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
심지를 다 태워본 적이 없다
얼마쯤 남은
끝을 헤아리는 일이
조마조마하여
이번에도
다 태우지 못하고
성급히 내버렸다
다 태운
심지들은
어디로 흘러가는 것일까
다 태우지 못한
어느 구석에 쌓이는 것일까
너를 끝까지 사랑하지 못하여
미안한 밤에
그을린 유리병과 타다만 심지만
남겨진 밤이
깊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