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KBS·연합뉴스가 의뢰, 코리아리서치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는데
대다수가 야당 지지자에게는 매우 충격적인 결과들이었습니다.
이 여론조사가 100% 유선전화로 실시되었다는 점에서 '여당 지지자가 과대대표되었다'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이 물론 많이 계시지만
엄밀히 말해 여론조사 표본 수가 적으면 가중치가 가해지기 때문에 자세한 내역을 보기 전까지 속단하긴 이릅니다.
물론 여론조사가 유선전화로만 진행되면 여당에 유리하게 나오는 측면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여론조사들의 경우 상당히 의심쩍은 부분들이 많이 존재합니다.
1. 서울 도봉(을) 지역구 (새누리 김선동 42.9 vs 더민주 22.4 vs 국민의당 손동호 11.9)
아무리 야권 표가 분산되었다지만 상당히 충격적인 결과입니다.
국민의당 중 여당 성향의 표를 감안해도 45%:25% 정도로 압도적으로 밀리고 있다는 얘기죠.
과연 이러한 결과가 타당한지 상세한 여론조사 분석표를 보겠습니다.
직접 확인하십시오. 30대의 새누리당 후보 지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습니다.
이 지역의 정당지지율은 새누리 38.3 더민주 21.5 국민 9.8 정의 5.4로, 한국갤럽의 주간조사와 거의 일치합니다.
리얼미터의 경우 새누리와 더민주가 35:32 정도로 거의 동률을 이룹니다.
(김종인 당무거부 파동 직전에는 서울에서 더민주가 새누리 지지율을 추월한 것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저 정당지지율 또한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신뢰할 경우 '타당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리얼미터 조사를 신뢰할 경우 '부정확하다'고 결론내릴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30대의 김선동 후보 지지율은 심각한 왜곡이 있었다고 분명히 말할 수 있습니다.
2. 서울 서대문(갑) 지역구 (새누리 이성헌 39.2% vs 더민주 우상호 33.7% 국민의당 이종화 5.6%, 녹색당 김영준 1.0%)
가장 왜곡이 심했던 도봉(을)보다는 다소 왜곡이 덜한 선거구라 할 수 있겠습니다.
정당지지율은 새누리 42.5, 더민주 21.3, 국민 7.4, 정의 6.1로 조사되었습니다. 역시 한국갤럽 조사와 비슷한 결과입니다.
참고로 전국 정당지지율 조사는 리얼미터, 리서치뷰, 알앤써치 등 많은 여론조사기관들이 최근 대략 새누리 35~40, 더민주 25~32 정도의 결과를 쏟아내고 있으며, 한국갤럽(새누리 40, 더민주 20)의 경우 상당히 상이한 결과를 내고 있다는 것은 뉴스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여론조사가 얼마나 틀릴 수 있는지 보여주는 결과는 2010년 지방선거의 서울시장 선거입니다.
모든 여론조사에서 한명숙 후보가 15%정도 오세훈 후보에게 뒤쳐지는 결과가 나왔으나 개표해보니 박빙이었지요.
그리고 2014년 지방선거의 오산시장 여론조사(2014년 5월 26일 보도)의 경우 새누리 이권재 후보 37.7%, 새정치 곽상욱 후보 39.9%로 나타났으나
개표결과는 새누리 이권재 34.5%, 새정치 곽상욱 59.3%로 야당 후보의 압승이었습니다.
그리고 최근 민병두 후보가 의뢰한 동대문(을) 지역구 여론조사의 경우 민병두 현 의원이 새누리 후보를 '더블스코어로 압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물론 의뢰자가 의뢰자인 만큼 더민주에 편중된 결과가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만,
위의 도봉(을) 여론조사와 비교해봤을 때 두 조사는 절대 양립할 수 없습니다.
즉 여론조사는 표본 추출 방식에 따라 그 결과가 현저히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KBS 여론조사의 경우 30대 표본은 가중치가 2.0~2.5 정도가 가해져, 30대 1명의 응답이 2배 이상의 위력을 갖도록 설계되었습니다.
30대 표본에 새누리당 지지층이 많이 있다면 새누리당 지지 여론이 엄청나게 뻥튀기된다는 것이죠.
3. 경남 김해(을) 지역구 (새누리 이만기 35.2% vs 더민주 김경수 48.2%)
여론조사 분석 결과 더민주 후보가 이기는 것으로 나온 김해(갑)과 김해(을) 여론조사의 경우 표본이 비교적 정상적으로 뽑힌 것으로 보입니다.
