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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전에 심장 수술 32일 전이라 글을 썼던 사람입니다.
게시물ID : gomin_117573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amhwa
추천 : 10
조회수 : 338회
댓글수 : 83개
등록시간 : 2014/08/11 23:14:20
안녕하세요. 

한달 전에 심장 수술 32일 전이라 넋두리로 고민 게시판에 글을 썼는데 일어나 보니 베오베에 가 있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게다가 수술 전에 마치 제가 재산을 다 처분하는 것처럼 오해하시는 듯한 댓글들에 당황...;;;
미리 처분한 적은 없고,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나눠줄 사람들 별로 물품들을 정리하던 것인데, 아무래도 제가 오해하게 글을
썼나 봅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걱정해주시는 따뜻한 말씀들에 큰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수술을 기다리는 한 달 사이에 저는...


지인들에게 줄 편지를 썼습니다. 첨엔 이메일 예약 발송을 하려다(무사히 퇴원하면 발송 취소할 계획으로 ^^) 정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손편지를 썼습니다. 그리고 제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 뭐... 장례식장에라도 오게 되면 나누어 주라고 동생에게 맡겼습니다.
나누어줄 물건들도 같이요. 그런 일이 없는게 좋겠지만.

부모닙께는 지난 주, 회사에 여름 휴가 + 연차를 동원해서 2주 휴가를 만들고, 부모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욕도 먹었고... 어머니 눈물도 보았습니다... 아버지는 말 없이 줄담배 태우셨구요... 
그리고 그날 30년만에 마루에서 부모님 옆에서 함께 잤습니다. 어머니 손 꼭 잡구요. 헤헤...
일주일 동안 부모님과 대화도 많이 했고, 동생들도 못한 형/오빠 보겠다고 조카들 데리고 찾아왔구요.

그런데 조카들이랑 놀아주다가 물 마시러 부엌에 들어갔다가 마루에 모인 부모님, 동생들, 조카들을 보니,
이상하게 뭔가가 북받쳐 올라오더라구요. 이 사람들을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겠구나라는 감정보다는, 뭐랄까...
부모님에서 동생들, 그리고 조카로 이어지는 생명에 흐름? 특별할 것 없이 소박한 풍경인데도 왠지 모를 성스러운 느낌?
뭐 하여간 그런게 막 느껴지면서... 이젠 아무래도 상관 없어라는 생각이 드는게, 여한이 없다라고 표현해야 하나? 덧 없다는 생각도 막 들고...

뭐.. 그랬다구요. -_- (공돌이 짧은 문장력으로는 표현을 못하겠네요 ㅠ ㅠ)

하여간 그 후로는 이상하게 맘이 편해요. 
비록 받은 사랑을 전해줄 사람을 못 얻은게 조금 아쉽긴 하지만, 나름 충분히 행복했던 것 같습니다.

이제 제일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인 주성치의 월광보합.선리기연을 보고 자려고 합니다.

모두 좋은 밤 되시구요. 
건강과 행복이 가득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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