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0살 청년입니다 그저께 저한테 일어났던 일을 쓰려고 합니다 전 해병 1014기 백령도서군 출신입니다 대청부대 소속 이었는데 제가 상병즈음 저희 진지에 강아지가 한마리 올라왔어요 섬 주민이 키우던 강아지였는데 인천으로 이사간다고 나눠주고 떠난걸 저희 진지에서 키우게 됐습니다 요크와 치와와 믹스였는데 체구도 작고 활발했어요 이 강아지가 사료만 먹다가 진지에 올라와서 병사들 짬밥에 적응을 못 해서 산에 가서 엄한걸 먹고 토하고 그랬었습니다
그래서 당시 주계병(해병대 조리병-섬 지역은 인원이 모자라 돌아가면서 주방을 맡습니다)이었던 제가 개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해서 따로 챙겨줬어요 그랬더니 강아지가 절 엄청 따르기 시작하면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저랑 붙어다니게 됐습니다 병사들이 똥 오줌 못 가리고 병사 곳곳에 싸지르는 강아지를 많이 괴롭혔거든요 밤에 야간 근무 올라갈 땐 제가 군복 단추를 열어주면 쏙 들어와서 배 부분에서 다리 쭉 펴고 저 근무 서는 동안 자기도 하고 침낭안에 들어가면 제 오른팔에 앞발 한짝이랑 턱을 걸치고 한숨 푹 쉬고 자기도 했습니다 정말 휴가 나가면 보고 싶어서 복귀날이 기다려지기까지 하던 강아지였는데 제가 전역하던 날 떼어놓고 왔어요 근 1년 가까이 보고 싶어서 진지에 전화도 하고 짖는 소리도 듣고 그랬었습니다 이 이야기를 왜 하냐하면 올해가 전역한지 9년차(군대를 좀 빨리 갔습니다)강아지가 살아있다면 11살 됐을 겁니다 퇴근 일찍하고 운동 가기전 잠깐 잠이 들었는데 가위가 눌렸어요 그런데.. 왼쩍 볼을 누가 꾸욱 미는데 사람 손이 아니었어요 분명 감촉이 개나 고양이 앞발바닥 같은 크기였습니다 그리곤 코 부근에 비린내가 나는데 개가 뽀뽀할 때 나는 냄새 있죠 그 냄새였어요 제가 너무 놀라서 손을 뻗어서 제가 누워있던 왼쪽을 움켜잡았는데 제 몸은 움직이지 않고 곁눈으로 보이던 것이 강아지가 앞발 2개를 붙잡혀 뒷발과 엉덩이로 뒷걸음질치는 듯한? 그런 형상이 보였습니다 그리고 옆엔 털이 새하얀 개가 있더라구요 그리고 가위에서 깨면서 뭐랄까 직감적으로 그 강아지가 떠올랐어요 왜냐하면 이 강아지가 뽀뽀하는 걸 무척 싫어해서 제가 코 근처에 입 갖다대려고 하면 앞발로 무조건 막았거든요 전역하는 그날까지 허락해주지 않았던 행동입니다 근데 가위에서 깨고 느껴지는 게 아 강아지가 죽고 나한테 인사를 하러 온거 같다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눈물이 진짜 폭포수마냥 흘러내리더군요 감정 조절이 안 돼서 이 악물고 눈물만 줄줄 흘렸습니다 강아지 이름만 부르면서.. 인사하러 온 건지도 모르고 그렇게 세게 움켜잡았으니 얼마나 놀랐을까 이 생각도 들고 너무너무 보고 싶었어요 이틀이 지난 아직도 밤에 문득 자기전에 생각나고 눈가가 촉촉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