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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학사 저자 이명희 단독 인터뷰
게시물ID : history_119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릴케
추천 : 2
조회수 : 109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3/10/08 20:14:00
교학사 교과서가 현대사를 둘러싼 진보-보수 간 역사전쟁의 중심에 있다.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친일독재를 미화했다거나, 교과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검정을 취소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하지만 교학사 교과서의 저자들은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교과서가 아니라며, 오히려 기존의 교과서가 좌편향 됐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묻기 위해 미디어오늘은 7일 공주대학교에서 교학사 교과서의 대표 필진인 이명희 현대사학회 회장(공주대 역사교육과 교수)을 만났다.

이 교수는 인터뷰 내내 자신들의 교과서는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기존의 교과서에 문제점이 많다고 강조했다. 또한 이 교수는 지난 11일 김무성 새누리당 의원이 주최한 ‘근현대사 역사교실’에 강연자로 참석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나라’라고 말했다. 대통령까지 지낸 분이 나라 성립 자체를 부정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점에 대해서 “그런 말을 했는지 정확히는 잘 모른다”면서도 대한민국을 부정한다는 의심에 대해 친노진영과 민주당이 대답해야 한다는 문제제기였다고 답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이교수는 이교수가 속한 현대사학회가 뉴라이트와 관련 없는 곳이라고 밝혔는데, 일반적인 인식은 그렇지 않다. 
내가 속한 현대사학회는 뉴라이트와 관련이 없는 순수한 학술단체다. 뉴라이트로 지칭되는 단체들은 모두 시민단체들이다. 뉴라이트와 교류를 하긴 하지만 뉴라이트와 현대사학회가 같다는 식으로 규정하는 건 옳지 않다. 제3자가 보기에 뉴라이트와 현대사학회의 주장 사이에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구성원들도 많이 다르고 행동방식에도 차이점이 있다. 

- 교학사 교과서가 세상에 나오고 사회적 파장이 꽤 컸는데, 그 중 하나가 친일인사에 대해 제대로 다루지 않는 등 친일을 미화했다는 비판이다.
친일 인사를 제대로 다룬다는 것이 뭔지 모르겠다. 역사서술을 할 때는 시대적 과제를 설정하고 이와 관련된 전체 사실을 있는 그대로 진술해야 한다. 1876년 개항에서부터 20세기 전반기, 근대 우리민족의 과제는 근대국민국가 수립이다. 일제강점기도 이러한 관점에서 서술해야 한다. 독립을 획득하고 근대적 역량을 갖추는 것 이 두 가지가 과제이고 따라서 일제강점에 저항한 독립운동(무장투쟁)도 매우 중요하고 또 근대적 역량을 길러서 근대국가를 건설하려 한 노력들도(실력양성) 중요하다. 기존의 역사학계는 실력양성과 외교운동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 않고. 그래서 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친일이라는 누명을 씌운다. 실력양성론에 참여했던 김성수의 경우 당시 사람들이 그를 민족주의라고 여겼고, 그 시대의 사람들의 생각을 서술하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김성수의 그러한 면을 강조해 썼다.  

- 김구나 안중근에 대해서는 별로 안 다루고 이승만만 많이 다룬 건 편향적인 것 아닌가.
2009년 개정된 교육과정에 따르면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는 사회경제사, 사상사 및 대외관계사를 중심으로 서술해야 한다. 그래서 일제강점기를 다룰 때도 대외관계사와 외교운동을 많이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교육과정의 정신을 교과서에 반영한 것이다. 일제강점기 외교운동은 이승만 박사가 이끌었고 그래서 이승만 박사가 부각됐다.

- 박정희 정권을 미화하는 등 독재를 정당화했다는 비판도 있다.

우리 교과서가 추구하는 가치는 자유민주주의다. 자유민주주의를 기본가치로 전제하는 교과서가 독재를 미화하고 정당화한다니 말이 안 된다. 

- 박정희 정권에 대해 서술할 때 그 당시 상황 때문에 독재가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서술한 건 사실 아닌가.

