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글을 쓰기 앞서서...
키보드에 대해 뭐가 뭔지 모르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말씀 드릴게요.
키감에 대해서는 각자의 취향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기 때문에 이렇다 저렇다 한 이야기는 하지 않겠습니다.
누군가에겐 5,000원짜리 키보드가 인생 최고의 키보드라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니까요.
※모든 글의 내용은 주관적 견해이므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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멤브레인식 키보드
(삼성 SKG-3000UB, 정가 9,500원) / 출처:blog.naver.com/hoostory/10144722283
일단 여러분들 앞에 있는 키보드는 대부분 멤브레인식으로 만들어진 키보드일것입니다. 컴퓨터를 사면 자동으로 딸려나오는 녀석들이죠.
어쩌면 지금 이 글을 읽는 분 앞에 놓여있을 수도 있는 삼성의 멤브레인식 키보드입니다. 제품 가격이 1만원도 안됩니다!
멤브레인식의 특,장점은 이처럼 '저렴한 가격'에 있습니다.만들기 쉽기 때문에 대량생산이 가능하기 때문이죠.
멤브레인식은 기본적으로 키를 누를 때마다 그 아래 있는 고무패드(러버돔이라고 부릅니다)가 기판에 닿으면서 인식하게 되는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냥 기판 위에 고무패드 깔고 그 위에 키만 올리면 키보드 완성. 가격이 쌀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다만 고무패드가 계속해서 기판에 닿게 되면 필연적으로 마모가 오게 되고 결국 키가 인식이 되지 않으면서 수명을 다 하게 됩니다.
각각의 키 수명은 1천만회이며, 이것은 같은 키를 매일 1000번(!) 누르면 2년 반 이상 사용할 수 있고, 500번이라면 근 6년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글쎄요.. WASD와 더불어 게임에 사용되는 몇몇 키를 제외하고 가정집에서 하루에 '같은' 키를 500번이나 누를 일이 있을까요? 하하...
장점: 저렴한 가격, 조용한 타건음
단점: 낮은(?) 내구도
플런저식 키보드
(제닉스 StormX K4, 정가 33.000원) / 출처:
www.xenics.co.kr
요즘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플런저식의 키보드입니다. 플런저식 키보드는 사실 멤브레인식과 거의 비슷한 입력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멤브레인식이 고무패드를 직접 누르는 방식이라면 플런저식은 고무패드 위에 플런저라는 구조물을 추가해서 키-플런저-고무패드의 형태가 됩니다.
키 입력을 할 때 플런저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누르게 되고, 이 과정에서 '키를 눌렀다'는 구분감이 멤브레인 방식에 비해 더 또렷하게 납니다.
플런저는 대부분 플라스틱으로 이루어지고, 고무를 직접 누를 때보다 단단한 플라스틱으로 누르게 되니 손에 느껴지는 강도가 강해지는 것입니다.
플런저식의 장점이라면 멤브레인 만큼은 아니더라도 충분히 저렴한 가격과 그러면서도 멤브레인과는 다른 키감에 있습니다.
저는 플런저를 '멤브레인에 가까운 키감, 기계식(특히 갈축)에 가까운 키음'이라고 느꼈는데요, 이 또한 개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혹자는 기계식의 키감을 저렴한 가격에 느껴볼 수 있다고도 하고, 혹자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플런저식만의 키감이라고도 합니다.
최근들어 키보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계식 키감'을 표방하는 플런저식 키보드도 많은 제품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에 따라서 다양한 입맞에 맞춘 키보드가 출시되고 있어서 선택의 폭이 넓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다시피 가격 또한 저렴한 편입니다.
장점: 저렴한 가격, 넓은 선택의 폭
단점: 낮은 내구도(멤브레인식에 플런저 구조물만 올라간 형태이기 때문에)
팬터그래프식 키보드
(아이락스 IRK01W, 정가
25,000원) / 출처: www.10x10.co.kr
팬터그래프식 키보드는 많은 분들이 갸우뚱 할 수도 있습니다. 이름 자체가 기계식이나 멤브레인에 비해서 많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일것입니다.
하지만 의외로 가까운 곳에서 볼 수 있는데, 그것은 바로 '노트북'입니다. 바닥판에 납작하게 붙어있는 키보드가 바로 팬터그래프식입니다.
팬터그래프는 사실 지하철의 지붕 위에 붙어있는 X자 구조물의 이름입니다.
팬터그래프식 키보드라는 것은, 기판 위에 키캡을 X자형 구조물이 받히고 있는 형태라서 붙혀진 이름입니다. 영어권에서는 시저스(가위) 키보드라고도 합니다.
이런 방식의 키보드는 기판-고무패드-키캡으로 이루어진 단순한 멤브레인보다도 더욱 작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트북에서 팬터그래프식 키보드를 채용하는 것이죠.
팬터그래프식 키보드는 다른 키보드와는 다르게 블루투스 키보드와 같이 무선키보드가 많습니다. 가격은 플런저식 키보드와 비슷합니다.
