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또래에 비해 버스를 많이 타고다닌 편이다. 그래서인지 버스에서 만난 진상들도 많다.
아래의 3명의 진상들은 그중에서도 특히 내머리속에 남아있는 사람들이다.
1. 스모커
가장최근의 일이다. 밤 11시경 시내버스를 타고 집에가는 길이였다. 집에 도착하기 4정거장 전 버스가 멈춰서더니 한 승객이 올라탔다.
그 승객은 말그대로 "형님"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180이 넘어보이는 키와 우람한 덩치 무스를 잔뜩바른 머리에 영화속에서만 보던 꽃무늬 셔츠와 검은색 양복까지.. 조폭영화를 찍던 감독이 엑스트라로 고용하고 싶은 외형을 하신 그분은 버스기사아저씨를 긴장시키며 버스의 맨 뒷자리로 가서 앉았다.
사실 여기까지는 그냥 버스에서 무서운 아저씨 본 이야기이다.
문제는 버스가 출발하고 하고 난 뒤였다. 어디선가 매캐한 냄새가 풍겨왔고 내 주변의 사람들도 그것을 느낀것 같았다.
그렇다. 그아저씨는 버스 맨 뒷자리에서 흡연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것도 창문을 열어놓고 담배를 피며 버스 안쪽에 연기를 뿜고는 담배재를 창밖으로 털고 있는 중이였다.
그 순간 내머리속에는 온갖 생각이 들었다. 분명 버스에서 흡연금지일텐데, 저 사람은 버스에서 담배피던 시절에서 막 날아온 과거사람인가, 나는 왜 옳발지 못한 일을보고 말하지 못하는건가. 내가 덩치 좋은 남자였다면 가서 담배끄라고 말할 수 있었을까..담배끄라고 말했다간 9시 뉴스에 버스 폭행피해자로 등장할것 같다...등등
그러던 사이 버스는 우리집앞에 도착했고 나는 일단 그곳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왔다.
내가 마지막으로 본 광경은 그 진상의 손이 창밖에 담배재를 터는 것이였다. 그 뒤 같은 버스를 계속 타고가야 했던 승객들에게 애도를..
2. 이구역의 미x년은 나야!
시외버스를 타고 가던 길이였다. 약 1시간 거리의 짧은 구간이였고 나는 평소처럼 창밖을 멍하게 보며 도착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마지막에 탄 아주머니가 기사님께 1분간격 비슷한 질문을 했다. 언제 도착하냐, 몇시간이냐 걸리냐, 얼마나 남았냐
아주머니가 1분마다 기억이 리셋되는 영화의 주인공이 아니라면 이건 분명 어그로였고 처음에 대답을 해주던 기사님도 큰소리로 "아 11시에 도착한다구요!" 라고 대답하며 똑같은거 그만좀 물어보라며 화를냈다.
여기서 물러서면 진상이 아니다. 기사님이 큰소리를 내자 아줌마는 더 큰 목소리고
"니가 뭔데 나한테 소리를 질러!!!!!운전이나 하는 주제에 나를 무시해!!!!!!!" 라고 사자후를 터트리더니 현란한 욕설을 시작했다.
@#$#%@#$@#$ ~ 입에 담기도 싫은 쌍욕을 5분정도 내뱉으니 주변 승객들도 당연히 짜증나는 표정이였고
한 할아버지가 "아줌마 여기 혼자타는것도 아닌데 좀 조용히 갑시다"라며 아줌마를 진정시키려했다.
하지만 아줌마는 진정하기는 커녕 새로운 먹이감을 발견했다는 말투로 " 영감탱이는 뭔데 나한테 ㅈㄹ이야!!!!!!!!!!!!!!!!!!!!!!!!!!!!" 로 온갖 패드립과 욕설을 내뱉었고 할아버지도"이디서 어른한테!" 하며 맞받아 쳤다
기사에 대한 아줌마의 갑질은 아줌마vs할아버지의 고성배틀로 형태가 변했고 이 배틀은 5분이 지나서야 멈췄다.
중간에 어그로에겐 무관심이 답이라는걸 꺠달으신 할아버지는 아줌마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그 아줌마는 약 20분을 더 궁시렁 대고서야 입놀림을 멈췄다.
여담으로 목적지에 도착했을 때 승객 모두는 그 아줌마를 쨰려보면서 내렸다.
3. 아몰랑 내자리야 - 위에 두개는 광역어그로와 관찰자입장에서의 진상짓이였다면 이건 직접 당한 일이다.. 그래서 좀 길어요.
고2때, 아직 남에게 할말 못하고 쓸데없는 배려심 많던 시절의 이야기다. 나는 2주에 한번 장거리 시외버스를 타고 다녔는데 내가 타던 시외버스는 ABC 세 지역을 경유하는 버스였다. 그중 나는 B지역에서 버스를 탔고 우리지역에 배당된 좌속 수가 적었기에 난 항상 2주전에 예매를 해놓는 습관이 있었다.
