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고게에 익명으로 썼다가 익명 풀고 다시 씁니다.
한 3년 전 겨울이었습니다. 저는 인턴사원으로 월130만원을 벌고 있었습니다. 그때 소개, 그것도 양가 부모님 소개로 어떤 여자분을 만났어요. 처음 만났는데 진짜 예쁘고, 말하는 것도 귀엽고, 성실하고, 활발한 분이어서 첫 눈에 반했습니다. 걸을 때마다 나비가 춤 추는 것 같았고, 웃을 때마다 세상이 같이 웃는 것 같았어요. 저는 첫눈에 반해서 몇 번 만나지도 않고 고백했어요. 우리 정식으로 사귀자고. 그게 실수였나봐요 ㅠㅠ '다른 건 몰라도 딱 하나 약속할 수 있다. 그건 한 순간도 사랑받는지에 대한 의심이 생기지 않게 해주겠다는 것'이라고 약속했어요. 저는 답이 부정적일까봐 그 말을 하고는 겁쟁이처럼 지금 답하지 말고 생각해보고 다음에 만났을 때 말해달라고 했죠.
그리고 그 다음에 만났을 때 그분이 저한테 이러더라구요. "죄송하지만, XX씨 지금 버는걸로 보면 맞벌이 해야 할 것 같은데, 저는 결혼해서는 일하고 싶지 않아요. 죄송해요."
그게 끝이었어요.
너무 힘들었지만 잡지는 않았어요. 괴로웠어요.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지 못하는 슬픔. 그게 내가 무능해서 그렇다는 자괴감. 이해할 수 있나요?
저는 그 뒤에 이를 악 물고 일해서 정직원이 됐고, 특진을 거듭해서 대리를 거쳐 계열사 내에서 최연소 과장이 됐죠. 이번에 이직까지 해서 성공에 성공을 거두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지난주에 갑자기 3년 동안 연락 없던 그분이 연락을 했어요.
옛날에 만났던 00이라고. 이직했다는 소식 들었다고. 잘 지내냐고.
당연히 문자 삭제하고 씹었죠 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못된 답장을 할까 하다가 그냥 답장 기다리라고 씹었습니다 ㅋㅋ
나쁜년...
내가 지한테 버림받고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데.
내가 지를 얼마나 좋아했는데.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잘때까지 계속 생각했는데.
상사병으로 죽는 줄 알았는데.
몇 번 만나지도 않은 여자한테 차이고 슬퍼하면 창피할 것 같아서 친구들에게 슬픈 척도 못했어요.
아픈것도 컸지만, 돈 못 번다는 이유로 차였다는 자괴감 때문에도 오랜 시간 정상이 아니었어요.
그런데 이제 와서 연락을 해?
염치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그 인간은?
이제 와서 제가 잘 나간다는 소식을 들으니 아까웠나봐요 ㅋㅋㅋㅋㅋ
나중에 알아보니 저를 차고 나서 만났던 사람이랑 좀 사귀다가 얼마 전에 헤어졌대요. 고소하다 ㅋㅋ
걔랑 헤어지고 돈 없을 때 저에게 진심으로 대해준 여자랑 봄에 결혼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