈퍼맨은 미키마우스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미국의 캐릭터다.

1938년 제리 시걸(스토리)과 조 슈스터(그림)라는 두 명의 10대 청소년의 상상력에서 탄생한 슈퍼맨은 수십 년이 지나는 동안 꾸준히 새로운 창작의 손길을 거치고, 재해석을 가미하며 생존했다. 슈퍼맨의 신념과 자경단 같은 행동은 대공황과 급속한 도시화가 빚은 도시 범죄의 증가에 정면으로 맞섰다. 세계대전 때엔 애국심의 상징으로, 고속 성장의 시기엔 국력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던 슈퍼맨의 역사는 미국 현대사와 맥을 같이 한다.

크리스토퍼 리브가 주연을 맡고,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존 윌리엄스의 음악으로 친숙한 리처드 도너 감독의 <슈퍼맨>(1978)의 등장 배경도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월남전의 피로가 극심했던 1970년대 중반, 할리우드가 만들어낸 일련의 작품은 시대와 밀접한 관계를 형성했다.

할리우드는 1976년 <록키>에 아카데미 작품상을 주며 아메리칸 드림을 설파했고, 1977년엔 <스타워즈>와 <미지와의 조우>로 우주를 바라보며 다시 꿈꾸자고 했다. 1978년에 개봉한 <슈퍼맨>은 월남전의 트라우마를 미국의 상징으로 치유하려는 움직임이었다.

▲  <맨 오브 스틸>의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

관련사진보기


<슈퍼맨> 1~4편, <슈퍼맨 리턴즈>, 그리고 <맨 오브 스틸>

슈퍼히어로 영화의 전형을 제시했던 <슈퍼맨>은 <슈퍼맨 2>(1980)까지 순항했다. 그러나 <슈퍼맨 3>(1983)과 <슈퍼맨 4-최강의 적>(1987)으로 점차 몰락의 길을 걷는 동안 '람보'와 '록키'가 미국의 상징을 대신했다. 슈퍼히어로 장르의 주역도 세기말의 불안과 어울리는, 혼돈의 도시 고담을 지키는 배트맨으로 자연스레 이동했다. 그렇게 슈퍼맨은 하늘에서 내려왔다.

슈퍼히어로 장르는 2001년 9·11 테러라는 전대미문의 사건을 겪으면서 새로운 형국으로 접어들었다. 영웅를 갈망하는 사회 분위기는 슈퍼히어로를 극장가로 소환했다. 시대의 요구에 응답한 슈퍼맨은 2006년에 브라이언 싱어의 <슈퍼맨 리턴즈>로 돌아왔다. 

현실의 헌신적인 영웅 행위를 접한 사람들은 슈퍼히어로에게 용기에 함께 인간적인 고뇌를 요구했다. 사람들은 추락하는 비행기를 손으로 막아내는 슈퍼맨에게 박수를 보내기보다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 질문했다. 현실적인 영웅을 찾는 관객 앞에, <슈퍼맨>(1978)을 향한 사랑만 가득했던 <슈퍼맨 리턴즈>는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다시 떨어졌다.

<배트맨 비긴즈> <다크 나이트> <다크 나이트 라이즈>으로 대성공을 맛본 워너브라더스와 DC코믹스는 <슈퍼맨 리턴즈>를 잊고 다시금 슈퍼맨의 비상을 준비했다. '배트맨' 3부작으로 슈퍼히어로의 심리를 추적한 크리스토퍼 놀란이 제작과 각본을 맡고, <300>과 <왓치맨>으로 유명한 잭 스나이더가 감독을 맡은 새로운 슈퍼맨 영화 <맨 오브 스틸>은 이전의 슈퍼맨이 날았던 경로와는 다른, 새로운 비행경로를 선택했다. 

▲  <맨 오브 스틸>의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

관련사진보기


지구를 선택한 슈퍼맨에게 더해진 성경의 요소들

제목부터 슈퍼맨의 다른 애칭인 '맨 오브 스틸(강철의 사나이)'로 정한 영화 <맨 오브 스틸>은 존 윌리엄스의 음악과 결별한다. 또한 렉스 루터는 자취를 감추었고, 슈퍼맨의 약점인 크립토나이트는 등장하지 않는다.

