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바둑계 자부심의 근원은 무궁한 경우의 수가 있기 때문에 계산으로 해결할 수 없고, 그래서 바둑은 기계가 아닌 인간 창의성의 영역이라는 것이었지 말입니다. (90년대 초반 동양증권배를 비롯해 세계를 제패하고 이창호 국수가 냈던 자서전(?)에도 동일한 내용의 발언이 등장합니다)
그 자부심 기준으로 봤을 때 알파고가 지구의 모든 컴퓨터를 클러스터링 해서 사용한다한들 몇 대의 알파고가 얼마나 경우의 수를 시뮬레이션 하고 있든 문제될 것이 없다는 점이고요.
바둑을 사랑하는 애기가로서 우울한 마음이 앞서는 것은 저 역시 동일하지만 기계 따위가 얼마든지 덤벼봐라 하던 자신감을 이런 식으로 마무리하려는 모습은 실망스럽습니다.
나름 한국 바둑에서 지식인이자 정신적 멘토로 통한다는 양재호 사범이며 사무총장의 이런 발언은 알파고에 진 것 이상으로 더 씁쓸하게 느껴집니다.
차라리 바둑을 보는 시각이 새롭게 바뀌었다, 파격이 필요한 시점임을 느꼈다 같은 미래지향적인 발언이었다면 좋았을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