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블로그를 뒤져보니 입대하기 전에 이런 글도 썼었네요. 나름 열심히 썼는데 방문자가 없어서 무반응인게 서글퍼서(...) 긁어왔습니다.
원글 작성일은 2014. 02. 04입니다. 딴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썼으니 재밌게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당. 왜 이걸 진작 오유에 안 올렸을까 바보같이...
~ * ~ * ~ * ~
(출처 : 위키백과)
※ 주의 : 이 포스팅에 포함된 조리 과정 및 결과물은 내가먹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 주의 : 이 포스팅에 나온 과정을 따라하여 나온 결과물에는 책임지지 않습니다.
※ 주의 : 어린이, 임산부 및 노약자들 화이팅
* * * |
어느날 저는 요리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갑자기 뜬금없이 웬 요리냐? 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어느덧 방학이 시작된지도 한 달이 훌쩍 지나버렸는데 집에서 빈둥빈둥거리기도 어째 죄스런 기분인 데다가, 돈은 있는데 집은 촌구석에 박혀있어서 쓸 곳이 없으니 영 못마땅하더라구요. 심지어 설날도 지나 세뱃돈도 받았는데...아 스무살이나 처묵쵸묵하고 세뱃돈 받은 건 자랑★
어차피 돈 애껴봤자 곧 있으면 군대 가서 쓰지도 못할 거, 이왕이면 내 개인적 로망인 '친구한테 요리해서 먹여주기'나 실행하면서 '요리하는 남자'타이틀이나 얻어보자! 하는 심정으로 요리에 도전해 보도록 했습니다. 기왕 해줄 거 맛있게 먹으면 좋을테니 친구가 제일 좋아하는 재료를 물어보구요. 자기는 감자가 제일 좋대요. 개새기. 감자 제철도 아니라 비싼데.
재료가 정해진 뒤엔 곧바로 감자로 할 수 있는 요리가 뭐가 있을까? 싶어서 여러모로 찾아봤습니다. 감자전, 감자조림, 매쉬드 포테이토, 감자 샌드위치, 감자 샐러드
는 장볼 때 식빵 사는 거 까먹음ㅋㅋ
병신같이...샌드위치에 끼울 슬라이스 치즈까지 사놓고...헤헤 병신...등신병신... 결국 슬라이스 치즈는 한장씩 떼어먹기로 했습니다ㅎㅎ스무살먹은 대학생이 냉장고 열고 20장이나 되는 슬라이스 치즈 한장씩 떼어서 처먹다니 스고잏ㅎㅎㅎ와따시스고이데슿ㅎㅎㅎㅎㅎ
어찌됐든 장보기를 하루에 걸처 거창하게 마친 뒤에, 다음 날 아침에 흐리멍덩한 눈 부비며 일어나 씻고서 요리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요리 잘 하는 사람들은 막 시작하기 전에 재료 쫘라락 나열해놓고 '이런 재료들로 요리할꼬에염^^*~' 막 이러던데 난 그런 거 없음ㅋㅋ. 고로케에 들어가는 재료 죤나많아요 여러분. 절대 이딴 요리 하지 마셈. 돈들고 시간들고 힘들고 어휴... 어쨌든 어디 구석지에 박아두었던 이마트산 햇감자를 꺼내줍니다. 반으로 갈라져 있는 가격표가 이 요리의 참담한 결말을 암시하네요. 복선잼.
