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애를 싫어했던 이유는,
어렸을때부터 외가나 친가쪽에가면 어린 동생들 돌보는건 항상 제 몫이였어요.
친척 언니오빠들이 저보다 훨 나이가 많아서 다들 명절만되면 바쁜척하며 애 안볼라고 도망가버리기 때문이지요. ㅠㅠ 우리오빠가 그나마 나랑 나이가 가까웠지만 (2살) 애를 돌보는건 여자의 몫이라며 부모님이며 친척들이 못하게 했어요.
그리고 나보다 세뱃돈은 훨씬 많이받고..ㅠㅠ
제가 돌보는 친척 남동생도 남자란 이유만으로 저보다 훨씬 세뱃돈 많이 받았어욬ㅋㅋ ㅅㅂ
갑자기 이야기가 샛는데 ㅎㅎㅎ (돈 이야기나오니까 울컥)
여튼 그렇게 돌보던 친척동생이 지 혼자 폭주해서 뛰어다니다가 피아노 의자에 머리박아서 이마가 살짝 찢어졌었거든요.
애 우는 소리에 뛰어들어온 막내이모가 그걸 보고 저한테 소리지르면서 애를 어떻게 돌본거냐고.. 와 ㅠㅠㅠ 아니 나도 초딩인데.. 내가 애 돌보는것에 대해 뭘 안다고! 그렇게 걱정되는 아들이면 나한테 맡기질 말던가! 자기는 다른 이모들이랑 화투치면서 놀고 있었으면서!!
그렇지만 어렸던 저는 죄송하다고 하면서 같이 엉엉 울고.. ㅠㅠ 아니 생각해보면 내가 죄송할게 없었는데. 지가 혼자 뛰다가 저리 된건데?!
그리고 또 한달에 한번정도 엄마가 집에서 교회모임하면 (구역예배?) 아줌마들이 자기 애들 데리고 와서 꼭 제방에 넣어놔요.ㅠㅠㅠㅠ
엄마가 구역예배할때는 저 못나가게 하셨어요 ㅋㅋㅋㅋ 애들 많이 온다고 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엄마와 아줌마들은 예배드리고 밥먹고 수다떨동안 저는 애들 비유맞추며 놀아주느라 진땀 빼고...
그러고나면 일주일동안 앓아누웠어요. 애들한테 옮는건지 어쩐건지 꼭 감기에 걸리더라구요.
그렇게 살다보니 진짜 애라면 질색팔색.. 애기가 돌고래소리를 내면 인상 팍팍 쓰면서 째려보고 그러는 사람으로 자라났죠.
그래서 애를 안가질라고 했는데..
어쩌다보니까 생겼는뎈ㅋ.. (피임을 열심히 했음에도 불구하고 ㅠㅠ 콘돔은 역시 좋은 브랜드를 써야합니다.)
낙태를 하고싶지는 않아서 굳게 마음먹고 아이를 낳았습니다.
애 낳자마자는 정말 아무생각도 안들었었어요.
어차피 걔도 날 보며 아무생각 없어보였거든요. ㅋㅋ 별 반응도 없고. 우리 서로 멀뚱멀뚱.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애가 절 보며 생글생글 웃기 시작할때부터.. 와 이거 참으로 매일매일 심쿵사 당하네요.
아무리 애를 싫어해도 자기 애는 이뻐할거라고 하는말 하나도 안 믿었거든요.
그냥 애 낳게할라고 (자기가 책임져줄것도 아니면서!) 하는 말같아서요.
근데 그말이 이제 믿기네요.
거기다가 내 애가 귀여우니까 남의 애도 귀여워지는거 있죠.
동물도 키우다보면 그 동물이 귀여운짓이나 망충한짓 하는걸 보면 자기가 키우는 동물이 생각나서 공감하며 엄마미소/아빠미소 짓게 되잖아요?
애를 키우니까 남의 애가 돌고래 소리르 내도 "오구오구, 신났네 ^^ ㅎㅎㅎ" 하게되고,
애 우는 소리도 짜증나기보다는 걱정부터 되고 힘들겠네 하는 공감부터 되더라구요.
남의 집 대문앞을 지나갈때 개가 짖으면 "개새* 시끄럽네!" 하는게 아니라 "이녀석 자기 집 지키는 거구나^^" 하고 이해가 되는것 처럼요.
물론 애 낳고도 자기 아기한테 별 애정 못느끼시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애 낳고 싶지 않아하는 분들에게 "애 낳으면 니 애는 이뻐할꺼다" 라고 하진 마세요. ㅎㅎ 정말 스트레스였습니다. ㅜㅜ
음.. 뭐라고 끝을 맺어야지..
여튼 결론은 저는 잘 낳은것 같습니다? (쩌렁쩌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