역사서술을 하면서 그 당시를 해석하고 평가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광복 이후 한반도에 자유민주주의를 부정하는 세력이 있었다.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때 이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고, 그래서 반공이 국시였다. 이 부분을 설명하면서, 박정희 정권이 공산주의의 위협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수호한 측면이 있다고 서술자가 평가한 것이다. 혹자들은 이러한 해석에 대해 독재를 미화한다고 평가한다. 

- 이런 교과서를 만든 건 기존의 교과서가 좌편향되어 있다는 문제의식 때문인가.
기존 교과서, 이번에 나온 교과서들에도 대한민국을 굉장히 부정적으로 보거나 현대사에 있어 한 부분만을 지나치게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엔 교과서가 심하다. 일제강점기를 다루며 무장투쟁만 강조하고 실력양성 운동은 부정적으로 표현한다. 민주화운동을 서술할 때도 일반 민중들이 전개한 운동만 강조한다. 민중들의 운동도 중요하지만 민중이 아닌 지배층이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한 부분도 똑같이 소중하게 취급해야 한다. 

- 지배층이 민주주의에 기여한 것이 무엇이 있나.
민주화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산업화가 필요하고 중산층이 형성되어야 한다. 민주화된 국민들도 있어야 한다. 이는 그 시대를 주도해왔던 지배층이 한 일이다. 또한 지배층에서 주체적인 노력을 했다. 일부교과서는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가 김대중 정부라고 말하는데, 최초의 평화적 정권교체는 전두환에서 노태우로 넘어갈 때 이루어졌다. 세계의 독재역사에서 드문 경우다. 민주화운동에 대해 민중의 노력만 서술해서는 안 된다. 신군부나 지배세력이 민중의 요구를 수용한 부분이 있다. 독재를 하긴 했지만 근대민주주의의 가치 이런 것들을 배운 사람들이고 그것을 받아들인 것이다.

- 반대편에서는 독재를 옹호한다고 말할 것 같은데.
우리 세상이 자유롭지 못한 거다. 이 문제에 대해 너무 정서적으로 접근한다.


- 교학사 교과서가 위키피디아를 그대로 베끼거나 출처를 제대로 밝히지 않는 등 교과서로서의 자격을 못 갖췄다는 비판이 있다.
그 부분에 대해선 한계를 느끼고 있다. 좋은 교과서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경험의 축적이 필요하고 시행착오도 필요한데 교학사 교과서는 신입생이다. 수정해야 할 점이 있다고 보고, 지적된 부분을 적극 수용할 것이다. 하지만 과도한 비판도 있다. 자신들의 생각과 다른 것을 전부 편파니 왜곡이라고 주장한다. 지적된 오류 중 80퍼센트가 그렇다. 

- 사진 출처를 네이버나 구글이라고 밝히는 등 출처가 명확하지 않다.
그 부분을 잘 못했다. 그 작업을 원래 출판사 편집진들이 해주는데, 이런 뒷받침을 받지 못했고 집필기간이 다른 교과서보다 짧았다. 하지만 웹상에 있는 자료가 곧 신뢰할 수 없는 자료는 아니다. 사진의 경우 원전에 나오는 사진보다 웹에 올라온 사진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학생들의 입장에서도 웹상의 자료는 찾기 편한데 원전을 출처로 적어놓으면 거의 안 찾는다. 시행착오가 있긴 했지만 그렇다고 믿을 수 없는 교과서라고 말하는 건 과장 왜곡이다.  

- 공주대 역사교육과 동문 234명과 역사교육과 지수걸 학과장이 이교수와 교학사교과서를 비판했다. 학교 동문과 동료들도 설득하지 못하는 역사관으로 어떻게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냐는 비판이 있다.
조금 더 지켜봐야 판단할 수 있는 문제다. 교학사 교과서가 나오기 전부터 교과서에 대한 비난과 근거 없는 공격들이 쏟아졌다. 현재도 진행되고 있다. 역사교육과를 지키기 위한 심정으로 그랬다고 생각한다. 동의는 안 하지만 이해한다. 

