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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장인물]
어머니(국민), 아버지(새누리당), 큰 형(더불어민주당), 작은 형(국민의당), 막내(정의당),
처(각 당의 의원들, 당직자들), 자식(각 당의 당원 및 지지자들).
한 겨울 눈바람이 매섭게 불어온다. 그네에 앉아 있기에 어색한 한 중년의 남성. 막내다.
어머니가 중병에 걸려 큰 수술을 앞두고 있다. 어마어마한 수술비... 막내는 끊었던 담배까지 다시 물었다. '이 돈을 어디서 구하지...' 쓸개 밑바닥부터 차오르는 한숨을 나누고자 아니, 어쩌면 일 푼이라도 빌려볼 요량으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보지만 되려 호통만 듣고 소득 없이 끊는다. "야, 잘난 형들 있는데 뭐가 걱정이야!! 네놈만 자식이냐??" 인마, 그게 그렇지가 않거든... '네가 우리 형제를 잘 몰라 그래' 하려다 제 얼굴에 침 뱉기 다름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에 그만둔다.
재산 많은 큰 형, 그럭저럭 사는 둘째 형의 얼굴이 갑자기 떠오른다. 왠지 모를 불안함 또한 마음 한편에 남는 건 왜일까. 큰 형을 찾아가 본다. "힘을 모아야겠구나." 뜻밖의 반가운 목소리. 왠지 모르게 안심이 된다. 욕심 많은 형수에, 자식들이 열 명이나 되니, 제아무리 성공했다 한 들, 선뜻 나서주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내친김에 평소 사이가 좋지 않았던 둘째 형에게도 가본다. "자식 노릇에 미련이 남았다면 애초에 큰 형네랑 찢어지지도 않았어." 그길로 작은 형은 외국으로 도망가 버렸다. 이유는 잘 모른다. 거기에 광야인지 지랄인지가 있다는데 거기서 죽는 게 갚지 다나 뭐라나. 괜찮다.큰 형과 함께 힘을 모으면 어머니를 살릴 수 있다.
물론, 막내 혼자 감당 못할 바 아니다. 다만, 저만 바라보고 있는 세 딸과 가난에 지친 처를 생각하면 그도 녹녹치 않음은 분명함이라. 큰 형의 도움 없이 어머니 수술비조차 감당 못하는 제 자신이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어쩔 수 없다. 현실은 현실이다.
일주일이 흘렀다. 큰 형이 준비하고 있는지 주제넘게 걱정이 밀려온다. "수술 날짜가 되면 자연스레 어찌 되지 않겠느냐." 큰 형이 이상하다. 갑자기 애매하게 돌려 하는 그 말이 비 바람 처럼 차갑고 따갑게 느껴진다. 분명하다. 형수가 반대했음이 틀림없다. 막내는 다시 깊은 고민에 빠졌다. 당장의 생활고를 감당하고서라도 어머니 수술비를 혼자 감당하는 게 옳은가? 아들이 셋이나 되질 않은가 말이다.
막내는 비겁하게도 학창시절을 떠올린다. 어머니는, 결국에 가서 당신을 모시고 살 사람은 큰 아들이라며 편애했다. 술독에 빠져 가사를 탕진하고 어머니를 못살게 굴던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지켜줄 사람 또한 큰 형밖에 없다고도 했다. 한 번은 일성이와 어울려 북쪽 동네에 가서 못된 짓을 하고 다닌다고 오해하고 매질을 했던 적도 있다. 그렇지만, 어머니는 어머니다. 막내는 이제껏 단 한 번도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던 순간이 없다. 이 못돼먹은 상황이 제 자신을 비겁이 몰아세우고 있음을 감지하던 그때, 막내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큰 형네 둘째 조카, 오유다.
"삼촌, 아빠가 재산이 많은 건 사실이지만 대신 우린 자식들이 많잖아. 삼촌이 다 부담해. 어쩔 수 없어. 할머니는 살리고 봐야지, 죽일 셈이야? 삼촌 마음 다 잘 알겠는데, '이게 현실이야. 할머니도 그걸 원하실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