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기억 속 그녀를 어떻게 남기고 싶은지 아직 나도 잘 모르겠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동아리 실, 그날의 회식, 나의 앞에 앉아 나의 번호를 물어보던 그녀의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 스마트 폰을 쓰지 않던 그녀와 나눈 문자들, 처음으로 같이 밥을 먹기로 약속 잡았을 때 그 설렘과 기쁨 그리고 긴장, 약속의 날 점심시간이 다 지나가도록 연락이 없어 실망하던 내 모습, 친구들이 사준 위로의 점심, 그 점심 다 먹고 카페에 가려는데 그녀에게 온 연락, 늦게 일어나 미안하다는 그녀의 문자, 점심 아직 안 먹었다는 나의 거짓말, 그녀에게 달려가던 나의 뜀걸음, 그녀와 처음으로 함께 밥을 먹은 기숙사 식당의 돈까스, 밥 먹으면서 나눈 취미에 관한 대화, 공통점이 많아 말이 잘 통해 어색하지 않던 자리. 함께 줄서서 기다리던 감성코어 비어드 파파, 녹차라떼를 마시는 나를 놀리는 그녀, 그래놓고 본인도 단 음료 마셨지, 그때 나도 그녀도 커피를 좋아하진 않았다. 그녀 덕분에 배우게 된 커피. 원래는 동아리 형, 그녀와 나 3명이서 가려고 했던 롯데월드, 그 형이 못가서 단둘이 가게 된 엄청난 행운 그리고 기쁨, 그녀의 손을 잡고 싶었던 굴뚝같은 마음, 그녀와 나눴던 대화들. 그녀를 포함한 동아리 사람들과 회식하고 함께 갔던 노래방에서 처음으로 느껴본 질투라는 감정, 역시 연하는 안 되는 구나, 나의 착각이었구나 하는 실망감,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던 밤. 그녀와 함께 가게 된 석촌호수 벚꽃 길. 어렵게 어렵게 잡은 그녀의 손, 터져나갈 것 같던 심장. 동아리 엠티에서 유달리 내게 잘해주던 그녀, 그녀와 더욱 가까워져 기쁨에 겨웠던 나, 엠티에서 돌아오던 버스, 그녀 옆에 앉아서 장난치다가 실수로 가슴을 만진 나, 화난 그녀, 엄청나게 사과하는 나, 괜찮다고 하는 그녀. 2012년 5월 14일 로즈데이, 고백할 생각은 없었지만 선물하려고 산 장미, 잘 안보이게 꽁꽁 숨겨둔 나, 뭘 들고 있냐고 물어보던 그녀, 친누나가 사다달라고 부탁한 붓이라고 거짓말 하는 나, 탐앤 탐스 카페에서 시킨 아메리카노와 허니브레드, 그녀의 입에서 나오는 다른 남자에 대한 이야기, 불타오르던 질투심, ‘누나 사실 나 할 말 있어.’ ‘뭐? 그때 가슴 만진거 일부러 그런거? 라고 장난스럽게 물어보던 그녀’, ‘사실...’이라고 말하고 10분 넘게 아무 말도 못하던 나, 터질거 같은 심장, ‘사실 나 누나 좋아해’, 밀려오는 후회 ‘이게 아닌데, 이런식으로 고백하려고 했던게 아닌데’ 그 날 그녀를 기숙사에 데려다 주고 막차시간이 다되도록 함께 있던 기숙사 테라스. 내가 귀여웠는지.. 무릎을 내어준 그녀, 무릎베개 삼아 누웠던 그 따스함, 그리고 그녀의 향기, 가누향이라고 이름지었던 나, 그게 무슨 향이냐고 묻던 그녀, 말로 표현하기 힘들다고 했던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