로이스 레인(에이미 애덤스 분)의 멜로 요소도 대부분 제거했기에 가르마를 바꾸고 안경을 쓰면 슈퍼맨인지 못 알아보는 로이스 레인도 없다. 도시의 여러 곳을 누비며 당연한 듯 도움을 주던 슈퍼맨 대신 <맨 오브 스틸>은 "왜 슈퍼맨은 지구를 선택했는가?"를 묻는다.

슈퍼맨(헬리 카빌 분)의 아버지 조엘(러셀 크로우 분)은 아들에게 '자유 의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크립톤 사회가 멸망한 이유를 태어날 적부터 모든 것이 정해져 있는 자유 의지의 박탈로 바라본 조엘은 아들에게 실패한 역사를 딛고 일어서라고 말한다. 반면에 조엘과 맞서는 조드(마이클 섀넌 분) 장군은 크립톤 행성의 생존은 최고의 목표로 삼는다.

영화 속 조엘과 조드는 선악으로 구별할 수 없는 인물이다. 영화는 어떤 선택이 옳은가를 따지지 않는다. 조엘은 슈퍼맨에게 "어떤 사람이 될지도 네가 정하는 것이다. 좋은 사람이든, 나쁜 사람이든 넌 세상을 바꾼다"고 말한다.

<맨 오브 스틸>은 지구의 편에 설지, 아니면 크립톤의 편에 설지 갈등하는 슈퍼맨의 모습을 통해 신에 가까운 능력을 소유한 능력자가 지구를 침략하는 자가 아닌 지구와 공존하는 자가 되는, 이기적일 수 있는 존재가 이타적인 존재로 남는 과정을 보여준다.

여기에 가미된 것은 성경의 요소다. 성경을 일정하게 차용했던 슈퍼맨의 원작 설정보다 한층 과감하다. 슈퍼맨을 넘기라고 요구하는 조드 장군의 제안에 응하는 지구인의 모습은 예수를 팔았던 유다와 판박이이며, 슈퍼맨이 의식 속에서 조드 장군과 만나는 장면은 광야에서 예수가 사탄의 시험을 받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슈퍼맨이 신부에게 고민을 털어놓는 장면까지 등장할 정도로 <맨 오브 스틸>은 '성경'의 이미지를 빈번하게 사용한다.

▲  <맨 오브 스틸>의 한 장면
ⓒ 워너브라더스

관련사진보기


어두운 시대가 소환한 그늘진 슈퍼히어로들

크리스토퍼 놀란과 각본가 데이빗 S.고이어는 <슈퍼맨 리턴즈>가 못한 "왜 슈퍼맨은 그런 행동을 하는가?"란 질문을 <맨 오브 스틸>에서 던진다. 그러나 이야기를 복잡하게 꼬아대다가 마지막에 흐지부지 마무리 짓는 통에 정작 슈퍼맨이 지구를 택한 이유에 공감이 가질 않는다.

설득력을 위해선 슈퍼맨이 이타적인 존재가 되는 데에 영향을 준 크립톤의 아버지 조엘과 지구의 아버지 조나단 켄트(케빈 코스트너 분)의 이야기가 더 충실했어야 했다. 그러나 <맨 오브 스틸>은 블록버스터라는 한계 때문에 이야기보다 액션에 힘을 쏟는다.

<새벽의 저주> <300> <왓치맨> <써커 펀치> <가디언의 전설>에서 독특한 액션과 화면을 보여주었던 잭 스나이더의 능력은 슈퍼맨과 조드 장군 일당의 대결에서 유감없이 발휘된다. 마치 애니메이션 <드래곤볼 Z>를 연상케 하는 <맨 오브 스틸>의 전투 장면은 <트랜스포머 3>이나 <어벤저스> 등에서 보였던 도시 파괴 장면에 버금가는 시청각적인 쾌감을 지나칠 정도로 오랫동안 제공한다.

요즘은 대부분의 슈퍼히어로가 추락하고, 정체성을 고민한다. 유쾌했던 <아이언맨>도 그늘이 졌고, 슈퍼히어로의 조상 <슈퍼맨>까지 대세에 동참했다. <그린 랜턴>이나 <그린 호넷> 같은 명랑한 영웅은 인정받지 못하는 세상. 하지만 어쩌겠는가. 시대와 대중이 어두운 영웅을 요구하는 것을.


http://star.ohmynews.com/NWS_Web/OhmyStar/at_pg.aspx?CNTN_CD=A0001874684&utm_source=twitterfeed&utm_medium=twitter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