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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조작된 세상에서 살고 있는지.
게시물ID : gomin_11873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Y2ZnY
추천 : 10
조회수 : 414회
댓글수 : 91개
등록시간 : 2014/08/26 22:46:26
1. 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에서 한 사람이 성형수술을 받다가 의식불명, 혹은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기자들은 '특종감' 이기에 달려들어서 취재합니다.
그러나 그럴 때 성형외과는 담담하게 저희를 부릅니다.
악성기사 디펜스(혹은 이와 비슷하게 불리는) 이름으로요.
 
저희는 보통 문예창작과, 신문방송학과, 국어국문학과 출신이며 기본적인 작문 능력을 가진 사람입니다.
기사 가이드라인을 써줍니다. 내용은 성형외과에서 줍니다.
예를 들어 어떤 원장님이 해외 어디에서 무슨 상을 탔다더라.
새로운 성형방법(이미 있는 거지만 이름만 교묘히 바꾼)이 나와서 화제라더라.
 
그 가이드라인을 쓰고 각 언론사의 기자들에게 뿌립니다.
그러면 그 기사들이 인터넷에 다 올라옵니다. 중앙일보? 경향신문? 돈만 주면 기사 내줍니다.
단, 메이저급은 더 비싼 비용을 들이며 마이너급 인터넷 언론사는 저렴합니다.
그러면 성형외과 사고 기사는 밑으로 묻힙니다. 기자들도 마다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이드라인 다 짜서 주니 편하고, 쓸 것도 없는데 기사거리 안겨주고, 돈도 더 얹혀서 받습니다. (기사 자리 내주기 때문에)
 
 
2. 돈 많은 누군가가 종로에 칼국수집을 차렸습니다. 한 블럭 넘어서는 나이든 할머니가 칼국수집을 합니다.
할머니 칼국수집은 제법 단골이 많습니다. 그러나 부자 칼국수집은 영 손님이 모이지 않습니다.
이럴 때 칼국수집은 저희를 부릅니다.
바이럴마케팅(SNS마케팅)을 해달라고 말입니다.
 
키워드를 찾아냅니다. 종로 칼국수집, 종로맛집, 칼국수집, 칼국수 맛있는 곳... 수도 없이 많습니다.
키워드와 이미지를 적절히 조합해서 블로그 가이드라인을 짭니다. 블로거(파워블로거나 준파워블로거)에게 뿌립니다.
그러면 '종로맛집'이라고 검색했을 때 딱 그 포스팅이 뜹니다. 사람들은 그곳을 갑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여기서 일하는 저희도 낯선 동네(자주 안가는 동네)에 가면 "00맛집" 검색해서 보고 갑니다.
 
블로거 몇몇을 뽑아서 체험단을 진행합니다. 요즘 블로거들 맛 더럽게 없으면 맛 없다고 씁니다.
그러나 대체로 좋은 평으로 써줍니다. 너무 좋게만 쓰면 방문자들의 의심하니 이런 식으로요.
칼국수 면발이 야들야들 한 게, 태어나서 먹어본 면요리 중에서 면발 하나는 여기를 따라올 곳이 없었어요. (칭찬)
그러나 국물도 바지락을 넣어서 시원하지만, 저는 양념장을 너무 넣어서 좀 칼칼했어요ㅠㅠ
양념장이 살짝 매운 편이니 여기 들리시는 분들은 간 보면서 넣으셔야 할 듯해요. (약간의 불만사항)
 
블로거들이 솔직하게 쓴다 한들 개차반이 아니고서야 글 잘 써줍니다.
그래야 저희 업체에서 또 일을 맡길 테니까요. 그리고 파워블로거와 준파워블로거 및 방문자 수에 따라 다르지만 돈도 받습니다.
음식제공 + 차비제공 + 소정의 포스팅 비. 서울 쪽 맛집을 간다하더라도 대략 건 당 10만원 이상 받습니다.
 
결국 부자 칼국수집은 검색시 노출이 잘되기 때문에 곧 손님이 바글바글해집니다.
맛이 할머니 칼국수집보다 떨어진 한 들,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에서는 놀러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선 온 사람은 상위노출 되어 있는 부자 칼국수집에 옵니다. 맛이 더럽게 없다?
그러면 그 뒤로는 종로치킨집, 종로족발집 등을 찾지 칼국수에 미친 사람 아니고서야 또 같은 칼국수집을 찾진 않는단 말입니다.
그리고 사람이 줄을 설 정도로 많고 잘나간다고 하면 다소 맛이 떨어져도 더럽게 맛이 없고 최악이 아닌 이상 그냥 거기에 수긍하게 됩니다.
자신이 줄을 선 시간, 그리고 검색해서 찾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이 맛있다고 강력추천한 집이기 때문에 그런 거죠.
 
