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2년차 들어간 주부입니다 남편이 노동강도가 센 직장에서 근무 중이다보니 집안 살림, 금전관리에 관한 모든걸 제가 담당하고 있었어요 남편은 일에 집중하면서 퇴근하고 집에 오면 수저 들어 밥먹고 본인 취미생활로 스트레스 풀고 잠자는 것만 하면 되도록이요. 반찬도 남편 위주, 밥도 남편 위주, 과일도 남편 좋아하는 걸로. 취미가 게임인 부부다보니 남편 좋아하는 타이틀이 나오면 얼른 가서 구비해놓고요. 남편이야 반찬은 제가 좋아하는걸로 만들라고 했지만 겨우 두입 있는 살림에 이것 저것 안가리고 먹는 주부와 입이 짧은 외벌이 남편이 멤버다보니 남편 위주로 하게 되더라구요. 양가 부모님들도 남편 일이 힘든걸 아니 항상 제가 배려해서 일에 집중할 수 있게 내조하길 바랐구요.
1년동안 익숙해졌지만 아무도 절 ㅡ 심지어 남편조차 신경써주지 않는 것에 가끔씩 서운하기도 하고 우울했어요. 제가 남편을 돌보는 것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돌봐지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했었구요 농담처럼 벌써부터 엄마 연습 하는구나 싶고ㅎㅎ
근데 임신하고 나서 요즘들어 처음으로 느끼고 있어요.ㅎㅎ 결혼하길 잘했어요. 그렇게 본인 힘든 거에만 관심갖던 사람이 애가 생기니 확 달라지네요. 다른 글속 남편들처럼 밥하고 빨래하고 그러진 않지만;; 물 하나 잘 안떠오던 남편이 살림 도와주려고 꿈지락 거려요ㅎㅎ 항상 제가 중요하니 저편할대로 하라며 뭐해줄까 입버릇처럼 얘기하구요 식사 뒷정리도 도와주고 어디 몸이 안좋다고 하면 계속해서 끈질기게 물어봐줘요. 글타고 시킬 배짱도 없지만ㅎㅎ 저번에는 증상이 안 좋다하니 여간해서 직장에 아쉬운소리 못하던 사람이 급하게 귀가해서 병원도 함께 가주더라구요. 감동했어요. 매일같이 좋아하며 마시던 술도 끊었구요 오랜만에 친구들이 불러도 혼자 있는 제 걱정에 나가지 않네요.
오늘은 몸살기운이 심해서 하루종일 아파 누워있었는거든요. 밖에서 밥먹고 죽만 사와달라 했더니 같이 먹겠다며 기다리라네요.ㅎㅎ 남편은 죽 엄청 싫어해서 아파도 절대 안먹는데.ㅎㅎ
남들은 임신했을 때가 마지막 천국이니 꼭 누리라고 하던데 저희 남편은 솔직히 의심이 갔었거든요ㅠ 남편의 변화가 신기하고 요즘 정말 천국 같아요. 이 맛에 결혼하나 봐요.
그래도 제가 가정의 중심을 못잡으니 몇주 사이에 남편 몸이 많이 약해진 것 같아 너무 미안하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에요.. 빨리 몸이 건강해져서 남편 좋아하는 김치찌개도 보글보글 끓여놓고 어깨도 두드려주고 싶어요 죽 사들고 퇴근한 남편에게 항상 고맙고 사랑한다고 말해주려구요.ㅎㅎ
열이나서 그런지 감성적으로 됐나봐요. 어디다 풀어놓고 싶은데 풀 곳이 오유뿐이라 막 늘어놓고 갑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