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무도방송을 보면서 제가 불편했던 것만 간략하게 적어봐요.
1. 불특정 다수의 사람을 신부 후보에 올려놓고, 외모적 요소로만 판단해서 골라냈다는 점.
노홍철이 좋다는 사람들을 모아서 골라낸거면 괜찮아요.
하지만 왜 의사도 없는 사람들을 올려놓고 골라내냐구요. 거부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게 아니에요. 전제가 잘못된거죠.
누군가의 기준에 의해, 내 의사 없이 판단당한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나쁜거에요.
2. 일부 멤버들이 지나치게 어린 여성들(띠동갑+@)을 범주에 넣었고, 30대 이상을 찾는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는 점.
동양화녀가 21살이라고 밝히자 유재석은 권유하지 않았어요. 이게 일반적인 반응이죠.
하지만 정형돈은 23살한테 딱 좋다, 궁합도 안 본다면서 명함을 줬구요.
이게 겉치레로 하는 말이었대도 상당히 불쾌하더라구요.
연예인이라는 신분을 제하면 23살 여성한테 '능력있는 36살 남자가 있는데 소개팅해보는게 어떻냐'고 말하는거나 다름없는데.
복학생이 신입생한테 들이대도 까이는 판에. 당사자는 괜찮더라도 보는 시청자는 불쾌하죠.
애초에 노홍철도 26살 이상이 좋다고 했는데 대체 왜 그런건지...
그리고 방송내내 노홍철 또래인 30대 중반 여성은 거의 없었어요.
나잇대 대부분이 20대 중반, 29살, 30살....
정준하가 그나마 또래를 잘 찾아줬는데, 스물 아홉살이라는 여성분이 나오자 갑자기 목소리가 커졌구요.
마초들 사이에서 자기들딴엔 농담, 여자들한텐 상처로 얘기하는 "꺾인 나이"드립이 떠오르면서 씁쓸해졌던 부분.
3. 여자들을 가려내는 그 시간동안 노홍철은 매력 어필, 장단점 분석 등의 아무런 노력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점.
장가를 가야하는건 노홍철이고, 여성분들은 가든 말든 아무 상관없는 입장인데 왜 여성분들만 조건을 충족해야하죠?
여성분들에게 노홍철이 ~~하면 소개팅한다, 는 말을 받아서 그 이상형이 되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던가 요요로 찐 살을 빼던가.
방송 시간때문에 안나왔을 확률도 있는데. 다음주에 뭐라도 노력한게 나온다면 좀 용서될듯.
4. 프로그램 진행 중 여성을 비하하는 듯한 뉘앙스를 풍겼던 것.
"일만 할 것 같은 제작진들"이라는 자막이 제일 대표적이죠. 일 잘 하는 여성이 예쁘면 안되나요? 못생긴 여자만 일을 잘해요?
그리고 노홍철의 연상은 좀... 애도 낳아야 하니까라는 발언도, 말이 끊긴 감이 있지만 그자체로 좀 기분이 나빴고.
(본인도 결코 젊은 나이는 아닌데 노산의 책임을 여자에게 씌우는듯한 느낌이 들죠. 애는 여자 혼자 낳나요)
5. 그리고 이것들을 무한도전에서 노골적으로, 문제의식 없이 보여줬다는 것.
이게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는 요소를 담아냈거나, 다른 케이블 프로였다면 이정도 논란은 아니었을걸요.
근데 본인들이 평균 이하, 평범한 사람들이라고 자칭하던 무도에서
예능을 뛰어넘은 예능이라고 극찬하던 무도에서
자신들이 주도권을 쥐고, 선택하는 남자들의 적나라한 시선을 보여준게 문제죠.
이번 특집이 뭐가 문제냐는 글을 읽고
제 입장에서 간략하게 써봤네요.
이번 방송에 나온 여자분들 인신공격하고, 방송도 안 보고 기사 한줄가지고 멤버들 실망드립치고 이러는 사람들은
정말 할일없고 물어뜯기 바쁜분들 맞는데
그렇다고 방송보고 불쾌감 느낀 다른 여성분들까지 열폭종자로 몰아가지 않으셨으면 해요.
여자들도 이쁜 여자 보는거 좋아해요.
암튼 이 특집이 정말 불쾌했던건 맞지만 무도는 계속 볼거고, 다음주엔 제발 출구 봉인해주길 바라는 마음임.
유재석이 당선되어서 멤버들, 문제 자막 쓴 스텝들 줄줄이 이끌고 곤장 한대씩만 맞아주면 개운하게 잊을 수 있어요.
위트있는 피드백으로 유명한 무도니까 제발 멀쩡하게 피드백좀 해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