그리고 적당히 생긴 체에 감자를 몇 개 던진 뒤 흙에 더럽혀진 가련한 감자들을 씻어줍니다니다. 씻씻. 물은 따뜻한 물로 씻어주었습니다. 왜냐구요? 내 손이 시려우니까. 날씨 지젼추움. 님들아 감기조심하셈요. 감자 「이게……내 모습……?///」
막 손으로 미친듯이 문댔더니 반들반들하니 깨끗해졌네요. 여담인데 감자를 한자로는 마령서라 한다면서요? 그...땅에서 막 파냈을 때...꼭 모양이 말 방울 같다고...마령馬鈴...어...그만하죠. 전부 됐으면 서랍 어딘가에 봉인되어있던 전설의 무기 감자칼을 꺼내 표면을 삭삭 문대줍니다. 한국전력 순천지점의 힘을 빌어 감자를 깨끗이 벗겨줍시다. 가끔 이렇게 울퉁불퉁해서 감자칼로는 잘 안 벗겨지는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은 칼로 째버렸습니다. 감히 내 앞에서 깔끔하게 벗겨지지 않다니 감자주제에 건방져 짠. 두 개 했는데 개꿀잼. 여담인데 의외로 동글동글한것 보단 길쭉길쭉한게 더 껍질까기 쉽드라구요. 늬 집엔 이런 거 없지? 이렇게 감자 여섯개를 다 깠습니다. 껍질 까는 도중 감자에 물묻었더니 막 녹말이 흘러나와서 끈적끈적거림... 그래서 물로 씻음ㅋ 끈적잼 어 뭐야 왜 사진 돌아갔지 사진 돌리기 귀찮으니까 그냥 여러분 목을 돌릴게요. 얍. 그 뒤에 위엄쩌는 푸줏간st칼로 감자를 쾅쾅콰ㅏㅋ콰오 썰어줍니다. 카메라를 잡고 찍기 위해 두 손이 필요한 관계로 애석하게도 감자를 써는 장면은 찍지 못했습니다. 다음에 요리할 때는 노력해서 손을 세개로 만들어 감자 써는 장면을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감자와 물을 냄비에 넣고 쪄 주는...데... 감자 죤나많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맨날 라면끓이던 냄비에 적당히 끓여주려고 했는데 영 안 되려나 봅니다. 역시 넌 라면을 위해 태어난 운명이었어. 감자를 받아들일 그릇이 못 돼. 그래서 좀 더 큰 냄비에 옮겨닮아주었습니다. 근데 왜 뚜껑에 손잡이가 없냐. 뭐야이거. 물에다가 꽃소금을 조금 뿌려줍니다. 그래야 감자 본연의 맛이 우러나온대요. 근데 감자 본연의 맛이란 게 있나 토막절단 당하고 수장되다 못해 염장까지 당한 감자를 중불과 약불의 사이에 두고 오래오래 끓여줍니다. 이걸로 일단 당분간 감자는 손 댈 필요가 없겠군여. 물론 그렇다고 쉴 시간이 있는 건 아닙니다. 달걀을 네 개 꺼내줍니다. 왜 네 개냐구요? 몰라요. 걍 네 개면 적당할 것 같음ㅋㅋ. 요리는 언제나 불확실한 선택의 연속입니다 그리고 거품기로 거품을 막 내 줍시다. 는 개뿔 그릇이 작아서 존나 다 튐ㅋㅋ 몇 번 젓다보니 온 집안에 계란옷 입히게 생겨서 큰 그릇에 옮겨 담았습니다. 설거지가 두배가 돼 두 두배 두배 돼 나는야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설거지계의 기린아 어...거품을 다 냈습니다. 다 하고 나서 하는 말인데 님들 걍 자동거품기 사세요. 야 이거 두 번 하다간 팔 절단나겠다. 판도라의 상자.jpg 손잡이가 없어서 열 수가 없음ㅋㅋ와 존1나 욕망의 항아리세요?ㅋㅋ ~질문 코너~ Q. 냄비 뚜껑의 손잡이가 없을 때엔 어떻게 하나요? 뚜껑이 뜨거워서 못 열겠어요! A. 철사장을 통해 본인의 손을 단련하세요. * * *
이제 냉장고에서 잠들어 있는 소고기와 피망을 꺼내줍니다. 청홍피망 사쪄염 뿌우. 사실 피망은 반개밖에 안 필요한데 반개는 안 팔드라구요. 왜지 별로 중요한 건 아닙니다만 저는 초록색이 맘에 들어서 초록색 피망을 꺼냈습니다. 나는 빨갱이가 아니야요. 김정은 개새끼. 피망을 일도양단 해 줍니다. 물론 손이 세개가 아닌 관계로 피망을 자르는 장면은 찍지 못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피망을 반으로 자른 뒤에는 안쪽의 씨와 줄기를 제거하고 이렇게 이쁘게 썰어주세요. 피망 챡챡 썰려서 꿀잼. 사각사각거리는게 사운드 청량감 지젼입니다. 이렇게 이쁘게 썬 뒤에 이제 작살내셈ㅋ 근데 피망 더럽게 안 다져져요. 애가 막 칼에 붙음. 내가 피망을 다지고 있는건지 으깨고 있는건지 도저히 분간이 안 될 수준... 사진 찍고 나서 두어 번 정도 더 다졌슴미다. 어째 다지면 다질수록 막 튀어대고 붙어대고 난리남. ~ 질문 코너 ~ Q. 칼로 피망이 잘 안 다져져요! A. 저도요. * * * 피망은 다 다졌으니 그릇에 넣어두고, 고로케 안에 넣을 쇠고기를 메인 스테이지에 올려줍니다. 쇠고기는 그렇게 많이 쓰진 않을겁니다. 어차피 고로케 소에 들어가는 거니까요. 쓸 만큼만 적당히 잘라줍시다. 고로케 소에 소가 들어가네요
