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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에 전회사 퇴사 사연 보고 적는 13년전 스토리 - 3탄
게시물ID : soda_302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뚜하
추천 : 70
조회수 : 5504회
댓글수 : 19개
등록시간 : 2016/02/27 19:20:55
 
그리고 4개월이 넘어가던 11월 중순 그날도 평화롭게 나는 라인작업 하고 있었음.
오전에 한번 장비 off하고 잠깐 쉬면서 내가 전파한 사다리타서 자판기 캔콜라도 한잔 하고
다시 사랑스런 제품들과 눈맞추면서 나만의 연애를 즐기는데 호출당함..
어찌나 다급하게 부르는지 엉겹결에 나도 막 뛰어서 신축건물로 가서 한 10분 대기하고 있으니까
예전 같이 일한 중국인직원이 와서 나를 데려감..
4개월만에 들어선 통합라인은 험악하고 살벌했음..

회사 전무,상무급 5명이 라인을 샅샅히 뒤지면서 공장장을 닥달하고 있었음.
바깥 복도와 안쪽에도 제품들이 가득 쌓여있고 카르텔선임들이 8명 도열해있었음.
1달여동안 야간조에서 생산된 제품들이 납품되었다 대량으로 반품이 되어서 클레임이 걸림.
그중에는 실제 최종소비자 판매까지 이루어지고 AS센터에까지 들어가는 바람에 공론화된
제품군도 몇개 있었다고함..초대형사고임..
그럼 문제점 파악과 책임소재를 가려야 하지 않음?
이 불량이 어디서 나왔느냐?

신규 통합라인인데..... 100% 야간조에서 불량이 나왔음...
난 그 말 듣고 한눈에 뭔가 이상한게 눈에 들어왔음...
내가 있을때와 확연히 다른게 느껴졌는데 공조시스템이었음...
여기는 항온항습기 들어오는 곳임.
그리고 환기시스템은 전공정 다 돌아감...
그런데 여기 방은 항온항습기가 돌아가니까 굳이 환기시스템 안돌려도 상관없는데
그게 동시에 돌아갈수밖에 없음.

그건 우리가 컨트롤 안하고 회사 보일러실에서 통합으로 관리하므로 다 알아봤지만 방법이 없었음..
이게 두개 같이 돌려도 상관없는데 같이 돌면 한쪽 구석에 특유의 공기난기류가 발생하는듯했고
환기시스템이 워낙 벽에 진동을 발생시켜서 그것도 영향을 줌.
그래서 나있을때는 환풍기 구멍 돌려서 막고 벽쪽에 일부러 자재나 짐들을 쌓아서 진동을 막았는데
그게 없으니 난리류 + 진동때문에 제품 모서리부분에 진동이 생겨서 불량 난게 아니가 짐작을 함.
하지만 나는 절대 내색 안하고 아무것도 몰라요 모드로 그냥 어리버리 서있었음...
나는 어차피 희생양으로 끌려온거라서 나서면 안된다고 생각함.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뭔가를 해야할 타이밍이 있고
아무말도 안하고 아무것도 안할수록 나에게 득이 되는 타이밍이 있는걸
사회생활하다보니 배우게 되었고 내 앞에 있는 구성원들 면면을 보았을때
나서면 곧바로 죽음..
 
그렇게 1시간을 그냥 멀뚱히 서있다가 나는 본격적으로 일부러 어리버리 테크를 탐.
누가 안시켰는데 쓰레기 치우고 뭐 흘리면 닦고 자발적 시다바리가 됨.
그리고 옆으로 빠져서 또 멍하니 각잡고 서있고..여긴 어딘가 나는 누구인가?
그리고 엿들어서 알게된 불량 사유는 내가 생각한게 아니었음.
상상도 못할수밖에 없는게 그건 실수하고싶어도 할수 없는 부분이었음.
공정마다 작업지시서보고 앞공정이랑 뒷공정 보고 어떤 작업할지 판단하는데
여기서는 코팅, 열처리, 레이져인쇄가 가장큰 요소임.

