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유저분들의 의견에 따라 하스스톤 게시판에서 게임게시판으로 옮기고 약간 글을 수정하였습니다)
저는 작년 한 해 동안, 사실상 다른 모든 게임을 접고, 오로지 하스스톤만 돌리며 나름 헤비과금러에 가까운 과금을 한 유저입니다.
황금 로데브, 황금 타우릿산, 황금 스타시커… 애정있는 카드들은 황금제작도 할 정도로 돌겜에 애정이 있었죠.
하지만 야생전 패치 발표이후, 게임을 돌려도 흥미를 전혀 느끼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엔 다른 이런 저런 게임을 설치하며 하스스톤을 대체할 게임을 찾아보았습니다.
돌겜의 대체게임을 찾으며 제가 중점을 둔 것은 다음의 것들입니다.
1) 전략적 요소 : 제가 하스스톤에서 가장 재미를 느낀 부분은 전략적 요소, 즉 어떻게 덱을 짜고 운영하여야 승리에 가까워질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그 대체게임에서도 전략적인 부분(머리를 쓰고, 고민하고)이 어떠한가를 보게 되더군요.
2) 캐주얼함 : 제 직업은 종종 어쩔 수 없이 대전중에 게임을 꺼야 하는 경우가 생기는 직업입니다 서비스업의 비애.
따라서 출퇴근 중에 쉽게 게임을 켜고 언제라도 끌 수 있는(대전 중에 게임을 종료하더라도 저 자신만 가볍게 페널티가 주어질 뿐인) 게임인지가 중요했습니다.
3) 그래픽과 사운드 : 하스스톤은 그래픽과 사운드가 꽤나 훌륭한 편이라 그래픽과 사운드가 별로면 눈에 안들어 오더군요.
ios 기준이며 지극히 주관적인 내용임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그냥 잡설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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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쉐도우 에라(Shadow Era)
하스스톤과 같은 장르인 TCG이고 카드 일러스트가 훌륭하여 시작해보았으나 결과는 게임삭제.
게임을 깔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하스스톤에서 전설카드 굴리던 수준까지 만드려면 또 다시 엄청난 노오력과 노가다, 현질을 해야하겠구나 그걸 언제 다하지"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게다가 타격감이 하스스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집니다. 칼로 상대방 카드를 찌르고 -2라는 메시지가 뜨는 형식이라 때리는 느낌이 안납니다.
영어의 압박 (영어가 어려운 수준을 아니지만 역시 불편합니다. 카드의 성향을 파악하려면 몇 번이고 읽어보고 익혀야 하다보니). 지우세요
느낀점 : 하스스톤이 꽤나 잘만들어진 게임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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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매직 더 개더링(Magic Duels)
느낀점 : 내가 하스스톤을 좋아한거지 TCG를 좋아한게 아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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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Horizon Chase
느낀점 : 공공장소에서는 작은 몸짓 하나도 타인에게 피해를 주어서는 안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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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주사위의 신(Game of Dice)
아무 생각없이 깔았다가, 하스스톤과 비슷하게 "카드를 모으는 재미"가 있어서 일단 돌려봄. 하스스톤처럼 스킬카드를 뽑는 재미가 있어 마치 카드팩 깔때와 비슷한 재미를 느낌.
또한 캐릭터들도 뽑을 수 있으며 캐릭터 일러스트가 나름 이쁨 여기에서의 일러스트란 순전히 여자 캐릭터만 봅니다 .
문제는, 도박적인 요소가 너무 심하고(자기가 구입한 땅에 통행료를 몇 배 몇 십배로 설정하는데 이거야 말로 레알 운빨ㅈ망겜) 주사위 돌려서 남의 땅 밟았는데 통행료 올라있으면 한 턴에도 그대로 게임 아웃되기도. 가장 큰 문제는 캐릭터와 스킬카드 뽑기는 두근두근 재미있지만 게임 자체야 부루마블이여서 재미가 없음. 본 겜이 재미 없으니 본 겜은 안하게 되고 매일마다 스킬카드 보너스만 받고 있음. 지우지는 않았지만 게임도 안돌림.
느낀점 : 본 겜이 재미있는게 중요하구나. 도박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구나. 하스스톤 이후로 지나친 현질 게임에는 조심스럽게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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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스플랜더(Splendor)
다시 보드게임으로 넘어오며 (하스스톤 이전에는 보드게임을 많이 돌림) 새로 설치해본 게임입니다.
