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모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창밖을 불어가는 바람 소리가 휘익 하고 들리더니 창문이 덜컹거렸다. 바람이 거세지는 모양이었다. 창밖의 플라타너스 이파리들이 떨어져내리고 있었다. 사람도 나무처럼 일 년에 한 번씩 죽음 같은 긴 잠을 자다가 깨어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깨어나 연둣빛 새 이파리와 분홍빛 꽃들을 피우며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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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색깔의 대형차들이 즐비한 곳에서 양복을 입은 사람들이 검은 가방을 들고 분주히 내려 들어서고 있었다. 변호사들인 모양이었다. 그리고 저들도 죽는다. 서두르지 않아도 백년 후엔 이곳에 오늘 있었던 사람 중 한 명도 남아 있지 않을 것이었다. 그런데 서두르려고 하는 것이다. 어서 죽여야 한다고... 아니 큰오빠는 이 이야기를 들으면 화를 낼 것이다. 그건 집행일 뿐이야, 하고.
- p.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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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오랜시간 책장에 꽂혀만 있던 책을, 정리를 하다 읽어보게 되었는데 재미있네요. 영화도 책도 표지, 포스터만 보아 알고 있었는데, 책을 읽고 나니 '이 역할을 이나영씨가 했다고?'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생각해보면 영화를 도통 안봐서 늘 커피박스 겉면에서 웃고 있는 모습만 알고 있는 그의 연기가 궁금해지기도 합니다.
최근에 '참으면 윤일병 터지면 임병장'의 임병장이 사형이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1997년 12월 30일 이후 61번째 사형수가 되었다는데, 그후로는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다고 하네요.
출처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푸른숲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