그리고 소고기도 피망처럼 칼로 다짖... 쉬발 더럽게 안 다져지네 소고기는 질김의 클라스가 다르더군요. 피망은 막 내 칼을 피하는데 소고기는 내 칼이랑 1:1 맞짱떠서 이김. 뭐 어차피 내가 먹을 거 아니니까 적당히만 잘랐습니다 껄껄. 그 다음 소고기를 볶아줍니다. 원래는 다진 양파를 넣어서 소고기의 잡내를 잡아주어야 하는데 저는 넣지 않았습니다. 양파를 다지면...눈물이...나잖아요(아련) 눈아프니 안 넣음ㅋ 소고기는 원래 다 익히는 거 아닙니다. 적당히 좀 누리끼끼해졌다 싶으면 불 꺼줍시다. ~ 질문 코너 ~ Q. 혹시 정말 덜 익은 거면 어떡하죠? A. 어차피 내가 먹는거 아닙니다. * * * 그리고 소고기를 그릇에다 옮겨주었습니다. 이렇게 보니 호화로운 개밥같다. 이 시점에서 슬슬 감자가 다 익었나 확인해 봤습니다. 젓가락이 푹 들어가면 된거라믄서요. 푹 들어가다 못해 젓가락을 집어 삼키더군요. 이 대량의 감자를 으깰만한 그릇이 없어서 다진 피망을 작은 그릇으로 옮기고 피망이 있던 그릇에 감자를 두고 으깨기로 했습니다. 는 안들어감ㅋㅋ 쉬발 감자 조ㄴ나 많이도 샀네 뭘 믿고 이만큼 샀대
아 맞다...샌드위치... 결국 그냥 냄비에다가 다시 옮겨 담고 으깸ㅋㅋ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설거지계의 기린아(2)
감자를 으깨는 포테이토 스매셔인가 뭐시긴가 하는 도구도 있나보던데 우리집은 그런 거 없으므로 그냥 거품기로 으깼습니다. 포크로도 으깰 수 있다던데 갑갑해서 못 할 거 같더라구여.
근데 어째 거품기가 갈수록 무거워져서 한 번 들어보니 ? ?? ???? ?????????????
모닝스타???
감자가 참 옴팡지게 잘 끼더군요. 재주껏 젓가락으로 슥슥 빼내가며 잘 으깨줍니다. 이걸로 메인 재료인 감자 준비도 완료. 뜨끈뜨끈해서 그냥 텁텁 집어먹어도 괜찮을 성 싶더군요. 이제 고귀하신 몸인 런천미트를 꺼내줍니다. 그리고 적당히 넣고싶은 만큼 썰어 씁시다. 진짜 다음에 요리할 땐 손을 세개 달고 하던가 해야겠어. 칼만 이용해서 빼기에는 너무 힘들어서 젓가락 한 짝을 동원했습니다. 젓가락 짱짱맨. 이렇게 햄을 꺼낸 뒤엔 칼을 쥐고 런천미트야 다져져라 호잇!! 하고 주문을 외우면 이런 느낌으로 다져줍시다. 피망과 햄을 같은 그릇에 넣어줍니다. 피망에 비해서 햄이 지젼 많아보이지만 괜찮아요. 햄을 싫어하는 인간은 없음. 그리고 아까 쓰다 남은 계란과 내가 좋아하는 마요네즈를 뿌려줍니다. 마요네즈 맛있어요 마요네즈. 마요네즈 먹어. 그 외에도 좋아하는게 있으면 넣어줍시다. 초콜렛이라든가 수르스트뢰밍이라든가 새우깡이라든가. 원래 요리란 놈은 새로운 도전과 그 도전에 대한 자기합리화의 반복입니다. 그리고 그릇째로 감자에 확 부어줍시다. 생각해보니 이럴거면 걍 애초부터 감자에 피망이랑 햄이랑 넣을 걸 그랬네요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설거지계의 기린아(3) 그리고 소금과 후추를 뿌려서 간을 맞추며 쉐킷쉐킷 해 줍시다. 위생장갑 두 장 꺼내서 쪼물쪼물 해 주세요. 쪼물쪼물. 상하좌우 시계반시계 왼손오른손 다 써가며 열심히 재료들을 섞어주면 ㅋㅋ
위생장갑이 맛감잼 감자가 예상보다 더럽게 끈적거리니 알아서 재주껏 잘 섞어봅시다. 그리고 섞으면서 간 꼭 보셈 두 번 보셈. 열씸히 막 지지다 보면 대충 이 정도 비주얼이 나옵니다. 햄이랑 피망이 좀 신경쓰여서 그렇지 이대로 먹어도 꽤 먹을만 함. 뭔가 심심해서 빵가루를 막 부어보았습니다. 요리는 모다? 도전과 자기합리화다. 이제 2번 후보인 모짜렐라 치즈와 밀가루를 써 줍시다. 집에 중력분 밀가루가 있길래 그냥 그거 썼습니다. ~ 질문 코너 ~
Q. 밀가루의 종류는 어떤 기준에 따라 선택하나요? A. 밀가루의 종류는 3가지가 있습니다. 1. 박력분 - 박력이 부족한 사람들을 위한 밀가루. 이 밀가루만 있으면 당신도 박력왕! 2. 중력분 - 중력에 의해 공중에 던지면 땅으로 떨어지는 밀가루. 3. 강력분 - 강려크한 사람이 씁니다. 진정한 사나이가 되고 싶다면 당신도 강력분!