게임 자체는 잔잔하면서 나름 전략도 있고 재미있는데 문제는 멀티가 안되고 AI하고만 게임을 돌리니 쉽게 지침 누가 멀티 안되래 요즘같은 시대에 빨리 업뎃 안해줄거냐 .
느낀점 : 하스스톤을 하다보니 나에겐 멀티플레이어 대전이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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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카르카손(Carcassonne)
오래전부터 가지고 있던 게임이지만 자주 손이가지는 않았고 하스스톤 이후에는 한 번도 플레이 해본적이 없었으나 돌겜 지우고 다시 설치해보았습니다.
돌려보니 예전 아기자기함도 솔솔 다시 생겨나고 게임자체는 워낙 훌륭한 게임이다보니 내친김에 번들로 확장팩까지 다 구매해봄.
문제는 너무 잔잔한 느낌. 하스스톤 하면서 용암거인으로 상대방 때려박을 때 타격감과 찰진 소리, 힐봇으로 버텨가다가 나는 마법의 정수다 휘익 쾅 쾅 휘익 으아악악 안두인 죽는소리 이런 게임에 길들여져 있어서인지 중세의 성을 완성해나가면서 목가적인 편안함과 아기자기함으로는 뭔가 만족감이 덜한 느낌. 결국은 다른 게임을 또 돌려보기로.
느낀점 : 자극적인 음식과 술 담배는 역시 끊기 어려운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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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Alto's Adventure
말로 형언할 수 없을 정도의 아름다운 게임. 대전게임은 아니지만 힐링되는 풍경과 효과음 속에서 눈덮힌 평원을 가로지르며 달리는 기분은 뭐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 정말로 "아름다운" 게임. 시시각각으로 시간대가 아침 - 낮 - 해질녘 - 밤 - 다시 아침으로 바뀌며 진행되는데 그 모습과 색상이 정말 아름다움. 메인 게임으로 하기에는 아쉽지만 서브 게임으로서 오랫동안 붙잡고 있을 것 같은 게임입니다. 조작도 매우 간단하며 캐주얼하게 짬짬히 즐기기에 정말 좋음.
느낀점 : 아 난 지금 아름다운 게임이 아니라 메인게임을 찾고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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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베인글로리(Vainglory)
거의 하스스톤 대체게임의 종착역에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모바일로서 그래픽의 화려함은 사실상 끝판왕에 가까운 정도란 생각이 들며, 게임이 고급지고 고급지고 고급집니다.
롤을 해보지 않았지만, 저는 이 게임을 설치하고 빠른시간안에 빠져들었고, 그 이유의 상당부분은 그래픽의 화려함 때문이었습니다.
문제는, 이 장르의 게임이 저에게 과연 맞는가의 고민이었습니다. 남들이 다 롤이 재미있다고 해도 게임을 돌려보니 저는 MOBA(혹은 AOS)라는 장르가 맞지 않았습니다. 턴을 돌리고 상대방의 선택을 느긋하게 기다리던 하스스톤이나 보드게임들과는 다르게, 이 게임은 한시도 터치컨트롤을 놓아서는 안되는 게임이고, 테크트리라고 하나요? 어떤 장비를 업그레이드 해야하는지도 잘 개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또 하나의 문제는, 베인글로리는 팀 구성원들끼리 협력을 해야하다보니 중간에 게임을 종료하면(탈주) 다른 플레이어에게 해를 끼치는 결과로 이어지고, 그러다보니 급하게 게임을 종료해하하는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아예 게임을 실행하는 것이 꺼려졌으며, 따라서 자연히 게임을 접게 되었습니다.
느낀점 : 그래픽의 화려함도 중요하겠지만, 결국엔 나와 맞는 장르의 게임인지가 중요하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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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클래시 로얄(Clash Royale)
하스스톤의 대체게임을 찾으면서 "가장 하스스톤과 유사한 방식의 게임"은 클래시 로얄이었습니다. 자신만의 덱을 꾸리고, 카드에는 레어나 에픽의 등급이 있으며, 1:1 대전 형식이고, 각 캐릭터들이 공격하는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점이 상당히 하스스톤과 유사합니다. 물론 차이점도 있습니다. 8장의 카드로만 덱을 구성하기 때문에 그 덱의 다양성에 있어서는 차이가 있고, 하스스톤 보다는 더 실시간 운영능력이 필요한 편입니다 (예: 특정 캐릭터 A를 배치한 뒤에 그 캐릭터를 보조할 캐릭터 B를 특성에 맞추어 실시간으로 배치해야 효율적이라는 점 등).