장점: 작고 가벼운 몸체, 저렴한 가격
단점: 선택의 폭이 좁은 편
정전용량 무접점식 키보드.
...실제로 타건해보지 못했습니다...
키감, 소음, 손목 및 손 피로도, 수명 등등 키보드가 가지고 있는 모든 단점은 無(...라고 하더군요 큼큼...)
유일한 단점은 현기증나는 가격뿐이라는 키보드의 '끝판왕' 정전용량 무접점식 키보드입니다.
기판 위에 코일이 위치하고 코일을 고무패드가 감싸고 있는 형태의 스위치를 사용합니다.
키를 누르게 되면 코일이 눌리게 되어 내부 정전계수가 높아지고, 일정 계수에 도달하게 되면 키가 입력되는 방식입니다. (한국어로 쓰여있습니다 여러분!)
기판- 고무패드-키캡의 멤브레인과 얼핏 비슷한 구조이지만 기판과 고무패드가 직접적으로 맞닿지 않는 구조로 되어있습니다.
간단히 내부 압력이 올라가다가 일정 수치 이상이 감지되면 입력이 되는 방식이니까요.
사실상 부수거나 키캡을 지탱하고있는 스프링이 닳아 없어지지 않는 한 수명이 다할 일이 없다고는 합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고무패드가 계속해서 마찰을 일으키면 변형을 일으키게 됩니다. 각각의 키 수명이 3000만 회에 달한다고 하네요.
아까 멤브레인을 하루에 500번씩 누른다고 했을 때 근 6년을 사용했으니 이녀석은 16년 이상 사용할 수 있겠네요.
키보드에 음료수를 엎는데 16년은 아주 충분한 시간이지 않을까요? (껄껄)
장점: X(타건해 보지 못해서 건너뜁니다.)
단점: \330,000
이 쯤 되면 어떤 키보드가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으시죠?
이제 본문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모든 글의 내용은 주관적 견해이므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기계식 키보드의 매력
★잡담, 그리고 의문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기계식 키보드입니다. 고가의 멤브레인이나 플런저에는 거의 필수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저렴한 가격에 기계식 키보드의 느낌을." 과연 그럴까요?
처음 기계식 키보드를 받아보았을 때 느낌은 지금 위의 이미지를 보는 여러분의 생각과 거의 같았습니다. ㅡ뭐야 이 짱돌같은 디자인은...
덱은 기계식 키보드를 만드는 회사중에서도 특히 클래식하고 단정한(나쁘게 말하면 범생이같은) 디자인으로 유명합니다.
(커세어 VENGEANCE K70, 정가 171,000원) / 출처: nl.hardware.info
반면, 이름부터 남다른 커세어는 역동적이고 날카로운 디자인으로 유명합니다.키보드 가격의 절반이 디자인이라며 '허세어'라는 웃지 못할 별명까지 있는 상태죠.
그래도 뭔가 심심해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무튼 디자인 면에서 플런저나 멤브레인에 비해서 특출나게 '멋지다'라고 생각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아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 가격이 멤브레인의 10배, 플런저의 5배 가까이 나는 기계식을 사용하는 이유가 뭘까요?
★스위치 이해하기
기계식 키보드는 모델명과 함께 꼭 붙어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청축,갈축,적축,흑축과 같은 스위치의 종류인데요, 사실 키보드의 디자인이 뭐 어떻든 간에 이 축이 무엇인지에 따라 키감은 하늘과 땅차이가 됩니다.
스위치 종류에 따른 특징과 장단점을 알아보겠습니다. 직접 타건해본 체리 청·갈·흑·적축을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아래 나오는 각 스위치의 gif는 나무위키에서 퍼왔습니다.출처 주소: namu.wiki
※체리 스위치를 기준으로 설명합니다. (가장 보편적)
-청축 (클릭)
·키를 누를 때 별도의 클릭구조물이 걸쇠에 걸렸다가 내려오면서 특유의 소리를 내는 구조입니다.
·소리가 난 직후에 입력이 되기 때문에 키가 눌렸다는 느낌을 가장 정확히 느낄 수 있습니다.
·기계식 하면 떠오르는 타자기같은 소음의 정체가 바로 이녀석입니다.
장점: 경쾌한 타건음, 명확한 구분감
단점: 클릭구조물의 존재로 리듬게임 등 고속반복입력에 불리, 소음에 가까운 타건음
클릭이라고 써진거 클릭해본 사람?
-갈축 (넌클릭)
·청축과 달리 클릭 구조물이 없지만 걸쇠에 한번 걸렸다 내려오는 구조입니다.
·소리는 적지만 걸쇠에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구분감이 명확한 편입니다.
·클릭 구조물이 없기때문에 청축에 비해 매우 정숙합니다.
장점: 명확한 구분감, 청축에 비해 정숙한 타건음
단점: 걸쇠에 걸리는 부분의 존재로 리듬게임 등 고속반복입력에 다소 불리, 아직 존재하는 소음
-흑축, 적축 (리니어)
(흑축은 느리게 내려오고 빠르게 올라가는 반면 적축은 빠르게 내려오고 느리게 올라갑니다.)