물론 다른 세부적인 여러가지가 있는데 잘 기억도 안나고 그냥 패스..
그런데 이 부분에서 전부 불량이 났다는거임?
What the fuck?
불가능 - 있을수 없음.
간단하게 고3이 중간고사 OMR 카드 전과목 이름이나 번호 안쓰고
제출했다고하면 말이됨?

이 선임은 기존라인 선임을 몇년을 했고 다른 라인 공정 모두 경험있는 사람임.
있을수 없는 일이었음.
그런데 이런 일이 발생함... 말이 안되는 상황..
처음에는 중국인 직원들에게 덮어 씌울라고 한듯 보였지만
그건 상무급에서 셧더마우스 되버리고
그와중에 나한테 덮어 씌울라고 날 호출시켰는데 전무,상무 아무도 관심을 안보이는
어벙이를 자연스럽게 끌어들일수 없었고 그 타이밍을 재고 있는게 나에게 느껴졌음.
공장장은 똥줄타고 사고친 선임은 들통날까봐 불안하고.

그러다 상무 한명이 저사람 뭐냐고 나를 지목함..
이 라인 전임자입니다. 직원이야? 아뇨, 선임입니다.
딱 그타이밍에 난 바닥에 부자재 치우고 있었고
상무왈 - 근무 언제 했어?
본인 - 한 반년전에 그만두고 구개축 라인근무합니다.
상무 - 반년전? 구개축? 지금 이일이랑 상관없잖아? 안바빠? 내려가.
 
내려가라고 했지만 상무말에 내려가면 안됨..
여기있는 선임급들이나 공장장 입에서 그 말이 나와야 하고 그래야 난 완벽한
아무것도 몰라요 모드를 시전할수 있음.
그렇게 안보이는데서 어리버리 모드로 다시 전환하고 두시간이 넘게 재미난 구경을 했음.
그리고 일부러 반년이라고 했음. 뭔가 느낌에 아주 한참전에 옮긴 사람이라서 상관없다는
느낌을 주어야 했기때문에 4개월이라고 명확하게 말 안하고 대략의 느낌으로만 말함...
그럼 듣기에 따라서 한 8개월이나 1년전쯤으로까지 대충 생각하게 마련이니까.
내가 파악한 전후사정은 이러함.

나 인민재판 당하고 머리채 잡혀서 끌려간후 꿀빨았을것임.
왜? 그때가 완전 비수기거든....
나때 와서 도와주면서 보았을때는 그저 장비 입력LCD창이 일본어인것과
몇가지 계산해야 하는점, 라인작업 속도가 달라서 약간의 정체현상이 일어나는것빼고는
기존 라인과 완벽하게 동일하다고 판단했을 것이고
5년넘게 해온 일들을 실수할리가 없었음.
 
그리고 3개월동안 비수기를 만끽하면서 차분하게 장비 돌아가는걸 보면서 완벽하다고 착각했을것이고.
그러다 물량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드디어 지옥문을 열어젓힌것.
이 장비는 4명의 경력있는 선임 + 추가인력이 필요한 곳.
원래 제대로 프로그래밍이 된 장비였다면 전자동으로 돌아갈 일이 완전 수동과 반자동 중간의
어중띠기한 진짜 애매한 사이클로 운영이 되는 판국이라 혼자서 갑자기 늘어난 물량과
쏟아지는 돌발상황에 정신을 놔버린것.
 
그러니 코팅하지 말아야할 자재에 코팅이 들어가고 적체되는 라인에 쌓여있던 제품들이
중간에 혼동되서 섞여버리고... (이 초보적인 실수가 치명타였던듯)
라인 책임자 입장에서 보면 초등학생도 안할 실수를 무더기로 해버린것.
나를 추궁할수도 없는게 전임 라인 책임자가 인수인계를 안해줬다는 말을 할수가 없음.
왜냐? 나보다 최소 3년이상 라인 책임자들이고 모를수가 없는 실수를 했으므로.
OMR카드에 전과목 자기 이름 안적었는데 그걸 남탓 할수 있음?
한글을 초등학교때 안때고 올라오지 않고서는 할수 없는 실수인데?