문제는 제가 이 회사의 캐릭터 디자인은 왠지 거부감이 든다는 점입니다 (같은 이유로 저는 클래시 오브 클랜을 설치 이후 한 판도 제대로 해보지 않고 바로 삭제를 했었죠). 게다가 앞의 베인글로리 부분에서 언급 드렸듯이 오히려 하스스톤 방식으로 캐릭터 개개인의 실시간 운영보다는 자기 턴에서 더 여유있게 생각하며 게임을 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밧줄충 아닙니다. 또 하나는, 이 게임은 대전에 대한 보상으로 상자를 주는데 이 상자를 여는 데에 시간을 기다려야 합니다. 예를 들면 8시간을 기다려야 황금 상자 보상을 열 수 있습니다. 저처럼 성질 급한 사람은 그걸 참기가 어렵더군요. 결국엔 이 게임도 메인게임으로 돌리기에는 뭔가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느낀점 : 이쯤되면 차라리 바둑이나 체스게임을 깔아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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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이외에도 하스스톤 삭제 이후로 시도해보았던 여러 게임들 : Kingdom Rush Origins, 역전재판 시리즈, Card Crawl, Space Marshals, Juggernaut Wars, Dominations, BattleHand… 여러 장르의 여러 게임을 시도해보았지만 메인게임으로 하기에는 아쉬움이 있는 게임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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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워터딥의 군주들(Lords of Waterdeep)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생각이며 개인차가 많이 있음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저에겐 워터딥의 군주들(Lords of Waterdeep)이 하스스톤 대체게임의 종착역이었습니다.
3주째 게임을 하고 있는 지금의 느낌은, 내가 왜 하스스톤에 현질을 했었는지 후회가 남을 지경이며, 작년 한 해 내내동안 하스스톤을 하며 느낀 재미 그 훨씬 이상을 이 게임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의 가격은 확장팩까지 다 합쳐도 약 13,000원 정도 입니다).
훌륭한 일러스트, 게임센터를 이용한 멀티 대전이 가능하며, AI의 수준이 여관주인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나서 출근 중에는 AI와 게임을 즐겨도 하스스톤에서 어그로덱과 게임할 때 보다 훨씬 더 재미있습니다 망해라 어그로 1234메타. 여러가지 카드가 등장하는데 하스스톤처럼 이를 잘 조합해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고, 바둑을 두듯이 머리를 써서 전략적으로 운영해야 게임에서 승리할 수 있습니다. 게임에서 승리할 때의 느낌은 적어도 저에게는 오랜 게임 끝에 말리고스+달빛섬광2+살뿌2로 게임을 터뜨리고 손이 부들부들하던 때나 우린부자가될거야 잘싸웠어항복하겠네의 느낌 그것과 비슷했습니다.
돌겜과 비교했을 때 단점은 유료게임이라는 점과 영어(어려운 수준은 아니고 기본적인 수준이지만 그래도 어느정도 필요합니다), 돌겜에 비해 덜 활성화된 멀티와 사용자풀, 그리고 관련 메뉴얼 등을 얻기가 어렵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훌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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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지극히 주관적인 탈돌겜기였습니다. 상당히 주관적인 의견들이기 때문에 각 게임별 홍보 내지는 비판글 보다는 (홍보할 이유도 관심도 없습니다) 그냥 게임관련 잡설 내지는 자신이 하스스톤의 대체가 될 만한 게임을 찾을 때에 자신이 이러이러한 주관을 가지고 게임을 고르시면 될 것 같다 라고 가이드라인을 드리는 정도로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돌겜을 대체할 게임을 찾는 과정에서 다시 한 번 느낀 점은, 하스스톤은 대체게임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참 잘만들어진 게임이라는 점과 더불어, 하지만 그렇다고 대체 불가의 게임은 아니다라는 점이었습니다. 저 역시 작년에는 하루 종일 하스만 붙잡고 있을 정도로 대체 불가라고 여겼지만, 일단 대체 게임을 찾고나니 하스 없어도 살만하구나 싶습니다.
아무쪼록 야아생전의 번창을 빕니다. 아디오스, 에드릭, 자네와 함께한 시간은 몹시도 즐거웠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