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독재 미화 및 왜곡, 편향, 부실 논란으로 한국 역사계는 물론 우리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파문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는 꼴이다. 도대체 어찌 된 파문인가.
2004년에 등장한 뉴라이트 세력들은 노무현 정부의 ‘과거사 청산’ 작업을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과 산업화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자학적 역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승만․박정희 독재시절의 진상을 규명하는 것은 ‘자학적 역사관’이라는 것이다.
이들의 인식은 과거 일제의 침략과 식민지 지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자학사관’이라는 일본의 극우세력의 역사인식과 무엇이 다른가. 어처구니가 없다.
이런 뉴라이트의 사관을 바탕으로 해방전후사의 재인식과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대안 교과서가 추진됐다.그 결과 2008년 뉴라이트 계열의 교과서포럼이 2008년에 펴낸 <대안교과서>의 골자가 바로 ‘식민지 근대화론’과 ‘이승만 중심의 대한민국 건국론’,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국가의 정체성 등이다.
경제학자 허수열 교수에 따르면, 조선의 1인당 국내총생산이 1911년 약777달러였던 것이 중일전쟁 이후 줄어들어 1945년엔 616달러까지 떨어졌다고 한다. 쌀 생산량도 1910-1941년 52.3% 증가했지만, 조선인의 쌀 소비량은 오히려 줄었다. 그만큼 수탈당했다는 얘기 아니겠는가.
식민지 개발은 근대화를 위한 개발이 아니라 수탈을 위한 개발이라는 뜻이다. 우리 민족이 주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빼앗긴 채 독자적 전망과 사회적 리더십도 갖지 못하고 일제의 온갖 만행으로 수탈당한 식민지 지배가 아니었던가. 그런 식민지 지배를 두고 우리 사회의 일각에서 식민사관에 따라 ‘식민지 근대화론’의 망언을 일본의 극우 정치인들처럼 주장하다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다.
무엇보다도 개탄할 일은 교학사 교과서의 주요 연표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919년’이 빠져 있다는 사실이다. 문제의 교과서는 4.19혁명을 축소하여 다루는 등 민주화 역사도 폄하하고 있다. 문제 투성이의 교과서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 헌법 전문은 “대한민국은 3·1운동으로 건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불의에 항거한 4·19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선언하고 있다. 이런 헌법 전문의 정신에 도전하며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부정하고4·19혁명 정신을 비롯한 민주이념을 훼손하는 국체 문란의 내용을 기술한 교학사 교과서가 어떻게 검정에서 합격될 수 있는가. 합격이 취소돼야 마땅하다.
“역사에서 배울 것을 모르는 자는 아무것도 없이 암흑 속에서 있어라”고 괴테는 역사의 교훈을 역설했다.역사의 교훈을 깨닫지 못하고 지나간 역사의 과오를 되풀이한다면 불행한 미래밖에 더 있겠는가.
우리 역사의 생명력은 민족의 혼과 얼이다.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고 조국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한 숭고한 희생과 노력을 폄하하면서 일본 극우세력의 ‘자학사관’을 본따는 ‘얼’ 빠진 역사 기술은 민족의 자존을 거부하는 ‘역사 쿠데타’라고 규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럼에도 박근혜 대통령이 국사편찬위원회 위원장에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를 발탁한 것은 아연할 일이다. 뉴라이트 성향의 유씨는 편향된 이념적 사고의 ‘이승만주의자’로서 이승만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김일성 찬양’으로 몰아가는 공안 행태를 보이기도 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는 “이승만이 대한민국을 건국한 것은 하느님과 밤새도록 씨름한 끝에 하느님의 축복을 받아낸 야곱의 이야기를 연상시키는 위업”이라는 식의 역사인식을 갖고 이승만의 업적은 ‘콘스탄티누스 대제의 공적’에 비견된다고 할 정도로 이승만 예찬 연구에 몰두해 왔다. 그가 국편 위원장이 됐으니 ‘이승만·박정희 우상화 교과서’가 나오게 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
무엇보다도 걱정되는 것은 유씨가 이승만 비판을 ‘김일성 찬양’으로 몰아간 것처럼 친일·독재의 미화에 대한 비판을 ‘용공’으로 매도하는 공안선풍의 탄압이다. 독재·친일 미화로 비판을 받고 있는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저자 등 뉴라이트 성향의 교수들이 교학사 이외의 다른 국사 교과서들을 ‘좌편향’이라고 몰아붙였다고 한다. 그들의 공안 행태에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조영기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는 뉴라이트 계열의 한국현대사학회가 주최한 세미나에서 “친일-항일의 구분은 북한을 미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민족문제연구소가 발간한 ‘친일인명사전’은 자학사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정부와 법원이 친일인사들을 친일파로 규정하고 이에 따른 판결을 내리는 것도‘북한 미화’인가.
뉴라이트를 비롯한 극우세력이 건듯하면 들고나오는 ‘친북’, ‘종북’ 개념의 내용과 기준은 도대체 무엇인가.자기들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두 ‘친북’, ‘종북’으로 매도하는 것인가.
반공만 내세우면, 용공조작으로 마녀사냥식 공안 탄압을 해도 인권침해든 불법이든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공파시즘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느끼게 된다. 우리는 과거 유신독재시절의 반공제일주의에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실종되는 것을 뼈저리게 겪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와 법치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면 반공독재와 공산독재의 다른 점이 무엇인가. 반공도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것 아닌가.
민족과 민주 이념의 근간을 위협하는 반공파시즘의 행태를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이유다. 헌법이 규정한 국체를 부정하고 국기를 문란하게 할 친일·독재 미화의 반민족적 반민주적 한국사 교과서야말로 존재해서는 안 된다.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112180
교학사 교과서 정말 큰 문제네요
민족혼을 말아 먹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