- 저자로 참여한 이들까지(3명) 자신들을 저자에서 빼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들한테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다. 언론이 추측성 보도를 하고 있다. 공동저자로 이름 올려놓고 비판이 들어온다고 내 이름 빼자고 요구했겠는가. 여러 가지 압박도 있으니 참여 안 했더라면 좋았을 거라고 후회는 했을 수 있다.

- 산케이 신문 등 일본 우익 언론이 교학사 교과서에 대해 반갑다는 식으로 평가하기도 했고, 일본 우익이 반기는 교과서라는 평가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일본 우익들의 논평을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일본 우익과 뉴라이트 간에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일본 우익들은 군국주의나 전체주의를 옹호하지만 한국 뉴라이트는 자유민주주의를 기본 가치로 삼는다. 자기네 나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옹호한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일본의 역사를 긍정하는 것과 한국의 역사를 긍정하는 것은 다르다. 대한민국은 일본과 달리 부끄러운 짓을 한 역사가 없다. 

- 추석 때 이 교수가 시민단체들과 함께 귀성객 상대로 배포한 유인물에 종북세력이 교학사 교과서를 위협한다는 내용이 있다. 교학사 교과서 비판하면 종북 세력인가. 
시민단체들이야 그런 이야기 할 수 있지 않나. 내가 그렇게 주장한 건 아니다. 반대편에서는 더 심한 이야기도 한다. 매국이라느니. 교학사 교과서가 왜 그런 비난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대한민국 헌법 이념인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고 대한민국을 옹호하는데, 비난받을 이유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교과서가 대한민국의 성립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고 성취를 폄훼한다. 종북세력이라는 비난에 대해 억울할 수 있지만 왜 그런 비난이 나오는지 자기 성찰할 필요가 있다. 

- 지난 11일 새누리당 의원들이 참가한 ‘근현대사 역사교실’ 강연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나라”라고 말했다며, 대한민국을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 발언에 근거가 있나  
우파 진영의 보편적인 인식이다. 2013년 4월, 6월 조갑제닷컴 칼럼에도 나온다. 경제풍월이라는 잡지에도 나온다. 2003년 2월 취임 이후 열린 3.1절 기념식에서 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역사는 정의가 패배하고 기회주의가 득세한 역사”라고 말했다. NLL포기 발언도 같은 맥락이다. 노 대통령, 나아가 친노 세력과 민주당의 역사인식에 대해 그렇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친노 진영이 답하지 않았다. 그런 맥락에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취지로 일종의 문제제기의 성격으로 한 말이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의 인식이 그렇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면, 노 전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태어나지 말아야 할 나라”라고 표현한 적은 없다는 말인가? 
잘 모르겠다. 통용되는 이야기를 인용한 것이다. 민주당과 친노진영이 대한민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해명해야 한다는 생각에 한 말이다.

- 최근 유영익 교수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됐다. 이승만을 지나치게 미화했다는 이유로 비판받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유영익 선생의 이승만 연구는 읽어보지 못했다. 하지만 상당히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역사연구와 서술을 한 분이라 생각한다. 

- 이승만을 영웅처럼 묘사하는 등 미화한 건 사실 아닌가.
대외관계나 외교사를 전공한 분이다. 그래서 이승만 대통령의 역할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주관적인 학문연구와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혼동할 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 보수정권이 역사전쟁을 주도하고, 이것이 교학사 교과서 같은 우익교과서의 등장 배경이라는 시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역사전쟁은 민주당과 진보진영이 하는 거 아닌가. 교과서가 나오기도 전에 야당 대변인이 비난하는 논평을 하고 그 기조에 따라 지금까지 공격을 하고 있다. 미디어오늘도 똑바로 보도해라. 좌파 시민단체들이 역사문제를 제기하고, 민주당이 가세해 이를 격화시킨다. 진보좌파 미디어 언론들도 총 가세해 역사전쟁을 수행한다. 반면 우파 진영에는 현대사학회 밖에 없다. 화력이나 기동력이 상대가 안 된다. 

- 일본에서 공부할 때 일본 문부성 장학금을 받고 공부했다고 들었다.
그렇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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