그리고 드디어 카르텔 선임으로부터 꺼지라는 말을 듣고 내려갔다가 다시 호출받고
올라와서 할일없이 서성거리기만 했음..
그 와중에 누가 내 이름 언급하면서 "야 이거 XX한테 물어보게 불러와" 소리 듣자마자
스텔스 모드로 잽싸게 도망침. 심지어 나는 CCTV사각지대까지 알고있어서 나중에
누가 밖에 있었으면서 일부러 튄거 아니냐고 난리칠때 난 딱 잡아땟음.

세놈이 진짜로 CCTV까지 돌려봤고 나는 여유만만하게 그냥 내 할일 하고 지냄.
잽싸게 튀어튀어 시전할때 슬리퍼 손에들고 스텔스모드 이동하다가 공장 이동할때
슬리퍼 신고 작업장 복귀한다음 바로 퇴근했음.... 짜릿하고 미쳐어버릴것 같이 스릴만점이었음.
그날 저녁에 마셨던 맥주는 내 인생 최고의 맛이었음.
 
내가 끝까지 암말안하고 있던 이유중에 또 하나는 만약 내가 뭔가 내가 아는 노하우중 일부를
그 자리에서 흘렸다면 대번에 내 따귀를 올려치면서 멱살잡고 이새끼가 범인이었구만 하면서
날 범인으로 몰아세울 인간들이 내 앞에 있었기 때문이기도함.
그것도 4명씩이나. 이 네명이 좀 대가리가 새대가리라서 그런짓을 충분히 할수 있는 놈들임.
그리고 분위기 몰아서 날 진짜 나쁜놈으로 만들고 그게 진실인것으로 몰수도 있는 수준의 집단이었음.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었고 큰 일이어서 결국 짤릴사람 몇 짤리고
야간 제조 본부장은 징계받고 징계보다 수치스러운 주간조 협업을 받아들임.

모든 공장이 원래 주, 야간 조가 라이벌 경쟁임.
그래야 서로 경쟁을 통해서 생산능률,생산량을 늘리고 태업을 방지하기때문임.
그런데 간혹보면 경쟁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적대시하고 완전히 담을 쌓고 일하는
공장들도 있음...당연히 제대로 안돌아가는데 여기는 야간 공장장이 X같은 놈이라서
몇배 더했는데 그런데 주간조 시스템을 벤치마킹해서 그대로 따라하라는 상부지시가
내려왔는데 지가 뭐 어쩔겨...까라면 까야지..
 
그리고나서도 한 1년2개월정도 더 근무를 했음.
그리고 나가기 바로 한 열흘전에 그동안 내만 알고있던 설비정보를 풀기로 했음..
누구한테?
주간조 공장장한테...
어차피 이 설비는 언젠가는 국내 다 도입되서 사용될 설비들이고 퇴사할 마당에
내가 들고있어봐야 몇년후에는 다 도태될 것들이고 엿도 못바꿔먹음.
그럴바에는 야간조 공장장 엿먹어봐라 하고 작정을 했음.
 
아침에 과업 끝나고 퇴근카드 찍고나서 느긋하게 근처에서 해장국 먹고 좀 쉬었음.
물량없는 날이라서 밤에 느긋하게 쉬면서 잠도 많이 잔 상태였고 일부러 한 두세시간 있다가
혹시라도 남아있을 야간인원 아무도 없을때 홀가분하게 주간 공장장 만날생각으로.
그리고 제조 본부장 사무실로 가서 직접 독대하면서 이러저러하다....다 넘기고 내가 아는 노하우
알려드릴테니까 생산성 높이시라고 건의했음.

말이 통하는 분이라 의심은 하면서도 신중하게 다 들어주셨고 내가 직접 만든 메뉴얼, 독일 메뉴얼
그리고 가동장비 동영상부터 각 장비, 라인별 가동수칙 전부 다 풀어놨음.
주간 공장장이 라인작업중이던 선임급 3명 불러올리고 전부 검증함.
난 이 세사람뿐만 아니라 여섯명 다 불러와도 최소 이 설비에 있어서는 그사람들보다 100배는 더 많이
알고 있음... 나는 내가 선임이기때문에 기계들과 대화하면서 같이 연애를 하고 사귀었기때문에
설비들이 마음속 깊이 간직한 디테일한 감정까지 다 알고 있는 자상한 남자였음.