 
3. 당신은 어느 육아카페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한 엄마와 친해졌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지만 이 엄마도 자신 또래에 아이도 둘이나 있다고 합니다.
서로 채팅까진 안해도 게시글 쓰면 댓글도 꼬박꼬박 달아주고... 자세히 보니 이 친한 엄마, 다른 분들과도 잘 지냅니다.
가끔 카페에 가서 커피 사진도 찍고, 예쁘고 아기자기한 요리 사진도 찍어서 올립니다.
꽤 잘 사는 엄마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이 엄마가 000 아기띠가 정말 좋다며 사진과 함께 글을 씁니다.
왠지 정말 좋아보입니다. 하지만 가격이 조금 비쌉니다. 때때로는 이거 홍보 아니냐는 글도 올라옵니다.
그 친한 엄마는 딱히 홍보글도 아니고 쓰기 싫으면 안 써도 자기랑 상관 없다고 합니다.
당신이 봐도 여태까지 몇 개월 동안 글도 열심히 올리고 댓글도 달며 활동한 엄마인데 이런 홍보를 할 것 같지가 않습니다.
이 엄마가 사는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구매합니다.
 
 
제가 해왔던 일들입니다.
직접 글을 쓰고, 블로그를 써주거나 체험단을 꾸려서 기획하고, 커다란 카페에서 정기적으로 활동하며(아주 평범하게) 가끔 홍보글을 올려 마케팅을 합니다. 바이럴마케팅입니다.
이 외에 페이스북, 공식블로그, 트위터 등도 운영했습니다.
그러나 저작권 문제에 얽히면 큰일 나기 때문에 남의 자료를 퍼가거나 하는 짓은 하지 않았습니다.
전부 제가 사진을 찍고, 글을 쓰고, 유머자료를 발굴하고,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로 그림을 그립니다.
기획도 하며 체험단을 모집하고 이벤트를 진행하며 결과 분석을 합니다.
 
그럼에도 이 일을 하다보면 회의감이 듭니다.
너무나 많은 가면을 쓰다보니 내가 어떤 성격인지 까먹습니다.
육아카페의 '유민맘'인지, 페이스북 관리자인 '00지기'인지, 기사를 쓰는 '000기자'인지.
 
그런데, 마케팅을 필요로하는 사람들은 많습니다.
이 글을 보는 창업예비주들 특히 그럴 겁니다. 창업하는 분들에게는 바이럴마케팅처럼 저렴하고 효과적인 광고는 없습니다.
강남 스크린에 홍보할 건가요? 지역신문 지면에 광고 하나 내는 것도 비쌉니다.
저희는 구글검색광고, 키워드광고 다 해줍니다. 어떤 마케팅을 진행하느냐에 따라 견적은 천차만별이지만 싸게는 50만원도 안드는 가격에 마케팅을 할 수 있습니다.
 
싸고, 효과적이기 때문에 대기업에서도 외주를 주어 관리하고
입소문이 중요한 성형외과에서는 자체적으로 마케팅부(SNS관리부서)를 두고 성형카페 운영 및 블로그(파워블로거)들을 관리하며
대학교, 관공서 등 많은 곳에서 바이럴마케팅을 합니다. 물론 정치인들도 합니다. 당연히요.
 
지금은 일을 그만두고 지금은 대기업 마케팅부서에서 일합니다.
여기서도 SNS관리를 도맡아 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조차 회의감이 밀려올 때가 있네요..
 
내가 왜 이런 글 썼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냥 오유 유저 분들은 속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이 일은 아주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마케팅 효과를 노릴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저는 이 일을 하며 아직도 돈을 벌고 있지만요.
온라인, SNS의 가면은 생각보다 두텁고 생각보다 교묘합니다.
 
물론 이 속을 파고들어 꿀 빨아 먹는 또 다른 유저부류들이 있습니다만... 그 이야기까지 쓰면 너무 길어질 거 같고요.
그냥 좀 우울하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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