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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어느날 사람들에게 날개가 생겼다.
게시물ID : bestofbest_1195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이라부
추천 : 349
조회수 : 51294회
댓글수 : 0개
베오베 등록시간 : 2013/07/22 19:43:39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7/19 18:31:02
어느날 사람들에게 날개가 생겼다.

흰색의 커다랗고 아름다운 날개. 천사가 있다면 천사가 질투할만큼 아름다운 날개였다.


전부 날개가 생긴 건 아니었다.

평균적으로 대략 5~10%의 사람들에게만 날개는 나타났다.

온갖 추측들이 난무했다.

신의 선물이다. 신의 심판이다. 종말이 다가온다.

세계는 혼란에 빠졌다.

하지만 날개의 아름다운 모습에 사람들은 대부분 날개를 가진 사람들은 부러워했고

대부분 신의 축복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그건 축복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원인을 찾기 시작했다.

날개가 나타난 원인, 일부 사람들에게만 나타난 원인.

그리고 사람을 띄우기에는 물리적으로 터무니없이 작은 날개인데도 하늘을 자유자재로 날수 있는 원인.

애초에 갑작스럽게 날개가 나타난 것도 비과학적인 일이지만 날개짓 없이도 하늘을 나는 사람들은

B급영화에나 나올법한 조잡한 CG 같았다.

신의 축복이라느니 저주라느니 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느니 그런 건 나도 잘 모르겠지만

날개가 생기는 조건은 대충 알 수 있었다.


수많은 추측이 나왔다. 처음엔 불행한 사람들을 위한 축복이라는 설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그도 그럴것이 신이 있다면 이런 일을 할법한 이유로 가장 적당했고 저소득층으로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날개를 가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청난 부자나 세계적인 스타에게도 종종 나타나는 날개에 대한 설명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신의 축복이 아니란 것이 곧 밝혀지기 시작했다.

날개를 가진 사람들의 사망률이 엄청나게 높아지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사인은 대부분 추락사였다.

아이러니였다.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게 되자 오히려 추락사하는 사람이 급격히 증가했다.

날개를 가진 사람들은 날개를 접었다가 땅에 부딛히기 직전 펼치는 짓을 했다.

날개를 가지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것은 일종의 위험한 놀이처럼 보였다.

난 그 괴이한 행동의 원인을 알고 있었다.


난 알고 있었다. 날개는 자유, 아니 Liberty의 상징이었다. 

..으로부터의 자유.


재밌게도 추락사한 사람의 가족에게 종종 날개는 '전염'되곤 했다.

그 뉴스를 듣고 동생의 날개를 질투하여 형이 동생을 죽이는 사건도 일어났다.

그에게 날개는 전염되지 않았지만.


이쯤에서 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늘 불행했다.

아빠에게 폭력당하고 아이들에겐 괴롭힘 당하는, 

자주는 아니지만 종종 문학의 소재로 쓰이는 그런 아이였다.

그리고 현재시점에서 날개가 왜 나타난 것인지 아는 아마 유일한 사람일 것이다.

난 늘 어렸을 때부터 자살을 하는 꿈을 꾸었다.

하지만 난 겁쟁이였다. 늘 무서웠다. 죽기 직전의 순간에, 그 돌이킬 수 없는 찰나의 순간에

만약 내가 자살을 시도한 것을 후회한다면, 그래서 죽기 싫지만 어쩔 수 없이 죽어간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고나면,

난 절대 죽을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늘 날개를 바라고 바랬다. 날개가 있다면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땅에 부딛히는 찰나의 순간까지도 난 죽음을 선택할 수 있다.


신은 인간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이다.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날개.

날개가 있기 때문에 '추락'하고, 추락하기 때문에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자유를.

삶으로부터의 자유를 신은 인간에게 선물한 것이다.


사람들은 곧 알아차리기 시작했다. 날개가 축복이 아니란 것을.

많은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아 갈수록 내 인생의 마지막 행복도 줄어들어갔다.

나도 '위험한 놀이'에 동참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번번히 실패했다.

30층 높이에서 차가운 시멘트 바닥으로 떨어지기 직전, 그 죽음의 순간이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에 

날개를 펼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죽지 마세요!"

떨어지는 나를 향해 소리치는 그녀. 그녀에게 천사같은 날개는 없었지만

그녀는 천사보다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녀는 울고 있었다.

나를 위해 울어주는 처음이자 마지막 사람일 것이다.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고 싶었다.

정말 나를 위해 울어주는 것이냐고 물어보고 싶었다.

그 순간 깨달았다. 날개가 사라진 것을.


아이러니이다. 나를 살리려던 그녀 때문에 나는 추락해간다.

떨어지는 속도가 붙는 것을 공기의 저항을 통해서 느낀다.

시멘트 바닥에 부딛힐 때, 얼마나 아플까.

그녀와 눈을 마추졌다.

투명한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린다.

그런데 왜 그녀의 입술은 웃고 있을까?

나의 인생은 끝까지 불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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