새누리와 더민주의 지지율이 36.6 vs 30.6으로 나타나고 정의당 지지율을 포함하면 야권이 정당 지지율에서 우세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이 곳, 경상남도입니다. 리얼미터에서도 경남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가 더민주의 1.7배~2배 정도로 나타나는데,
그것보다 더 야권에 우호적인 결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결과에서 야권이 과대대표되었다고 치죠. 그런데 위의 도봉(을) 여론조사와 과연 양립하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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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는 저의 사견입니다.
1. 여론조사 맹신은 대단히 위험합니다. 흔히들 여론조사는 추세를 보아야 한다고 말하고, KBS 여론조사는 정기적으로 시행하지 않기 때문에 추세를 파악하기도 힘듭니다. 저렇게 자세히 표를 뜯어보지 않는 이상 "어, 도봉에서 더민주가 완전히 망했네! 이번 선거 끝났구나!" 라고 실망할 필요는 추호도 없다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2.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개표 결과가 많이 차이나는 경우는 매우 빈번하게 발생합니다. 특히 야당의 경우 심하게는 개표시 득표율이 +20%까지 차이난다는 것을 기억해 주십시오.
3. 몇몇 여론조사 기관에서 시행하는 전국 여론조사에서 '정부심판론vs야당심판론' 설문은 정부심판론이 거의 일관적으로 높게 나오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특히 젊은 층이 많은 수도권임을 감안하면 KBS 여론조사는 그러한 조사들과 양립할 수 있는 결과일까요?
4. 정당 지지율 또한 잘 보십시오. TK 결집은 총선에서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새누리 지지율이 올랐어도 TK 결집에 의한 것이라면 그 상승은 무시하셔도 무방합니다. TK는 무시하세요. 수도권, 충청, PK를 주목하셔야 합니다. 특히 서울/경ㄱ;에서 더민주가 새누리 지지율을 확실히 추월한다면 이 선거, 확실히 할 만 합니다.
5. 제 사견으론, 국민의당과의 야권 단일화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합니다. 국민의당 지지층의 특성은 첫째로 여-야가 30-70 혹은 40-60의 비율로 혼재되어있는 정체성이 불분명한 유권자라는 것이고 둘째로 투표 참여 열기가 새누리, 더민주, 정의당에 비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즉 국민의당은 새누리-더민주의 지지율 모두를 깎아먹는 효과를 보입니다. 물론 이 중 더민주에서 깎아먹는 비율이 더 크지요. 하지만 국민의당이 단일화로 인해 선택지에서 사라지면 새누리당을 찍는 유권자가 적지 않은 수로 존재합니다. 즉 더민주가 국민의당과의 연대로 얻을 수 있는 표는 그다지 많지 않다는 겁니다. 그리고 국민의당 후보 당사자의 정치신념에 따라 다르겠습니다만 단일화 협상 자체도 매우 쉽지 않을 것입니다. 즉 더민주 지지층은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크게 연연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부 언론에서 야권 지지율을 따질 때 더민주 25+국민 10+정의 5 해서 야권 지지층이 40이다! 이런 식으로 표시하는 것을 흔히 보실 수 있는데, 국민의당의 30%~40% 내지는 여권 성향이라는 것을 절대 잊지 마세요.
6. 반면 '반새누리' 기치로 비교적 쉽게 묶일 수 있는 정의당 내지 녹색당, 노동당과의 후보연대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합니다. 이는 반드시 더민주 후보가 반드시 단일후보가 되어 나머지 정당의 표를 흡수해야 한다는 논리가 아니므로 이들 정당을 지지하는 분들이 불쾌하게 생각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최근 인천에서 이루어진 이상적인 더민주-정의당의 단일화가 좋은 예입니다. 이러한 사례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7. 앞으로 하기에 달렸지만, 더민주 140석 충분히 가능합니다. 뭐 아무리 뽕을 빨아도 더민주 단독 과반은 힘들 것으로 보이구요. 더민주 140이면 국민 10~15, 정의당 5~10석 해서 새누리 과반이 무너집니다. 절대 여론조사에 현혹되지 마세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저쪽이 지금처럼 똥볼 차면 필연적으로 패배합니다. 근거는 앞의 '야권심판론vs정부심판론' 여론조사를 들겠습니다.
8. 그러니까 김어준 총수의 말 인용합니다. "쫄지 마, 씨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