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금 눈먼 '독극물 카레 테러' 일본 주부 사형 "사형을 선고합니다." 장내가 술렁였지만 정작 피고는 미동도 없다. 오히려 알 듯 모를 듯한 미소가 입가에 흘렀다. 마음씨 좋은 이웃집 아줌마 같은 외모의 하야시 마스미(41)는 4년 전 카레를 이용, 동네 주민들을 살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지난 1998년 7월25일. 지역축제로 들떠 있던 와카야마현에서 카레를 먹은 4명이 갑자기 숨졌다. 하야시는 부녀회원들과 함께 카레를 만들어 축제에 참가한 주민들을 정성스럽게 대접했다. 당시 하야시를 비롯해 부녀회원들이 준비했던 카레는 1,350인분. 4명이 복통을 호소하며 쓰러진 뒤 사망했고, 63명이 몸에 이상증세를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검사 결과 환자들에게서 농약제조에 사용되는 독극물 비소중독증이 나타났다. 혐의자로 경찰에 검거된 하야시의 집에서는 비소 봉지가 다량 발견됐다. 당시 하야시는 보험사 외판원으로 근무했고, 남편은 흰개미 잡는 소독약을 만드는 제약회사에 다녔다. 검찰은 하야시가 생명보험에 가입한 남편의 동료들에게 비소를 탄 음식을 먹여 죽인 뒤 몰래 보험금을 빼돌리려 했다고 밝혔다. 하야시는 남편 친구들이 보험에 가입해줘 '우수사원'으로 뽑힌 뒤 정원이 넓은 집으로 이사갈 수 있었고, 남편을 대상으로 '보험 사기극'을 벌인 적이 있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하야시는 여관 계단에서 굴러 떨어진 남편을 오토바이에 친 것처럼 위장, 2곳의 보험사로부터 2,052만엔(약 2억520만원)을 받아냈다. 남편도 이 사건으로 수감 중이다. 평소 동네 사람들과 불화가 잦았던 하야시는 남편의 도움으로 일반인이 구하기 힘든 비소를 손에 넣은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하야시는 자신의 아이들(1남3녀)을 제외하고는 축제에 참가했던 사람들 대부분에게 비소를 탄 카레를 먹였고, 중독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늘어났다. 지난 4년간 묵비권을 행사해온 하야시는 11일 와카야마현 지방재판소에서 사형판결을 받았는데 변호인단은 즉시 항소했다. 독방에 수용돼 있던 하야시는 2000년 7월 교도관 앞에서 바늘 3개를 삼키며 자살을 시도, 체중이 20㎏ 가까이 줄었지만 최근 원래 체중을 회복했다. 하야시는 아직도 범행동기나 배경에 대해 입을 다물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반사회적인 이유없는 침묵이 또다시 유족들의 가슴에 못을 박고 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발생한 뒤 유난히 카레를 좋아하는 일본인들 사이에서 '카레 대접'은 금기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