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노래를 조금 독특하게 감상했다.
듣는다기 보다는 본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각각의 노래에는 특정 색깔이 있다고 말했다.
"어릴 땐 취중진담이 참 절절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아니야
음.. 빨간색같았는데 나이가 드니 노란색에 가깝더라고"
카페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전주가 끝나기도 전에 그녀가 말했다.
"왜?"
"취하면 쉽게 하지 못하던 말들도 조금은 쉽게 꺼낼 수 있잖아"
"그렇지?"
"좋아한다는 말이 쉽게 꺼내지 못하는 말인건 알아
하지만 누군가 날 좋아한다면 그정돈 이겨냈으면 좋겠어."
내가 꽃향기를 닮은 그녀를 좋아하게 됬을 때 그 말들을 기억했다.
목련이 필 무렵 나는 담담히 그녀에게 내 마음을 전했지만 그녀는 주저하며 자신의 상황을 설명하였다.
그래도 해볼거면 다시 찾아달라는 그녀의 말에 나는 수없이 고민했고 그사이 목련들은 모조리 떨어졌다.
오랜 고민 끝에 나는 쉽지않을 테지만 함께하자고 제안했다.
나와 그녀는, 우리가 함께 할 시간들이 벚꽃길 보단 목련길을 닮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겁도없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사람들은 벚꽃이 떨어진 거리를 싫어하진 않는다.
벚꽃잎은 땅에 닿아도 색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와는 다르게 목련이 떨어진 거리는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한다.
목련잎은 땋에 닿으면 까맣게 색이 바래기 때문이다.
우리는 때때로 사람들의 눈총을 받기도 했지만 그점만 뺀다면 다른 연애와 다르지 않았다.
우리는 애틋했고, 사랑했으며, 익숙해지고, 지쳤고 결국엔 멀어졌다.
가을이 좋아 끝을 잡고 놓아주지 않아도 겨울은 오고 그것을 거부할 순 없다.
크리스마스 즈음에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
전화기 넘어로 짧은 한숨외엔 아무말도 들리지 않았다.
"말 안해도 돼"
그녀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녀를 들었다.
"......................"
"고생했어 누나..
내가 많이 부족했지?
잘지내고...... 끊는다..."
"응.... 미안해.."
그렇게도 어렵고 신중했던 시작과는 달리 끝은 너무나 짧고 허무했다.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났지만 내 삶에는 아직 그녀가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
그것들이 아리거나 괴롭진 않은 것 처럼
그녀의 삶에는 내가 없기를 바란다.
혹여나 남아있다면 괴롭지 않기를 희망해 본다.
노랫말 처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이겠지만
마음둘 곳 하나없는 이세상 속에 그녀같은 사람은 그녀밖에 없었다.
지금의 나보다 어렸을 8년전 그녀에게 미치도록 안기고 싶어질 때가 가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