1시간동안 검증하고 실제 라인가서 검증해보기로 함.
그때 공장장이 단도직입적으로 뭘 원하냐고 물어봄.
우선 주간조로 이직은 곤란하다고 함. 그건 야간 공장장과 싸우자는것임. 나도 이해함.
라인이 몇개인데 그 많은 라인중 하나때문에 트러블 생기면 피곤해짐. 야간공장장 파워도 막강하고
그리고 그렇게 껄끄러운 상황을 만들어서 같은 공간에서 일할 생각도 없었고 이직은
이미 결정한 상태.
어차피 엿먹어라 마인드로 벌인 일인데 먼저 내가 생각하는 보상을 물어봐주니 당황했음.
그래서 그냥 원론적인 이야기로 그동안 몸담았던 회사에 보탬이 되면 그걸로 족하다고
립서비스나 해줌.
 
주간공장장이 퇴직할 생각이면 내가 다른곳 알아봐줄수도 있다고함. 부담스러워서 사양.
나는 사람이 부담스러운 인생살기 피곤한 성격이니까.
그러면 공식적으로는 성과급이나 포상금같은건 줄수 없다고 못박으심.
대신 나갈때 섭섭하지 않게 해주겠다며 두루뭉수리 하게 말씀해주심.
 
그리고 내려가서 거의 3시간 넘게 라인에서 전부 테스트해서 시연해보임.
나는 그날 그분들 눈앞에 실제 생산 제품들이 500세트가 넘게 전자동으로 한번의
에러없이 전장 넘어가는 기적을 행했음.

워낙 오랜만에 해봐서 실수로 불량을 10개넘게 내버렸지만 누구도 신경조차 안썼음.
나는 최소 그순간만큼은 회사에서 최초로 선임들에게 존경을 받고있었음.
그 라인은 이름만 전자동이지 항상 30세트만 돌리고 다시 세팅한 다음 돌리고
항상 사람이 옆에 붙어있어야 하는 삐꾸난 이름만 전자동인 수동장비였기때문에.
 
그리고 라인 최선임이 핵심을 찌름..
이거 예전부터 회의때 제기했던 문제지만 프로그램이 불량수준이라고..
일단 생산량 높여서 우리가 주도권 잡은다음 비수기때 외주맡겨서
프로그램을 다 새로 깔아야 한다고...
나는 그게 가능한지도 몰랐고 한번도 본적도 없는데 가능하다고함
프로그램만 교체하면 LCD계기판도 한글로 바꿀수도 있다는 사실을 듣고
뒤로 넘어감....에에에에????
 
회사가 개판이라 특히 야간 공장장이 개판이라서 이런 일이 발생한것임.
이 모든게 원래 설비 들어오기전에 제품 인수하기전에 일본 현지에서 검수 다 끝내고
프로그램까지 새로 싹 깔아서 들여와야 하는건데 그게 안되서 이런 사달이 났었던것이고.
그리고 나는 홀가분하게 퇴사했음.

진심으로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의미로 구개축동 일하던 중국인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장비의 문제점, 불량부품교체여부, 공무과에서 창고에 잠자던 예비부품도
확보해주었음.공무과랑은 많이 정들었었음.유일하게 3년동안 계속 만났던 사람들이고
나를 많이 챙겨줬음.
 
그리고 빠이빠이 하고 맘편하게 완전히 떠났음.
근처를 가본적도 누구하나 연락해본적도 없어서 그 뒤의 일은 모르겠지만
급여와 퇴직금 입금은 확실하게 되었고 한참후에 주간 공장장님이 직접 상여금 명목으로
입금을 해주심.꽤나 목돈이었음.
그 돈이 어디서 나온지는 모르겠고 회사이름이 아닌 개인 이름이 찍힌것으로 보아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입금해준건 분명히 아니었음..
아마도 각출한게 아니었나 싶음...
 
진짜로 끄읏...
죽을뻔했음...괜히 시작했다 후회하면서 겨우 썼습니다.
출처 My 대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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