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출마 의지를 굳힌 시점은 언제였나.
“4·7 재보선 참패 이후 우리 당 지지층은 등을 돌려버렸다. 사회 대개혁을 약속한 민주당이 선거 한 번 졌다고 개혁에 대한 피로감을 얘기하고 이제 민생에 집중하겠다고 하니 지지층이 입을 닫아버린 것이다. 나 역시 상당히 좌절했다. 그런데 그 무렵 김민웅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조국백서》 《추미애의 깃발》 공동저자)와 10여 차례 대화를 나누면서 광장의 촛불들이 우리에게 요구했던 개혁의 약속이 다시 마음속에서 점화됐다. 김 교수가 ‘왜 보궐선거 참패 후 이낙연 선대본부장을 비롯해 당에선 우리 후보를 찍어준 40%에 대해 고맙다는 말도 없느냐’며 ‘추 장관은 왜 벌써 힘이 다 빠져서 이러고 있느냐’고 질타하더라. 정신이 번쩍 났고 고민 끝에 이런 정치적 결단을 하게 됐다. 내 결단에 지지층도 위로를 받았는지, #나와라추미애 해시태그를 달며 응원해 주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검찰 개혁의 과정을 어떻게 기억하는가.
“개혁에 저항하는 세력이 쏘아대는 무수한 화살을 받아내며 대단히 지치고 상처도 깊었다. 아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받았다.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언론은 찾기 힘들었고 단순히 갈등이라고 표현해 버리니 안타까웠다. 그러니 윤석열이 ‘언론만 잘 핸들링하면 얼마든지 문제를 가릴 수 있구나’ 기고만장해진 것이다. ‘추 장관 혼자라도 개혁을 끝까지 이뤄 달라’는 지지층의 기대와 요구가 있어 버텼다. 이게 더 이상 나 혼자의 문제가 아니구나, 나마저 외면하면 정권도 놓치겠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검찰 개혁이 왜 그렇게 중요한 건가. 그것이 과연 촛불의 최우선 과제인가.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 ‘여론을 움직이는 건 언론이고, 언론을 움직이는 건 자본 권력’이라고 하셨다. 자본 권력이 부패했을 때 이를 제대로 수사해야 하는데 선택적 정의가 발동돼 봐주기도 하고 유착되기도 한다. 언론과 검찰이 한편이 돼, 언론은 검찰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쓰고, 그걸로 여론을 만들어 미리 유죄를 예단한다. 판사는 이미 편견을 갖고 재판에 임하게 된다. 불의가 정의가 되고 정의가 불의가 된다. 그 과정의 핵심 책임자는 검찰이다. 그래서 검찰 개혁은 우리 사회 개혁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다. 검찰을 본래 검찰로 돌려놓는 것, 언론을 제자리에 돌려놓는 것이 곧 개혁이다. 개혁이 그리 거창한 게 아니다.”
윤 전 총장은 현재 야권의 대권주자 지지율 1위다. 어떻게 평가하나.
“언론이 그동안 영웅으로 만들어놨다. 헌법이나 정부 조직 체계에도 맞지 않는 그의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2020년 10월22일 국정감사 당시)’ 말 한마디에 열광했다. 그러니 본인도 착각한 거다. 그때 ‘정치할 거냐’ 물었더니 ‘퇴임 후 봉사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 다시 ‘정치도 봉사에 포함되느냐’ 물었더니 끝내 대답을 안 했다. 그때부터 그는 꿀떡같이 정치를 하고 싶었던 거다.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말부터 여론의 주목을 받고 싶어 준비한 말이 아니었나 싶다.”
최근 윤 전 총장이 ‘정부로부터 추 장관과 동반사퇴를 하면 징계하지 않겠다’는 사퇴 압박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어떤 입장인가.
“(그는) 동반사퇴 이전에 이미 본인이 물러나야 한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지난해 6월 채널A 검언유착 사건에 있어 윤 총장이 수사 중립성을 지키지 않아 내가 1차 수사지휘권을 발동했었다. 그러니 윤 총장이 검사장 회의를 소집해 집단행위를 하며 장관의 수사지휘가 위법하니 따를 수 없겠다고 하지 않았나. 따를 수 없다면 사표를 내는 게 당연한데, 항명하면서도 ‘총장의 거취와는 아무 상관 없다’는 조항을 달더라. 그때 물러나야 하는 걸 알았으면서, 총장 자리에 머물며 자기 비위를 덮기 위해 버텼던 거다. 윤석열 장모와 부인 사건,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등 당시 내 수사지휘가 다 옳았음이 증명되고 있지 않나. 그런데 무슨 정부가 장관도 물러나고 당신도 물러나라 했다고 주장을 하나. 말도 안 된다.”
