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소감문은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에 대한 전체적인 스포일러를 함유하고 있습니다.
디비전이 시들해져 몇달 동안 손을 놓고 있었던 유니티를 플레이하고 드디어 끝냈습니다. 유니티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유명합니다만, 개인적으로도 너무 힘들게 플레이했던 작품이었습니다.
특유의 막장 최적화도 그렇거니와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이야기 흐름과 주제, 최악의 전투 시스템 등이 한데 버무러져 저에게 있어 가장 최악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라는 생각을 지우기가 어렵네요.
1. 최적화 문제
저는 현재 i5, gtx 760, 16g 램을 사용중입니다. 어쌔신 크리드 4와 로그를 무리없이 플레이하고 나서 유니티를 시작했을 때의 느낌은 참담했습니다.
미친듯이 떨어지는 프레임은 물론이거니와 텍스처 퀄리티 옵션을 '중'으로 조정하나 '하'로 조정하나 프레임 드랍률에는 변화가 없다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오죽하면 검색을 해보니 어차피 프레임 드랍을 겪는 것은 같으니 특정 몇 개의 옵션은 '중'으로 두는 게 좋다는 말까지 있더군요.
패치로 많이 나아졌다고 하는데도 이 정도라는 게 충격적이었습니다.
제 그래픽 카드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거라고 말씀하시는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신디케이트 같은 경우는 별다른 프레임 드랍없이 '중'으로 매우 원활히 돌아갑니다.
결국 유니티의 최적화 수준이 엉망이라는 건데..그 지옥같은 프레임 드랍은 다시 한번 겪고 싶질 않네요.
2. 이해가 잘 가지 않는 이야기 흐름과 주제
물론 어크 4 같은 경우도 '암살단'과는 거리가 좀 있는 이야기였습니다. 하지만 에드워드 캔웨이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확인할 수 있는 내면 심리와 이야기 흐름은 깔끔했고 충분히 이해가 가는 과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유니티는 도대체..솔직히 제목이 가리키는 '암살단의 신조'와 아르노 도리안의 행동이 무슨 관련이 있는 지도 모르겠고, 이를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주제가 뭔지도 궁금합니다. 특히 엔딩 이후에 나오는 독백은 갑자기 왜 나오는 걸까요?
지금까지 암살단의 신조와는 전혀 관련 없는 행보를 보이던 인물이, 개인적인 복수 혹은 참회를 위해 활동해온 인물이 암살단의 신조에 대해 독백합니다. 그리고 몇년 후라면서 갑자기 나폴레옹과 함께 등장하더니 해골을 집어들어 카타콤을 장식합니다. 이게 뭘 상징하는 건가요?
저는 이 모습과 관련된 이야기가 DLC 데드킹즈에서 나타날 거라고 생각했지만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인물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다룰 거면 왜 프랑스 혁명이라는 매력적인 소재를 소모시켰는지 이해할 수 없고, 나폴레옹은 뭐하러 등장시켰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데드킹즈에서도 나폴레옹이 등장하길래 중요한 인물인지 알았지만 그것도 아니더군요.
3. 최악의 전투 시스템
그동안의 이른바 무쌍 플레이에 문제가 많이 제기되었다고 하니 전투 시스템을 수정한 것에 대해서는 그럴 수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서는 안됐습니다. 전투의 움직임은 이전과는 달리 느린 데다가 흐느적거리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고, 너무나도 어렵습니다.
이 어려움은 기존작과 비교했을 때 아무래도 비합리적이라는 느낌을 지우기가 어렵습니다. 특히나 연막탄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몰아간 것은 말할 것도 없고요. 협동 미션을 할 때 손발이 안 맞는 경우에는 연막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됩니다.
이처럼 전투를 어렵게 만들었다면 잠입 요소를 강화시켰어야 하는데, 그것도 아닙니다. 잘 사용하던 휘파람은 도대체 왜 삭제한 걸까요? 또다른 문제지만 떨어지는 프레임 때문인지 조작감 역시도 엉망인 상황에서 제대로 된 잠입을 시도하는 건 역시 어렵습니다. 개인적으로 전투가 이처럼 고역이었던 것은 어쌔신 크리드 1편 이후로 처음입니다.
저는 최악의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를 뽑으라면 이 유니티를 뽑고 싶습니다. 정말, 너무 힘들게 플레이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물은 처음부터 쭉 이어하는 걸 선호하는 편이라 신디케이트를 사놓고서도 못하고 있었는데 이제서야 할 수 있어 그건 기쁘네요.
신디케이트 초반부를 해봤는데 제가 앞서서 겪었던 문제점이 거진 해결된 것 같아서 좋네요. 특히나 툭하면 엘리즈를 찾던, 시리즈 최약의 주인공 아르노를 벗어나 유쾌한 이비 남매의 유머를 듣고 있으니 유니티를 하며 느꼈던 스트레스가 날아가는 것 같습니다. 신디케이트에 대한 좋은 평가가 헛된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확인하며 저는 다시 신디케이트를 하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