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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주던 길냥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어요
게시물ID : animal_1181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산꽃사슴
추천 : 21
조회수 : 1561회
댓글수 : 48개
등록시간 : 2015/02/13 00:31:55

긴긴 이야기는 잠시 접어두고,
마음이 아프고 울적해서 
누군가와 털어놓으려 해도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인지라
오유 동게에도 한번 올려봅니다.




몇달전, 한 2~3달 되었네요
신랑 회사 맞은 편, 도로 건너의 비닐하우스에 길냥이 3마리가 있었습니다.
그 중 한마리는 아기였고
나머지 두마리는 좀 커보이는 길냥이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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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음식물 쓰레기만 주워먹던 아이들
근데, 그중 유독 이 2마리가 애틋하게 붙어다니더라구요

신랑이 정해준 이름은
'노랭이', '아수라'
아수라는 정면 사진이 없는데.. 얼굴이 딱 반을 갈라 갈색,검은색 털이 덮여있는 
특이한 모습이라 아수라라고 지어줬어요







사실 사람을 엄청 경계하며 음식물 쓰레기만 파헤치던걸
신랑이 보다가 한번 사료나 줘보자 하고
인터넷에서 작은 사료 사서 주던게 인연이 되었죠.


2차선의 작은 도로였지만
냥이들이 언제부터인가
신랑 출근시간을 기다리고
밥시간을 기다리고
밥 주려고 사료 퍼서 나오면
신랑뒤를 졸졸졸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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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인가 신랑 사무실 옆에서
햇빛을 받으며 나란히 기다리던 그 모습을 볼 수 있었어요












1423708336_222.JPG


1423708334_111.jpg



작은 상자를 만들어 주었는데


형제인건지, 부부인건지 알 수 없지만
항상 둘이 붙어다니고, 같이 자고, 밥먹을 때는 한마리가 먹기 시작하면
한마리는 기다렸다가 먼저 먹던 녀석이 그만 먹으면 그제서야 먹기 시작하는
서로 양보하는 마음씨도 가진 예쁜 녀석들


처음엔 공장 분들이 고양이 내쫓으시려다가.

하는게 너무 이쁘다고 예쁘다 예쁘다, 했었어요
오늘은 밥 얼마나 먹었니
오늘은 어디가서 놀다 왔니
오늘은 뭐 했니
오늘은 저 위에서 놀았더라








1423708328_333.jpg


급기야,
공장에서 돌아다니던 별거 아닌 물건들로
열심이 투닥투닥 못질 나사질 해가며 만들어진 좋아보이지 않는 집도

이 냥이들은 만드는 즉시 들어가서 둘이 같이 그루밍 하며 꽁꽁 뭉쳐 자는데

만들어준 기사님들이나 보는 저희도 어찌나 기쁘던지,
밥도 잘먹고 물도 잘먹고
너무너무 이쁜녀석들.





그런데,
차를 무서워하지 않고 소음을 무서워 하지 않게 된 것 이 화근이었을까요.
























오늘 아침, 집에 있는데 신랑한테 카톡이 왔어요


' 노랭이가 죽었어'




잠결에 보고 이게 무슨소리야, 어제까지 말짱했는데 무슨 헛소리지? 하고 전화해보니..





아침 직원들이 출근할때까지 야옹야옹 하면서 밥 기다리고 있던 노랭이가..

하필 밥주는 신랑이 오늘따라 살짝 늦게 출근했는데
밥 기다리다가, 시아버님이 나가시길래 그 뒤를 따라나가다..

공장 앞 차선에서 과속하던 덤프트럭에 치여 그자리에서 하늘나라로 떠났다고 하네요.



차라리 새벽에, 밤에 모를때였으면 모르겠는데..
출근한 직원들이 다 보고있을때도 이쁜짓 하다가
잠깐 직원들 따라 움직이다가 변을 당했는데..


신랑이 처음엔 밥주던 이녀석이 아닐거야..하고 CCTV를 돌려놨는데..




믿음은 무섭게도 현실이 되었더래요

차마 볼수없는 녀석의 시신을 가서 보았는데
노랭이 오른쪽 눈 위에 땜빵이 하나 크게 있는데
그게 너무 확실하게 보여서
처참한 녀석이 정말 노랭이구나를 알아서 너무너무 마음이 아팠더래요



이야기를 전해듣는 저도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구요

골목길 같은 작은 2차선 도로
그걸 못넘게 했어야 했는데
사람 욕심에 이쁜것들 가까이서라도 더 보게 하려고
공장으로 오게끔 유도해서 사료 먹였는데
그게 화근이 된거겠죠


맛있게 잘 먹고 노는게 이뻐서 집도 만들어준게 불과 2일전이었는데
잠깐 그거 누려보지도 못하고 이렇게 가는지..







남은 한마리 아수라는
늘 붙어다니던 노랭이의 죽음도 모른대요.
어른들이 얼른 모르는 곳으로 노랭이 옮겨서 숨겨두어서
아수라는 자기 형제, 혹은 짝이 나갔던 마지막 방향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대요
밥도 못먹구요.

밥 욕심 많았던 아수라였는데 평소보다도 못먹고 축쳐진 상태로 자다가 
마지막으로 노랭이가 나갔던 입구만 보면서 야옹거린대요.






친해지고 싶었던 녀석들이었던지라
욕심부렸던 탓인지, 
결국 인간 욕심에 떠나버린 것 같아서 죄책감에
신랑도 직원분들도
안타깝고 우울하고 미안해서 어쩔줄 모르겠다고 하시는데
정말 이녀석한테 미안하네요.

그냥 친해지지 말걸
밥도 주지말걸
아는척도 하지말걸

그랬으면 길 건너 우리 공장으로 들어올 일도 없었고
사람을 기다리지도 않았을테고,
차가 무서운줄도 알고 지냈을 터인데, 적응이 되어버려서 그랬는지...
혹은 정말 너무 빠르게 달려오는 차에 놀랐는지.


노랭이가 그렇게 무지개 다리를 건넜다고 하는데
퇴근해서 집에 온 신랑이 자꾸만 한숨쉬며 술 마시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네요..
잠도 안오고..
그 녀석의 똘망한 눈동자가 자꾸만 생각이 납니다.












부디 다음생애는 좋은 환경, 혹은 사람으로 태어나서
지금보다도 행복하고 완벽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노랭아.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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