지금은 여야 대권주자로 다시 대립하게 됐는데, ‘꿩 잡는 매’로서 정말 윤 전 총장을 잡을 수 있다고 보나.
“이미 잡힌 것 같다. 스스로 추락하고 있잖나. 매가 나서서 잡을 필요도 없게 됐다. 이미 난 ‘윤적윤(윤석열의 적은 윤석열)’이라고 말해 왔다. 부인도 장모도 아닌 결국 본인 문제가 발목을 잡게 될 것이라는 얘기다.”
당내 1·2위를 다투는 이재명·이낙연 후보를 각각 평가해 달라.
“이낙연 후보는 당 대표로 있으면서 똘똘한 개혁 입법 하나 해내신 게 없다. 검찰 개혁, 언론 개혁을 하는 척만 하고 제대로 하지 않았다. 이재명 후보는 일단 쌈박하다. 치고 빠지길 잘한다. 당장은 솔깃하다. 그러나 이번에 기본소득 정책만 봐도, 대표 공약 아니라고 발을 뺀다. 그러고는 본인 역시 성장론자라고 말을 바꾸며 신뢰를 떨어트렸다.”
‘명추연대’라는 말도 있었는데, 이재명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열어둔 것인가.
“가능성 없다.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를 짜면서 나를 억지로 그 안에 끼워넣으려고 하는 것이다. 명추연대라는 말까지 만들던데, 난 겉과 속이 다르지 않다. 아무리 그런 프레임 씌워봐야 추미애한텐 통하지 않을 거다.”
또 다른 야권 후보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의 출마는 어떻게 보았나.
“한마디로 황당하다. 헌법기관 아니었나. 감사원장 임기를 보장해 주는 이유는 본인의 안위를 위해서가 아니다. 최 전 원장은 감사 결과 보고를 검찰에 넘겨줬고, 검찰은 그걸 받자마자 수사에 착수했다. 국민들 보기에 작위적일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 출신 인사들의 야권 후보 출마에 대해 현 정부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목소리 높여서) 정부가 무슨 잘못을 했나. 대통령은 인사 독점을 하지 않고 탕평 인사하겠다고 했다. 국민 통합을 위해 특정 인맥에 한정하지 않고 골고루 중용했다. 그런데 이들은 대통령의 신임을 배신했다. 이는 국민을 배신한 것이고 헌법을 배신한 것이다.”
출마선언문에 ‘신세대평화론’이란 키워드를 강조했다. 경색 국면인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아이디어가 있나.
“러시아는 원천기술을 보유한 반면 자본과 상용기술이 부족하다. 그런데 우리는 원천기술은 빈약하나 상용기술이나 자본은 있다. 두 나라의 장점을 결합하면 정말 좋겠는데, 결합하려니 북한이 막혀 있다. 남북 철도만 연결되면 유라시아 대륙으로 뻗어나가 우리 강점을 발휘하고 얼마든 일자리를 만들 수 있는데 그게 안 되는 상황이다. ‘신세대평화론’이란 북한을 설득해, 핵무기를 내려놓게 하고 초연결시대·초융합시대에 신기술 협력을 통해 세계시장에 동반진출하는 것을 말한다. 북한 김정은도 해외 유학파이고 경제에 대한 고민이 있으니 설득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본다. 보수진영에선 평화를 마치 퍼주기로 인식하는데, 우리 기회가 자꾸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회를 세계 무대로 확장시키는 힘이 바로 이 평화에 있다.”
정치를 할 때 지표가 되는 인물이 있나.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이다. 그런 분을 만난 건 정말 내 복이었다. 시대의 사표(師表·모범이 될 만한 인물)다. 미래 비전과 민족 비전을 꿈꾸게 하고, 스스로 목숨을 걸고 그 길로 안내했다. 몇 세기에 한 명 나올까 말까 한 인물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공과 과는 무엇이라고 평가하나.
“제일 점수 많이 주고 싶은 건 외교 관계다. 국제사회에서 선진국으로 인정을 받았잖나. 이는 곧 국제 무대에서 발언권을 얻었다는 의미다. 한국이 발언하면 더는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대단한 성과다. 반면 사회 구성원들 간의 신뢰 정도를 나타내는 ‘상호신뢰’ 면에선 거의 꼴찌에 머문다. 정직하게만 살면 성공한다고 아무리 말해도 믿지 않는다. 현 정부만의 과라고 보긴 어렵지만 우리가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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