* * * 밀가루와 빵가루, 그리고 한참 전에 풀어놓은 계란을 순서에 맞추어 배치합니다. 1. 밀가루 뭍히고 -> 2. 계란옷 입히고 -> 3. 빵가루 뭍히기 이제와서 말하는 건데 밀가루랑 빵가루 그릇은 왕창 큰 그릇에 하세요. 가루가 튀어서 부엌 난장판됨요. 그리고 감자를 적당히 쥔 뒤에 안에 소고기나 치즈를 넣습니다. 아님 둘 다 넣든가요. 뭐 본인이 좋아하는 거 넣으셔도 되고. 수르스트뢰밍이나 홈런볼 같은거. 아 홈런볼 먹고싶다. 그리고 동그랗게 말아줍...아 사진 또 돌아갔네 얍
소를 넣었으면 땡글땡글허니 말아줍시다. 너무 두꺼우면 안이 잘 안 익고 너무 얇으면 속이 튀어나와요. 적당히 조절하세여. 그렇게 다 말았으면 1단계 밀가루 투척해서 땡글땡글 굴려주시고 2단계 계란에 투척해서 계란목욕 해 주시고 마지막 3단계로 빵가루 돌돌 뭍혀주시면 되겠습니다. 맨 처음에 한 거라 크기가 왕 크네요. 물론 왕 크다고 왕 맛있진 않습니다. 이 짓을 미친듯이 반복해 주세요. 드럽게 재미없지만 튀길 때의 쾌감을 꿈꾸며 근면성실히 고로케 반죽을 만들어 줍시다. 사진이 만드는 중간 쯤에 찍은 거라 좀 덜 나왔는데, 실제로는 찍힌 거에 거의 2~3배 가량 더 많이 만들었네요. 그래도 먹다보면 금방.
자 이제 커다란 코팅 냄비에 튀김 전용유를 붓고 튀기기만 하면 끝...인데
깜빡하고 사진을 안 찍음ㅋㅋ 사실 버스 시간때문에 사진 찍을 짬이 없었음... 작은 뜰채와 긴 튀김용 나무젓가락으로 요래저래 해서 요령좋게 잘 튀겨주세염. 기름 온도는 빵가루 던져서 아예 가라앉지 않을 때 쯤에 투척했습니다. 어차피 애초부터 거의 다 조리된 것들이니 딱히 오래 튀길 필요 음슴해요. 걍 색이 먹기 좋게 노릇노릇하게 될 때까지만 구워주면 됨. 그리고 웬수같은 친구에게 들고 가면 짠
감자 고로케 완성! 취향 맞춰서 케찹이나 돈까스소스
~ 평가 ~
난이도 ★★☆☆☆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고 귀찮긴 하지만 난이도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습니다. 재료도 대부분 집에 있을법 함.
맛 ★★★★☆ 튀긴 직후에 먹으면 존맛꿀맛. 피자치즈를 넣을 거면 감자 반죽 두께와 간을 잘 맞춥시다. 치즈가 안 늘어나는 대참사가 일어남. 정 간 못 맞추겠으면 케찹과 돈까스소스 뿌릿뿌릿! 해서 드시면 됩니다.
시간 ★☆☆☆☆
소감
요리 생각보다 힘들고 생각보다 재밌네요. 별 건 아니지만 나름대로 즐겁고 신선한 경험이었습니다. 친구들에게 하나하나 다 해 줄까?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힘들기도 하고, 아무래도 자금 문제가 심해서...요리 재료값이 정말 장난 아니게 들어요ㅠㅠ...한 번 쓰고 버릴 건 아니라지만...
∴ 오늘의 결론 : 요리는 재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