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고나니 별거 아니었지만. 너무 인상적이고 당시에 공포여서 글로 남겨두었는데, 그걸 한번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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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의 일이었다. 사실 이런 꿈따위 별로 신경쓰는편은 아니지만 가끔 이런꿈을 꾸게 될 때마다 이렇게 기억해 두곤 한다.
꿈속의 나는 수영장이었다.
뭔가 외국의 건물밖에있는 엄청난 크기의 수영장이고, 꽤 깊었다.
나는 수영을 전혀 못하기 때문에 수영장 옆쪽 길을 따라 건물 입구쪽으로 들어와 앉았다. 앉고 바로 내 친구도 달려와 내 옆에 앉았다. 꿈이라는게 믿기지 않을정도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나누는 도중에 다른 친구가 여기로 오려는 신호가 보였다.
나는 “야, A가 걍 수영해서 오려나봐 쟤 수영할줄 알잖아..” 이렇게 말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A는 점프해서 깊이 잠수했고 순식간에 수영장 끝까지 왔다.
그모습을 보고 나는 감탄하며 ‘나오면 건물에 같이 들어가야지’ 라고 생각했다. 그때부터가 악몽의 시작이었다.
수영장의 물은 건물의 바닥까지 있는 구조여서, 마치 동굴처럼 되어있었다. A는 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우리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 것 이다..
들어갔다 나올줄 알았는데 건물 입구 아래에서 노크하는듯한 ‘퉁’ 하는 소리가 들렸을 때 알아 차릴수 있었다. 친구는 그 동굴같은 곳으로 들어가 어두컴컴한 시야에 당황한것이 분명했다.
옆에있던 또다른 친구가 물속으로 뛰어들어가 물에 빠진 친구를 건져내기 위해 힘을 쓰기 시작했다.
나는 그모습을 보며 이럴수도 저럴수도 없었다. 난 수영을 할줄 몰랐고, 나머지 물 밖에 있는 친구들도 전부 그랬다.
숨죽이며 요란한 물소리를 듣고있을때쯤, 잠시 잠잠한 수면위로 무언가가 던져졌다.
우리는 그 친구를 구한줄 알고 신나서 하이파이브를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자리에 앉았다. 금방 몸을털고 기침을 하며 일어날줄 알았던 친구의 모습이 이상하다.
그때, 내 옆에 있던 친구가 가장 먼저 도망갔다.
그리고 같이 그 친구를 건져내었던 친구가 도망갔다.
마지막으로 내가 그 친구를 다시 바라볼 때, 멀리있던 두명의 친구가 도망갔다.
친구는 꼿꼿하게 서있었다. 눈을 뜬채로 말이다.
목 아래 부분이 없다. 머리채를 잡고 억지로 들어올려 목이 끊어져버린듯했다. 끔찍한 모습이다.
어떻게 바로 도망갈 용기가 생긴건지 친구들이 신기하다. 난 그 자리에 굳어 친구의 잘린 머리를 멍하니 보고있었다. 미동도없고 축 쳐져있는 묶은 머리가 너무나도 무섭고 끔찍했다.
그 순간 친구가 ‘왜 다 도망가?’ 라며 입이 뻐끔뻐끔 움직였다.
도망가려고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그순간 바닥이 시뻘건 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그때 아마도 난 도망쳤다.
다들 자기의 숙소로 도망치듯 가버렸다.
난 아무나 잡고 119에 신고해달라고 소리쳤다.
"절대 밖으로 나가지 마시고 119에 꼭 신고해주세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아무리 소리쳐도 내 앞에있는 사람은 장난치지 말라며 도망가버렸다.
난 뒤돌아 미친 듯이 울며 소리쳤다. 아무도 안믿는다고 억울하다고. 나에겐 다시 나가볼 용기조차 없었다.
그러고 꿈에서 깨어났다.
깨고나니 정말 헛웃음이 나올정도로 말도안되는 이야기인데. 난 아직까지 내 옆자리 친구의 공포에 질린 얼굴을 잊지 못하고 있다. 꿈속에 나온 모든 사람들이 내가 아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더 트라우마처럼 남아버린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