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과 정준하의 감동적인 재회를 보며 이제 길이 다시 복귀하는 거 아니냐, 겸사겸사 노홍철도 돌아오는거냐, 하는 분들 많은데
전 오히려 무도 쇼미더머니편을 보고 아, 길은 이제 안 돌아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길, 노홍철 둘다 그리워하고 그들이 복귀한다면 환영할 것 같긴 해요.
무도 보기 전에 게시판 상황을 보고서는 오오 이제 돌아오는 거 아닌가, 하는 마음도 내심 들었고요.
하지만 쇼미더머니편을 보고 제가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과 그리움에서 그쳤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희망은 들지 않더군요.
건물 들어가서 접수하고 화장실 가려다가 먼 발치에서 길의 뒷모습을 본 정준하는
반가운 마음이 들면서도 선뜻 다가가지를 못했어요.
공정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하고 중얼거리면서요.
이 부분에서 예전 같은 동등한 무도 멤버라는 위치보다는
'쇼미더머니'라는 다른 프로그램에서 심사위원과 지원자의 입장에서 만났다는 부분이 두드러지더라고요.
이제는 예전과는 정말 다른 위치임이 느껴졌어요.
가장 뭉클했던 부분은 이제 무대에서 심사위원들이 등장할 때였어요.
그때 길 등장할 때 저는 그 생각이 가장 먼저 들더라고요.
와 길 멋있다...
생각해보니 본래 리쌍의 팬이어서 공연도 많이 보고 그런 분이라면 모를까,
무도에서 주로 길을 접한 분들은 '멋있는' 길을 본 일이 많지 않으셨을 거에요(저도 그렇지만...)
무리수라고 놀림당하고, 해골 콰광! 박히고, 꿀단지 뱃살 꿀렁꿀렁거리고, 캡사이신 핥고 불을 뿜고, 어색한 가발 쓰고 등등...
근데 원래 뮤지션으로서의 길은 멋있는 사람이었어요.
무도에서도 가요제 준비할 때 바다와 녹음실에서 진지하게 음 맞추던 모습이라든지,
박명수의 어떤가요에서 명수옹한테 진지하게 충고하는 모습이라든지,
원래 자기 분야에서 진지하고 멋있는 사람이었는데 그동안 얼마나 재미없다고 욕을 먹었던가...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 사람이 굳이 또 욕먹을 자리로 돌아오려고 할까요?
관중석에서 길의 등장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이던 정준하의 심정도 비슷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예측해봅니다.
뮤지션으로서 당당한 길을 보며 이제 무도의 무리수 길이 아닌 다른 모습으로 잘 지내고 있구나...하는 마음이요.
그런 길을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에 옆자리 어린 친구들한테도 쟤 박수 많이 쳐줘라, 했을 것 같아요.
정준하의 심사위원이 길이 아닌 쌈디로 정해졌을 때 다행이라고 했을 때도
너무 달라진 지금 같은 앵글 안에 들어갈 수 있을까 두려운 마음에 그랬을 수도 있었을 거에요.
섣불리 다가가기에 조심스러운 지금, 멀리서 응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니까요.
정준하가 최선을 다해 도전을 완료하고 그제서야 달려와 포옹을 한 장면이 그래서 감동적이었을 거에요.
예전처럼 함께할 수는 없지만, 그래서 멀리서 그리운 마음과 함께 바라볼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가버리기엔 너무 아쉬운...
그 포옹이 길을 그리워하는 팬들의 마음에 정점을 찍어준 것 같아요.
하지만 길이 등장했을 뿐이지, 거기에 제작진이 길을 어떻게든 데려오려고 수를 쓴 시도는 보이지 않구요,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든 생각은 오래전 헤어졌고 이젠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사이인 옛 애인이
나와 함께할 때와는 다른, 그렇지만 그만의 멋진 모습으로 잘 살아가고 있는 걸 보았을 때 드는 감정 비슷한 게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건 길, 그리고 노홍철 본인들의 뜻에 달린 거겠죠.
김태호피디도 그에 상관 없이 자기 맘대로 할 수는 없을 거고요.
보고 싶긴 하지만 그들의 복귀에 대해 시청자들이 이래라 저래라할 수는 없겠지요ㅠㅠ
무튼 유툽으로 예전 무도나 보며 그리움을 달래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