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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비판 중 가장 큰 논거가 비용문제인데,
반론으로 '장학금이 많다'라는 말만 많지 정작 로스쿨 장학금의 구조를 설명하시는 분은 없더군요.
정보제공 겸 설명하고 가겠습니다.
1. 로스쿨 장학금이 등록금 대비 50% 정도다, 라고 하면
보통 '그럼 50%는 내는 거고 그건 큰돈 아니냐' 하십니다.
학교 마다 차이는 있겠습니다만 성적 상위 5~10% 내의 인원에게 등록금 전액이 성적장학금으로 나옵니다.
또 빈곤층이나 차상위계층이 몇 명씩 특별전형으로 전액장학금을 보장받습니다.
나머지 사람들은 경제적 상황에 따라 장학금을 차등해서 받습니다.
매 학기 건보료, 재산세 등 관련 서류를 제출하고, 그에 따라 받는 장학금 수준이 달라집니다.
(자가용까지 확인하려고 아예 지방세를 전부 확인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확인된 경제적 사정을 바탕으로 전액, 2/3, 1/3의 장학금이 주어져서 등록금이 차감되어 나옵니다.
(학교에 따라서는 전액, 3/4, 1/2, 1/4로 세분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몇 명만 이렇게 장학금을 받는게 아니라, 대부분의 학생이 이런식으로 장학금의 수혜를 받습니다.
위 방법으로 장학금이 배분되는 결과로,
한 학교 내에서,
하위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등록금을 한 푼도 내지 않고,
그 위로 25%는 등록금의 1/3을, 그 위의 25%는 등록금의 2/3를,
상위 25%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등록을 전부 냅니다.
따라서 성적장학금과 특별전형까지 포함하면 실제로 정원의 25% 이내의 소수만이 등록금을 전부 냅니다.
이렇게 되어서 평균 장학금률이 50% 내외가 되는 겁니다.
2. 이 방식이 합리적인 점은 결국 모두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만 등록금을 내게 된다는 거죠.
명목상 등록금은 매우 높게 잡혀있지만 실제 학교가 받는 실질적인 등록금은 명목상의 등록금의 절반 수준입니다.
그리고 위와 같은 구조 하에서는,
명목 등록금의 절반 이상을 내는 고소득층 내지 유산계층이
등록금을 절반 이하로 내거나 아예 내지 않는 무산계층의 등록금을 보전해주고 있는 형국이 됩니다.
위와 같이 명목 등록금과 장학금율을 모두 높게 유지하는 방식의 장점이 소득재분배와 유사한 효과가 있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장학금을 50% 줄려면 그냥 등록금을 반으로 하면 되잖아'라는 말대로 등록금을 반으로 줄이고 장학금을 없애면
모두가 똑같이 반으로 줄어든 등록금을 내게 되겠지만 위와 같은 소득재분배 유사의 효과가 사라집니다.)
3. 로스쿨 비용과 사법시험 비용 중에서 '로스쿨이 더 비싸다'와 사법시험이 돈이 더 든다'는 둘다 맞는 말입니다.
(생활비 쪽에서는 모든 로스쿨은 기숙사가 인가 조건이고, 그 기숙사는 소득이 낮을 수록 우선 배정된다는 점도 고려해주세요.)
하위 50% 계층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로스쿨이 더 싸게 먹힙니다.
(로스쿨에서 등록금은 아예 안 내거나 약간 내고, 생활은 모두가 기숙사에 들어갑니다.)
중간보다는 위에 있지만 상위 25%에는 못 드는 중간 계층은 둘이 비슷합니다.
기숙사에 들어갈 수도 있고 못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성적장학금을 한 두 번 받을 수 있으면 사법시험보다 몇 백은 덜 들일 수 있겠지만, 그냥저냥 하면 더 들 수도 있습니다.
상위 25%는 차라리 로스쿨이 비쌉니다. 장학금은 받을 일 없죠.
(상위 25%라고 하면 중산층도 꽤 섞여있는거 아니냐 하시는 분도 있겠지만,
현재 사회 구조적으로 고학력층으로 갈 수록 부유층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서울대 신입생 중 강남3구 거주 비율 보세요)
그래서 저 상위 25% 정도면 사회 전체적으로는 부유층에 가깝죠.)
그러니 로스쿨과 사법시험 중 어느 쪽이 돈이 더 많이 드는가에 대한 양 쪽 의견은 둘다 맞습니다.
본인의 경제적 상황에 따라 달라지죠.
4. 마지막으로 그 장학금 기준이 얼마나 잘 지켜지느냐에 대해서는,
정말 칼 같습니다.
주변에 로스쿨 다니면서 중간 정도로 장학금을 받던 사람이
방학 중에 결혼했는데 남편이 연봉이 억대라더군요.
바로 다음 학기부터 장학금 안나왔답니다.
(위에 하나 빼먹은 것이 장학금 신청하면서 내는 서류에 부모와 배우자 서류도 다 들어갑니다.)
이 정도면 로스쿨의 장학금에 대해 어느 정도 설명이 되었을까요?
(처음에는 답답하다고 멘붕이라고 멘붕게에 썼는데 쓰고 나니 아무래도 멘붕글은 아닌거 같아서 그쪽 글삭하고 옮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