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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붕,약사이다) 버스에서 만난 노남매.txt
게시물ID : soda_32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태뤼
추천 : 31
조회수 : 5566회
댓글수 : 34개
등록시간 : 2016/04/03 14:4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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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학교에 잠시 일이 있어 들렸다가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이였습니다
 
 
토요일이라서 저희 학교 정류장에서는 버스에 사람이 거의 없더라구요 그래서 모처럼 자리에 앉아서 집에 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규모가 꽤 큰 시장을 경유해서 지나가는 버스 노선이라 시장 정류장에서 멈췄는데 수많은 분들이 타셨습니다
 
 
그중 할머니 한분이 장을 보신듯한 비닐봉지와 보따리를 한아름 들고 타시길래 생각보다 몸이 먼저 일어서서 자리를 양보해드렸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아이고 괜찮아요 학생 난 괜찮아 학생이 편히 앉아서 가~' 하시고 저는 '아닙니다 짐도 많으신것 같은데 편히 앉아서 가세요'
 
 
하며 실랑이를 벌이는 도중 할머니와 함께 타신듯한 빈손 할아버지가 그 자리에 갑자기 앉아버리시는 겁니다 ..
 
 
여기서 1차 멘붕.
 
 
정신을 차리고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할아버지, 여기 할머니 짐 많으셔서 자리 양보해드리려고 한건데 거기 앉으시면 어떡해요'
 
 
'안앉는다잖아! 빈자리에 앉는게 문제되남?'
 
 
이 와중에도 할머니는 짐을 한아름 드신채 계속 저에게 '괜찮아 학생, 나는 괜찮아' 하시더라구요
 
 
'봐 괜찮다잖어, 난 다리 아퍼!'
 
 
말이 좀 심하신것 같아서 할머니께 '저 할아버지 혹시 아는 분이세요?' 여쭤봤더니
 
 
오히려 할아버지가 '내 동생이다! 왜!' 하고 당당하게 말하심..
 
 
여기서 2차 멘붕.
 
 
버스 승객분들 시선이 다 이쪽으로 쏠리는데 할머니가 오히려 부끄러워하시고
 
 
할아버지는 무슨 철면피라도 되는듯마냥 팔짱끼고 앉아서 창가에 기대버리시더라구요
 
 
할머니는 계속 괜찮다며 저를 다독이시는데 할머니가 뭐랄까 너무 안쓰럽고 초라해보이시더라구요
 
 
순간 일찍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저희 아버지와 고모,작은아버지를 기르신 제 할머니와 겹쳐 보여서 욱하는 마음에
 
 
지금 생각해도 무슨 생각인진 모르겠지만 할머니께서 들고 계시던 짐과 발밑에 있던 보따리들을 달라해서
 
 
앉아계시는 할아버지 다리랑 발 위에 올려드렸습니다
 
 
할아버지는 당황하셨는지 '이게 뭔...?'
 
 
저는 씨익 웃으며
 
 
'앉아 가시는 분이 이정도는 해야죠?ㅎㅎ'
 
 
이후에는 시장에서 타셔서 구경하시던 아주머니와 할머니분들이 '아이고, 학생! 말 잘하네!' '멋지다!'
 
 
할아버지는 얼굴 빨개지셔서 뭐라 한마디 하려하시다가 요즘 젊은것들은 싸가지가 없네 뭐네 궁시렁궁시렁 하시며 고개를 돌려버리시더라구요
 
 
할머니는 제 손을 잡고 '학생, 고마워요.. 복받을거야..' 하시며 연신 고맙다하셨습니다
 
 
이후로는 아주머니와 할머니 연합분들이 아저씨 주변 자리에 서서 한마디씩.. '쯧쯧..' '짐승새끼도 지 가족은 챙기는데..'
 
 
할아버지는 눈감고 창가에 기대셔서 못들은척 얼굴 빨개지신채로 눈썹만 씰룩씰룩..
 
 
그 이후로는 버스에서 내릴때까지 주변 어르신들께 칭찬과 관심을 한몸에 받느라 조금 부담 스러웠지만 지금 생각하면 매우 뿌듯한일 같네요
 
 
평소에는 좀 소심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던 제가 어떻게 이런 일을 했는지 지금와서 생각하면 놀라울 따름이지만 나름 멘붕과 약 사이다였던것 같네요
 
 
멘붕게와 사이다게중에서 고민하다가 둘다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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