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를 키우기 시작한 건 아주 오래 전 얘기가 되었다.
요크셔 테리어를 시작으로 발바리, 시추, 코카.. 수십년을 개와 살았지만 고양이는 아니었다.
아주 어릴 적, 집에 쥐가 있다고 쌀집에서 빌려온 고양이가 할퀴어서 엉엉 울며 엄마를 찾았던 기억도 있고
어쩌다 길에서 마주치면 쏜살같이 도망가는 아이나 새벽에 창 밑에서 앙칼지게 우는 아이들 소리도.
나와 눈이라도 마주치면 동공이 작아지는 그 눈이 무서웠다.
고양이에 대한 그런 생각들이 바뀐 건 친구네 고양이를 만나고부터였다.
새까만 코숏이었던 그 녀석은 내가 놀러가면 개처럼 달려들진 않아도 다리에 부비적 부비적 부딪히며 인사했고
이름을 부르면 '냐~'하고 대답했다. 집사인 친구가 나가면 개처럼 쫄래쫄래 같이 걸어가는 녀석이었다.
친구는 '개 같은 *'이라며 자랑스러워 하고, 또 서로 많이 사랑했다.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나중엔 고양이를 키워봐야겠다' 생각했지만, 그 때 우리집엔 쫄보 코카가 있었다.
자기보다 훨씬 작은 개에게도 밥그릇 뺏기고 멍하게 쳐다보는 녀석. 하지만 지보다 큰 개한테는 덤비는 멍청이.
그때도 이미 노견이어서 새로 데려오는 냥이에게 일방적으로 밀릴 것 같았다.
그러던 녀석이, 조금은 갑자기 내 곁을 떠났다. 14살이면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무지개 다리로 갔다.
세상이 끝난 것처럼 슬펐고, 병이 났다.
어쨌든 우린 조만간 다시 만날 거니까, 나는 회사에 다니고 생활을 해야했다.
이번엔 개랑 고양이를 같이 키우자. 지금까지는 다 유기견만 키웠었지만 딱 이번만.
둘 다 어릴 때부터 같이 크면 싸우지 않는다니까 내 인생에 딱 한 번만. 강아지랑 아깽이를 데려오기로 했다.
그렇게 어린 코카와 어린 고양이가 우리집에 왔다.
그게 딱 1년 전이다.
고양이는 진짜 묘한 생물이다.
만지는 느낌이 개랑 정말 다르다.
사부작사부작 걸어다니는 것도 아직 신기하다.
사뿐사뿐 뛰어오르는 것도, 그러다가 우당탕쿵탕 넘어지는 것도
눈을 맞추며 깜빡이고 골골 소리를 내는 것도
내가 가는 모든 곳에 따라다니고, 앉으면 늘 무릎 위에 올라오는 것도
안아달라고 눈 깜빡이고 골골대서 안고나면 엄청 예쁜 척하는 것도
짧은 귀가 쫑긋쫑긋하는 뒤통수도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울 수가 없다.
낯선 사람이 오면 냅다 숨지만
엄마와 아빠는 피하지 않고 초면부터 드러누워 골골송 부르는 것도
새벽에 날 깨우지만 "오늘 일찍 안 일어나도 돼. 더 잘게" 말하면
내가 일어날 때까지 다시 깨우지도 않고 소리도 안 내는 것도
미용 간 코카가 없어졌다고 냥냥 울며불며 찾아다니는 것도
"멍멍이 털 깎으러 갔어요. 조금 있으면 다시 와요" 하면 또 갑자기 하이퍼 되는 것도
마냥 신기하고, 마냥 사랑스럽다.
3주 늦게 태어나서 3주 늦게 온 코카한테 형노릇 하는 것도 신기하다.
코카가 지나다닐 법한 길에 누워있다가 지나가면 다리를 깨물면서 시비거는 것도
코카가 얌전히 있을 땐 그루밍 해주고, 움직이면 때려서-_-; 붙잡은 후에 그루밍을 계속 하는 것도
덩치가 훨씬 큰 코카가 깔아뭉개도 불만 가득한 표정으로 참고 있는 것도
예쁘고, 사랑스럽고, 사랑스럽다.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손에 닿는 고양이의 촉감이
그 사랑스러운 행동이
코카와의 묘한 형제애가
난 늘 첫날처럼 새롭고 고맙다.
그래서 많이 행복하다.
김야옹, 김멍멍! 고마워, 와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