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20년 좀 넘게 뒀는데 기원 1급에서 멈췄습니다. 그 이상은 전업으로 할 거 아니고는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물론 진짜 이유는 머리가 못 받혀줘서...)
이상 중언부언 몇 가지...
바둑에 한참 빠져있을 때 프로기사인 외삼촌에게 한수 배울까 찾아갔습니다. (응8 시절, 당구 빼면 변변한 오락 거리가 없던 시절..) 기원에서 항상 당하는 꼼수에 응징하는 방법을 묻고자. 외삼촌은 바둑판을 꺼내지도 않고 꾸중만 하셨음. 취업하고 네 사회적 기반이 닦이면 그때 취미로 배우러 와라, 니가 지금 바둑에 빠져서 허우적거릴 때냐!! 네... 바둑은 도끼자루도 썩는줄 모르게 만드는 마성의 게임입니다. 그 길로 갈 게 아니라면 너무 빠져들지 마세요. 적당한 취미 생활로. 이게 첫번째 드리고 싶은 말씀입니다.
그리고 포석에 대해서. 바둑 처음 배우거나, 좀 배웠다 싶은 분도 가장 많이 하는 오류인데... 포석에서 크게 이득을 보고, 그걸로 승리를 하겠다는 의욕입니다. 하지만 실력이 비슷한 사람끼리 포석에서 대득을 보고 시작한다는 것도 비현실적이고, 또 포석을 그런 마음으로 하면 실력도 늘지 않고 악수를 남발하게 됩니다. 5:5 로 상대가 가진만큼 나도 갖아서 무게추가 한쪽으로 쏠리지 않도록 하는 게 포석의 기본 목표입니다. 흑으로 두는 사람은 자신의 선수가 뺐기지 않고, 큰 자리에 말뚝을 박아 나가는 것이고, 백으로 두는 사람은 먼저 두는 흑이 가진만큼 자기도 그만큼 말뚝 박아 나가는 것이고요. 다만 자신의 성향에 유리한 포석 형태를 갖도록 할 수는 있겠습니다. (실리, 세력, 두터움... 등등) 포석에서 과욕 부리는 건, 하수 또는 자신의 실력을 숨기고 방내기 하는 사람 중에 하나...
바둑이 빠르게 느는 방법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알파고도 동일합니다. 자기가 둔 바둑을 바둑이 끝나고 절반은 그대로 똑같이 놓아볼 수 있어야 합니다. 어렵지 않냐고 하는데, 한수 한수 둘 때 신중히 생각하고 놓았다면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았어도 절반은 그대로 놓아집니다. 실력이 좋고 나쁘고가 아니라 자신의 기력 범위 내에서 신중히 생각을 하고 뒀다면 그대로 다시 놓는 복기가 가능합니다. 그런 것 없이 캔버스에 그림 그리듯이 즉흥적으로 감에 의존해서 따다닥 두고 나면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고요. 자기가 둔 것 그대로 절반만 다시 놓을 수 있어도 한자리 급수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