그날도 평소와 마찬가지로 예매된 승차권을 들고 버스에 탑승했는데 이미 내자리에 누군가가 앉아서 자고 있었다. 나는 당연히 복도쪽 좌석인 사람이 창측 좌석에서 자고 있다고 생각했고 그 아저씨 옆자리에 앉아 아저씨가 일어나면 자리를 바구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C지역에 도착하니 버스를 타고 다닌 이래로 가장 많은 탑승대기 승객이 있었고 이거 못타면 다음차 놓친다며 복도에 앉아서라도 가게 해달라는 사람도 많았다. 다들 좌석없는 표를 가진 사람들이였다. (버스 기사님은 이와중에 이 사람들을 태워줬다...)
사실 이 버스가 만차가 되는 경우는 드물었고 보통 A나 C지역에서 결원이 생기기에 정해진 좌석 수 보다 표를 2-3장 더 끊어주는 경우가 있었다.(좌석 없는 표, 빈좌석에 앉으라고 끊어줌) 일종의 오버부킹을 버스에서.. 했던것이다. 문제는 그날따라 ㅅ라 소통이 안됬는지 A지역 C지역 모두 오버부킹 상태였다. 나의 경우 미리 예매를 해놨기 때문에 이러한 사태에 영향을 받지 않아야 했으나..
문제는 내가 앉아있던 자리(복도쪽)의 주인이 나타난 것이다.
당연히 이 자리의 주인은 자고 있는 아지씨인 줄 알았던 나는 당황해서 옆자리 아저씨를 깨웠고
여기는 내 자리이니 아저씨 자리로 가시라고 말했다.
그런데 아저씨는 움직일 생각도 하지 않으며 "내가 A지역에서 제일먼저 버스탔어!! 거기 매표소에서 빈자리 아무대나 앉으라 했으니 난 아무대나 앉아도 돼!!!! 라며 자신의 잠을 깨운 나에게 화를 냈다.(적반하장도 유분수지 진짜.. 생각하니까 또 빡치네)
그렇다 내자리에서 자고있던 아저씨는 A지역에서 좌석없는 표를 들고 탄 사람이였던 것이다.
상황을 파악 한 나는 버스기사님께 상황을 설명하고 아저씨에게 내자리를 돌려달라 했지만 아저씨는 계속해서 "아몰랑 아무데나 앉으랬으니까 여기 계속 앉을거야"를 시전했다. 비행기였다면 누군가를 비지니스 석으로 올려줬겠지만 안타깝게도 버스에는 비지니스석이 없었고 정당한 권리를 가진 나와 아몰랑을 시전하는 아저씨의 소모전은 계속되었다.
출발이 십분정도 지연되자 사람들은 우리를 노려보기 시작했고 기사님도 당황하는게 눈에 보였다.
지금이야 이런상황이 발생하면 깔끔하게 경찰과 해당 버스회사에 전화를 하고 관련 사이트에 버스회사에 대한 민원을 제기했겠지만
그땐 너무 어렸고 아저씨는교복을 입고있던 나를 만만하게 보고 말도안되는 때쓰기를 계속했다.
시간이 조금더 지나자 기사님은 미안한데 버스 출발해야 한다고 학생이 문 옆 보조좌석(관광버스 문옆에 붙어있는 간의의자)에 앉으면 안되겠냐며 나를 설득했다. 다른사람들은 복도에 앉아서 가는데 학생한테는 의자펴준다면서.........
당연히 말도 안된다, 저아저씨보고 거기 앉으라 해라 말했지만 버스 승객들은 쟤때문에 출발도 못한다는 식으로 투덜댔고 거기에다 아몰랑아저씨는 에게 마무리 공격을 펼쳤다.
대충 기억나는 대로 써보자면 "내가 이나이 먹고 그런데 앉아서 가야되겠어?학생이 거기 앉으면 되겠네, 학생때문에 출발도 못하고 이게 무슨민폐짓이야 그리고 학생은 부모도 없어? 어디 어른한테 눈을 똑바로 뜨고 따박따박 대들어? 나는 모르겠으니까 학생이 서서가던 저기 앉아서 가던 마음대로 해!" 이런식으로 진상의 상징인 나이드립+ 패드립+ 무조건 니탓+ 아몰랑을 동시에 말하고는 다시 자는척을 했다.
결국 나는 간의좌석에 앉아 3시간을 갔고 서러운 나머지 중간 휴게소 정차에서 화장실에 들어가 울고 나왔다.
그리고 이 사건 이후 내권리는 내가 찾아야 한다고 각성해서 따박따박 따지는 어른이가 되었다.
+ ) 버스기사님은 휴게소 들렸다 출발하기 전 나에게 초콜릿 하나를 주며 어른들 때문에 학생이 돈내고 권리도 못찾는다며 나에게 사과했다.
PS1원래 한글에 쓰려고 했는데 진상3이 너무 길어져서 버스에서 만났던 훈훈한 이야기+특이한 이야기는 다른글에 올릴게요
PS2 : 이 글은 약98% 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