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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식증 고쳐나가고 있어요.
게시물ID : diet_912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횬킴
추천 : 11
조회수 : 1237회
댓글수 : 13개
등록시간 : 2016/04/05 18:4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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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저의 신경성 폭식증이 10주년을 맞이했군요..

.....기릴 걸 기려야;;

몸매강박이 베이스로 깔려있고, 식탐도 강했으며 다게에서도 많이 나오는 렙틴 그렐린..당 중독도 상당했습니다. 

여기에 플러스 스트레스 받으면 더욱 심해지고..

대학 졸업 후 취업 실패로 악화,
취직 후 적응문제로 악화,
결혼생활 적응문제로 악화,
애 둘 낳고나니 매일이 스트레스라 초초초 악화..

신경정신과에서도 못 고쳤어요. 안되더라구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도 딱히 없었어요.
술도 안좋아해, 놀 줄도 몰라..
그저 애들 재워놓고 치킨 햄버거 이런거 시켜서 배터지게 먹고 토하고..

되게 웃겨요. 애들이랑 신랑은 유기농으로 사다가 요리해주고 나는 저런 쓰레기 음식들 먹으며 토하고..

다게에도 저같은 분들 되게 많으시죠. 아마 눈팅들 많이 하시겠지만..
여자들이 특히 많아요.
애슐리나 빕스, 세븐스프링스, 아웃백 뭐 이런 뷔페나 패밀리 레스토랑 화장실 가면 전 딱 알아요.
누군가가 토하고 있을 때도 있고 토하고 나갔구나, 할 때도 있어요. 냄새만 맡아도 알죠.

10년을 토하고 있으니 아주 효율적으로 다 토해낼 줄도 알지요. 남김없이!! 
이것도 자랑이라고!!!!!!

토하면 자괴감이 들어요. 내가 쓰레기같고 죽고싶지요.
그런데 일정시간이 지나면..토할 때 정말 스트레스가 풀릴 때가 있어요. 정말 무섭죠. 식탐을 넘어서 진짜 내가 스트레스를 이걸로 푸는구나, 싶어요.

새해가 되고 계속해서 진행되자 더는 안되겠다 싶었어요.
이제 6살인 첫째가 눈치를 채는 것 같더라고요.
이런 모습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아요.

남편은 알아요. 하지만 경험해보지 않으면 전혀 이 감정을 이해할 수 없지요. 솔직하게 털어놓았는데 
'그랬구우나아..' 알파고가 내 앞에 있는줄-_-
그래더 어느정도 이해해 주었어요.

남편과 얘기를 나누고..극약처방을 내렸지요.
아예 한약 다이어트를 선택했어요.
처녀 때 했던거고, 유지도 잘 했어요.
다만 지금은 살이 문제가 아니라 살아야해서..
많은 기간 토하다보니 '전해질 불균형으로 심장마비가 올수 있다'는 말을 직접 체험했어요. 

한약 다이어트가 뭐 그렇듯 비싼 돈 내고 탕약을 세 끼 마시죠. 매 끼니 탕약+방울토마토 10알..

이게 2주 끝나면 환으로 된 약을 2주 먹었어요.
아침저녁 환+방울토마토
점심은 일반식 반식.

한달 비싸게 돈내고 했네요. 
이 한약이 뭔지..식욕억제 1도 안되네요 이거!!
그냥 순수히 위만 줄이는 느낌!!플라시보인가!!
그래도  그 기간동안 토하지 않으니 천국같았어요. 

살도 많이 빠졌어요. 지금 165cm에 53kg입니다.
허리둘레가 81cm에서 71cm로 줄었어요.
 그동안 나는 폭식때문에 살이 쪘구나..깨달았네요.
한 끼 치킨 먹은걸로 찐 게 아니구나..
더 빼볼 생각 없냐는 한의사 말에 이 여자가 미쳤나, 생각하고 나왔어요. 내 키에 저거면 인생기준 충분히 마른거다!!!!! 
 
이제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았어요.

 오늘 점심은 아이들 유치원 어린이집 보내고
혼자 조용히 된장찌개, 연근조림, 기름 없이 구운 계란프라이에 밥 반공기를 먹었어요. 
스마트폰 보지 않고, 티비 보지 않고 천천히.
다 먹고 입이 심심해서 방울토마토를 먹었어요.

방금 전에 아이들이 돌아와서 저지방우유에 바나나, 아몬드를 갈아서 같이 마셨어요.
너무 맛있어요. 
아, 이 단맛으로도 내 몸은 충분하구나.
아이스크림의 단맛만 단맛인 게 아니구나.

이제 배가 고플 때 먹게 되었어요. 야채도 꼭꼭 씹어 먹고요. 식사때가 아닌데 뭐가 막 먹고 싶을 때는 일단 싸이클을 10분 타봐요. 그럼 사라지네요.
아니면 탄산수 레몬맛, 자몽맛 이런걸 한 병씩 사먹어요.
 
운동은 아침에 애들 어린이집 유치원 보내고 3킬로를 걸어요. 
또 오후에 싸이클로 워밍업을 하고 푸쉬업+스쿼트+버피테스트를 하고 있습니다.

원래 헬스 막 세시간씩 하고 그랬어요. 그러다 식탐 터지고..

이제 적당히 운동하고 적당히 먹고 푹 자려구요.
..물론 애들이 새벽에 꼭 한번씩 깨서 제 속을 뒤집습니다만..


하지만 알아요. 스트레스가 도지면 다시 또 토하겠지요.
그때를 대비해 각종 관련 책을 읽고 베오베 글도 정독해요. 여기서 추천해주신 다큐도 짬날때 보구요.

내일은 점심 때 자주 가던, 그리고 두세개씩 다 처먹고 꼭 토하던 베이글 가게에 가서 베이글 한개와 크림치즈를 점심식사로 먹을거예요.

처음이에요. 다음날 '내' 식사를 계획하고 설레이는 게..
아이들과 남편 아침밥 저녁밥은 식단표까지 짜면서!!
나는 나를 너무 소홀히 대했구나..

지금은 스트레스 받으면 일찍 자요.
아니면 애들 재우고 반신욕을 해요.

한약 다이어트로 살뺐어요!!
가 이 글의 요지가 아니라..
아주 천천히 고쳐나가고 있어요.
매일 폭식하고 싶은 마음에 대해서도 적고요.

폭식증 있으신 분들 일기 꼭 쓰세요.
나는 한심하다.
죽고싶다.  난 쓰레기야. 이런거 말고
그걸 먹으며 내가 어떤 기분이었는지,
왜 하필 그 음식을 사서 먹은건지, 토하고 나서 든 생각은 어땠는지 등등 객관적으로 적어보시면 많이 도움됩니다.

한약으로 살 빼는 건 굉장히 위험한 일이고 저도 알아요.
다만, 신경정신과를 전전하면서도 못 고친 게 한이 되고 정말 응급실 실려갈 때까지 토하는 바람에 뭐라도 잡은 게 그거였어요. 물론 가족 동의 하에서요.

영양 풍부한 식사도 준비할 수 있는 '엄마'이고
운동 방법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어요. 
이제 토하지 않으니 슬슬 다시 건강한 몸 만들기를 시작해야죠.
  
 토하지 않을 때의 만족스럽고 평온한 기분을 폭식증 가진 다른 분들도 꼭 느끼시길 바래요.

글이 두서가 없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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