·걸쇠에 걸리는 부분 없이 바로 내려오는 구조입니다.
·키를 끝까지 누르지 않아도 입력이 되기 때문에 구분감이 아예 없습니다.
·타건하는 동안 들리는 소음은 키를 끝까지 눌렀을 때 바닥을 치는 소리와 키가 다시 올라올 때 소리밖에 없습니다.
·흑축과 적축의 차이는 스프링의 강도입니다. 흑축은 청갈흑적중에 가장 강한 스프링을 가지고 있고, 적축은 가장 약합니다.
장점: 매우 정숙한 타건음, 걸리는 부분이 없기에 손가락에 딱 붙는 키감(흑축>적축)
단점: 구분감이 없기때문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 스프링 반발력에 의한 손가락 피로(흑축 한정)
★멤브레인, 플런저와의 차이?
저는 특이한 케이스라서 기계식을 먼저 접하고 플런저를 우연찮은 계기로 타건해보았습니다. 뭐, 멤브레인이야 20년 넘게 살면서 쭉 써왔으니까요.
앞서 플런저를 '멤브레인에 가까운 키감, 기계식에 가까운 키음'이라고 했는데, 사실 말하자면 저렇다는거지, 딱딱 들어맞는 비유는 아닙니다.
'찰칵찰칵'거리는 청축, '짤깍짤깍'거리는 갈축, '또각또각'거리는 흑,적축에 반해 플런저는 '짤각짤각'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게 뭔소린가 하면, 갈축처럼 '짤'하면서 들어갔다가 적축처럼 '각'하면서 부드럽게 올라온다는 것입니다. (흑축은 힘차게 올라오므로...)
플런저만의 독특한 키감이 있었습니다만 '짤'하고 들어갔으면 '깍'하고 나와야하는데 '각'하고 나와버리니 멘붕이 왔습니다.
뭐, 그런 고로 개인적으로 플런저가 이단아 같은 느낌이라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기계식 키감이요?
★왜 사는건데 그거?
필자가 가진 키보드는 3개입니다. 한성 GTune 알프스백축, 덱 Hassium 흑축, 그리고 큐센 멤브레인 키보드입니다.
(한성 GTune Maf35 알프스 유사 백축, 정가: 62,700원) 첫 개봉과 동시에 찍은 사진...
솔직한 말로, GTune 알프스백축은 실사용에 애로사항이 좀 많았습니다. 체리청축은 알프스백축 앞에선 어디 소리 낸다 명함도 못 내미니까요.
정말 어마어마한 소음입니다. 능가하는 클릭음과 올라오면서 키캡을 타고 울려퍼지는 소음, 스프링에서 들리는 것으로 추정되는 금속성 공명음까지.
소음계의 혁명이다 싶을 정도였습니다. 웬만하면 참고 쓰겠는데 소음 3단콤보는 당해내질 못하겠더라구요.
키감은 사실 훌륭한 편이었습니다. 적당히 묵직한 키압에 손 끝을 타고 올라오는 확실한 구분감, 시원한 타건음까지.
나중에 방음 잘 되는 방을 새로 얻게 되면 그 때 사용하는 것으로 하고 고이 상자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덱 Hassium 흑축, 직접 만들어본 로고)
...은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키보드입니다.
이렇게 긴 글을 타이핑하면 확실히 손가락에 피로감이 생기기는 합니다. 레포트 쓸 때는 큐센을 다시 꺼내야될 것 같습니다.
스프링 반발력 덕분에 손가락을 떠나지 않는 쫄깃한 키감이 생겨났습니다. 첫 기계식이지만 운 좋게도 제 손에 맞는 녀석을 찾아낸 기분입니다.
다만, abs 키캡 특유의 울림때문에 pbt키캡을 새로 구매했습니다. 비싼만큼 효과가 있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이번에 세로 구매해서 집으로 날아오고있는 레오폴드 FC900R 청축,
레오폴드는 갈축 키보드를 잘 만들기로 유명합니다. 그런데 청축을 선택한 이유는, 위의 흑축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주 키보드는 앞으로 뭐가 들어오든 헤슘 흑축이 될 것 같은데 사실상 청축의 절충안이라고 볼 수 있는 갈축을 선택할 이유가 없어서 과감히 청축으로 갔습니다.
청축은 스카이디지탈 밖에 못 만져봐서 레오폴드의 청축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합니다.
★졸리니까 이만 씁니다...
기계식의 매력이라면 역시 사소한 것 하나에 따라 키감이 미묘하게 바뀐다는 것이겠지요.
하부 보강판, 상부하우징, 내부 흡음제, 키보드 패드(장패드라고 하죠)의 유무, 스위지, 키캡, 윤활작업 여부 등등,
하나의 키보드라도 수백가지 조합이 가능합니다. 그 중에서 자신에게 적절한, 아니 최고의 키감을 찾아내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